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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에서 물고기의 의미는?
절에 가면, 곳곳에서 물고기 문양을 보게 된다. 범종각에는 나무로 조각한 목어가, 추녀 밑에는 풍경끝에 금속제 물고기가, 건물 기둥에는 용이나 봉황이 물고기를 물고 있고, 외벽이나 천장에도 물고기가 그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독경을 하는 스님 손에도 물고기가 반드시 들려 있다. 목탁이 바로 물고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물고기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받아들여져 왔으며,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의미를 지닌 상징물로서 지금까지 존재해 오고 있다. 선종(禪宗, 선을 구도의 방편으로 삼는 불교의 한 종파. 우리나라의 조계종이 그 예이다)에서 사찰 규범의 지침서로 삼고 있는 「백장청규(百丈淸規)」에는,
"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않고 도를 닦으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었으며,
또한 이것을 두드려 수행자의 잠을 쫓고 정신 차리도록 꾸짖는다. "
라고 실려 있다. 이것은, 물고기의 속성을, 잠을 자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는, 이른바 “ 불면면학(不眠勉學) ”하는 수도자의 자세에 비유한 것으로서, 수행자들에게 항상 깨어 있으라, 즉 잠시도 마음을 나태하게 가지지 말고, 유혹에도 빠지지 말고, 깨달음을 얻는 일에만 모든 생각을 집중하라는 경계의 의미로 물고기 문양을 사용하는 것이다.
목어(木魚). 목어의 전통적인 모습은 전형적인 물고기(잉어)의 형상이었으나, 점차 용두어신형(龍頭魚身形), 즉
몸은 물고기의 형태이지만 머리는 용의 형태로 변형되어 갔다.
물고기 머리가 점차 용 머리로 바뀌어 가는 것은 바로 “ 어변성룡(魚變成龍)”, 즉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됨을 표현한 것이며, 이는 곧 “ 해탈(解脫)”을 의미하는 것이다.
『 양산 통도사 목어』 초기 형태인 잉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
『 공주 마곡사 목어』 초기 형태인 잉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
『 정읍 내장사 목어』 잉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
『 진안 마이산 탑사 목어』전통적인 물고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예천 용문사 목어』물고기의 머리가 용 머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목덜미에 아가미처럼 보이는 지느러미가
붙어 있어 아직도 물고기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다.
물고기 머리가 점차 용 머리로 바뀌어 가는 것은 바로 “ 어변성룡(魚變成龍)”, 즉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됨을 표현한 것이며, 이는 곧 “ 해탈(解脫)”을 의미하는 것이다.
『 금산 청곡사 목어』 물고기와 용이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목어 중에 용의 발까지 표현한
유일한 목어인 것 같다.
『 파주 보광사 목어』 날카로운 이빨과 뿔, 여의주를 문 입. 머리 부분이 용 머리로 바뀌었다.
『 불국사 자경루 옆의 목어』 머리 부분이 완전한 용 머리로 바뀌었다.
목어는 원래 부엌이나 공양간 등에 걸어 놓고 길게 두 번 두드려 공양하는 시간을, 길게 한 번 두드려 대중들에게 모이는 시간임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목적의 도구가 뒤에 가서는 물속에 사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시킨다는 의미로 바뀌어 종루, 종각과 같은 건물에 걸리게 된 것이며,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의 사찰에서 범종, 운판, 목어, 법고의 사물(四物)을 갖추고 있다.
종은 삼라만상을, 운판(雲板, 구름무늬를 새긴 금속판)은 날짐승을, 법고(法鼓, 북)는 땅 밑의 중생을, 목어는 이미 말씀드린 대로이다. 사찰에서 사물을 울리는 순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새벽 예불. 목어 - 법고 - 운판 - 범종
저녁 예불. 법고 - 운판 - 목어 - 범종
목탁(木鐸). 문헌에 의하면, 목탁의 시작은 중국 노나라에서 새로운 법령을 발표할 때, 목탁을 쳐서 사람들을 모이게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오늘 날에는, 사찰에서 염불을 하거나 대중들이 모여 경전을 암송할 때 운율과
박자를 맞추고, 수행 중인 수도승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자 번뇌와 잡념을 깨뜨리는 도구로도 사용하고 있다.
