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영국인 여자친구"로 통한 유니티 밋퍼드(1914~1948)의 비밀 일기가 공개됐는데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바람에 나치 선전상 요시프 괴벨스에게 놀림을 받아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고 불평을 늘어놓은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밋퍼드는 나중에 영국의 파시스트 동조자인 오스왈드 모슬리 경과 결혼한 자매 다이애나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은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1936년 독일과 이탈리아는 군사 동맹을 맺어 이른바 베를린-로마 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듬해 9월 무솔리니가 독일을 국빈으로 찾았다. 이번에 공개된 비밀 일기장에는 히틀러가 뮌헨에서 즐겨 찾던 레스토랑인 오스테리아 바바리아에서 히틀러, 괴벨스를 비롯해 고위 간부들과 함께 한 오찬 회동에 대해 적었다.
9월 24일은 금요일이었는데 그녀는 “오스테리아에 전화했더니 웨이트리스가 그가 오고 있다고 했다. 오스테리아에 차를 몰고 갔다. 총통은 오후 2시 15분에 괴벨스, 늘 