목어의 모양을 작게 줄여서 들고 다니기 편하게 만든것이 바로 목탁이다. 목탁은 나무를 큰 방울 모양으로 깎아서 그 중앙을 반쯤 자르고, 그 속을 파서 소리가 잘 울리도록 하여 조그마한 나무채로 두드리는 법구의 하나이다. 목탁의 손잡이는 물고기의 꼬리가 몸쪽으로 붙은 형태이고, 목탁의 양 옆에 뚫어져 있는 구멍은 물고기의 아가미를 뜻하며 앞부분에 길게 파여있는 부분이 입의 모습이다
『 천선산 노적암』 공양간 기둥에 걸린 목탁
공양시간을 알리는데 사용한다
목탁은 속이 비어 있다. 속을 비게 하여 공심이 되게 한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이 비어 있으므로 공한 마음이요, 그 공한 마음으로부터 참되고 허망함이 없는 공음이 우러나올 때, 모든 중생의 업을 녹이고 모든 중생에게 청량과 해탈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완주 불명산 화암사』 우화루에 걸려 있는 목탁
목탁을 만드는 재료로는 대추나무가 가장 좋으나, 굵은 대추나무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박달나무. 은행나무, 괴목(홰나무)등을 많이 사용한다
♣ 풍경(風磬)에 달린 물고기
절에는 물고기가 허공 중에도 있다. 추녀 끝에 매달려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청아한 금속성 소리를 내는 풍경(風磬)의 물고기 장식이 바로 그것이다. 작은 종처럼 만들어 가운데 추를 달고 그 아래에 쇳조각으로 붕어 모양을 만들어 매달아 놓고 바람결에 따라 맑은 소리를 내게하는 종의 일종으로 풍탁(風鐸)이라고도 부르며 주로 불전의 추녀 밑이나 불탑의 옥개석 전각에 달아놓는다
불교 경전에서는 바람을 무애에 비유한다. 『화엄경』에서는, “능히 이 경을 갖는 자는 모든 법의 뜻과 사물과 언사(言辭)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여, 다함이 없는 것이 마치 공중의 바람이 일체의 거리낌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일체의 구속과 거리낌을 여읜 바람과 그에 몸을 맡기고 있는 물고기가 연출해내는 맑고 청아한 소리는 바로 청정 무애한 범천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라 할 수 있다.
『 포항 오어사』 삼성각의 풍경
절집에서는 하늘도 바다가 된다. 풍경에 달린 물고기 뒤로 파란 하늘은 그대로 바다가 되고 하얀구름은 파도가 되며 풍경소리는 파도소리가 된다. 목조 건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화재이다. 불은 물을 만나면 바로 생명을 잃는다. 물에 사는 고기를 달아놓는 것은 물고기는 곧 물을 상징하므로 화마의 침입을 막으며 물고기가 잠을 자지 않는 것처럼 항시 화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의미로 달아 놓는 것이다. 즉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언제나 깨어서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라는 벽사의 의미도 담겨있다. 뿐만아니라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며 물고기가 만들어 내는 청아하고 맑은 풍경소리는 부처님에 드리는 소리공양으로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 범종을 치는 고래 (당목撞木)
범종을 치는 나무를 당목(撞木)이라고 한다.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대개 범종 옆에 쇠사슬로 매달아 둔다. 당목은 물고기 모양,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고래 모양이지만 요즘은 그냥 통나무를 매다는 곳이 많아 수덕사와 선암사 외에는 고래모양의 당목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
『 예산 수덕사 당목』
『 순천 선암사 당목 』
옛날에 고래를 무서워하는 용이 있었는데 고래가 가까이 오면 무서워서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용의 아홉자식 중의 둘째 '포뢰(浦牢)'가 바로 이 용이며 범종의 천판 위에 있다. 그래서 당목을 고래모양으로 만들어 치면 고래를 무서워하는 포뢰가 더 크고 우렁찬 소리를 낼 것이라는 생각에 당목을 고래모양으로 만들거나 당목에 고래모양을 새겨넣었다고 한다
『 범종을 치는 당목 』
♣ 용의 입에 물려있는 물고기
중국에서는 물고기의 어(漁) 발음이 여(餘)와 같고 유(裕)와 유사한 것에 근거를 해서 물고기를 여유, 풍요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고기 어(漁)자의 발음이 여(如)와 비슷하여 여의(如意)의 상징물로도 인식을 같이 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던지 가져다주고 고통과 어려움도 해결하여 준다는 여의주와 뜻을 같이 한다고 한다. 따라서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은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 불국사 대웅전 』대웅전 외공포의 16 마리 용 중에서 3 마리가 물고기를 물고 있다.
『 불국사 대웅전』
용은 일반적으로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이 보통이나 사찰에서는 종종 물고기를 옆으로 물고 있는 용두를 볼 수 있다. 이는 사찰의 외부뿐 아니라 사찰 내부에서도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특히 경주 불국사 대웅전에는 물고기를 옆으로 물고 있는 용이 있는가 하면 물고기를 삼키고 있는 용을 함께 볼 수 있다.
『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대들보의 용』
『 문경 대승사 대웅전 처마의 龍』
벽사(僻邪)의 의미를 가진 용문사의 귀면(鬼面)
용문사의 연꽃을 물고 있는 귀면, 물고기를 물고 있는 귀면은 화마를 막기 위한 벽사(僻邪)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예천 용문사 대장전』
1984년 용문사에 화재가 나서 다른 전각들이 모두 소실되고 대장전만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전각 외부 공포 위 창방 뺄목의 귀면과 물고기와 용 등이 불막이 기능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물고기에 얽힌 절이름의 유래
포항 운제산 오어사 (雲梯山 吾魚寺)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있는 오어사는 조계종 제11교구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신라 진평왕때 대웅전이 처음 지어졌다고 하니 꽤나 오래된 사찰이다. 원래는 항사사(恒沙寺)라고 불리웠다고 하는데 항사(恒沙)는 인도의 항하, 갠지즈의 모래를 뜻하는 말로서 금강경에도 자주 등장한다. 항사사가 오어사(吾魚寺)로 바뀐 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일화가 있다
포항 운제산 오어사(雲梯山 吾魚寺)
(1) 원효스님과 혜공스님이 마을 주민들이 고기를 잡아 먹는 것을 보고, 함께 물고기를 먹었는데 똥을 누니 물고기가 살아서 헤엄쳐 갔다고 한다. 그러자 두 스님이 그 물고기를 두고 서로 '내 고기'라 하여 '오어사(吾魚寺)'라 불렀다는 이야기.
(2) 원효스님과 혜공스님이 수도를 하다가 법력으로 개천의 죽은 고기를 생환토록 하는 시합을 하였는데,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살아 힘차게 헤엄을 치자, 이때 살아 움직이는 고기가 서로 자신이 살린 고기라 하여 '吾漁寺'가 되었다는 이야기.
♣ 밀양 금오산 만어사 (金烏山 萬魚寺)
만어사 어산불영 경석(魚山佛影 輕石)
어산불영(魚山佛影)은 만어사 앞에 펼쳐진 거대한 돌너덜 지대를 말한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다음가 같은 전설이 실려있다.
수로왕 때 가락국의 옥지(玉池)에서 살고 있던 독룡(毒龍)과 만어산에 살던 나찰녀(羅刹女)가 서로 사귀면서 뇌우(雷雨)와 우박을 내려 4년 동안 오곡이 결실을 맺지 못하게 하였다. 수로왕은 주술(呪術)로써 이 일을 금하려 하였으나 불가능하였으므로 예를 갖추고 인도 쪽을 향하여 부처를 청하였다. 부처가 신통으로 왕의 뜻을 알고 여섯 비구(比丘)와 일 만의 천인(天人)들을 데리고 와서 독룡과 나찰녀의 항복을 받고 설법수계(說法授戒)하여 모든 재앙을 물리쳤다. 수로왕은 감사하여 이곳에 만어사라는 절을 지었다는 것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과 택리지(擇里志)에 따르면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수명이 다한 것을 알고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無隻山)의 신승(神僧)을 찾아가서 새로 살 곳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신승은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터라고 일러주었다. 왕자가 길을 떠나니 수많은 종류의 고기떼가 그의 뒤를 따랐는데, 머물러 쉰 곳이 이 절이었다. 그 뒤 용왕의 아들은 큰 미륵돌로 변하였고 수많은 고기들은 크고 작은 화석으로 굳어 버렸다고 한다. 돌이 된 고기떼의 의미를 살려 만어사(萬魚寺)라 이름하였다.
만어사(萬魚寺) 미륵전(彌勒殿)과 만어석(萬魚石)
만어사 미륵전 아래에 첩첩이 깔려 있는 돌너덜의 어산불영은 물고기들이 변해서 된 것이라 하여
만어석(萬魚石)이라 부르며, 두드리면 맑은 쇳소리가 나기 때문에 종석(鐘石)이라고도 부른다.
미륵전(彌勒殿) 안의 미륵바위
미륵전 안에는 높이 5m 정도의 자연석이 있는데, 용왕의 아들이 변해서 된 미륵바위라고 전해오며,
이 바위에 기원하면 아들을 얻을 수 있다하여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 부산 금정산 범어사 (金井山 梵魚寺)
아래의 사진은 부산 범어사 뒤편에 자리한 금정산(金井山)에 있는 천연 바위 구멍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 바위 구멍 속에는 금어(金魚)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금샘, 즉 " 금어가 사는 우물 "이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이 우물에 사는 금어는 범어사의 화재를 막아 준다고 전해 온다.
금어가 헤엄친다는 부산 금정산의 금샘
물고기와 사찰에 관한 기록은 〈동국여지승람〉의‘범어사 조’에도 보인다.
"동국 해변에 금정산이 있고, 그 산정에 높이 50여 척이나 되는 바위가 솟아 있다.
그 바위의 위에 우물이 있는데, 그 우물은 항상 금색이며, 사시사철 언제나 가득 차 마르지 않아,
그 속에 범천(梵天)으로부터 오색구름을 타고 온 금어(金魚)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다”
물고기가 범천에서 내려와 놀던 우물자리에 절을 지어 범어사(梵魚寺)라 했다는 것인데, 물고기가 범천 이야기와 함께 절의 창건설화에 관여한 사례다. 범천(梵天)은 우주원리, 또는 욕계 위에 존재하는 무애(無碍)와 원천적 자유세계를 지칭한다. 맑은 연못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의 모습을 보고 그런 경지를 느껴보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첫댓글 선생님 감사합니다.무심히 보아오던 절의 물고기를 이제는 유심히 살펴보겠습니다-최정임^^
절집의 이곳저곳에서 물고기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많이 만나보십시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목어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첨 봤는 데 다 특색이 있고 아름다워요.
몇 년전 '여혜당 일기'에 목어 60여 마리를 모아놓은 적이 있습니다.
저마다 독특한 멋을 풍기더군요. 감사합니다.
늘 유익한 정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ㅎㅎ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집 카페로 담아갑니다.
공들여 완성한 작품이 홀대 받는 것 같아 섭섭했는데
그래도 보아 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목어에 대한 멋스러움과 설명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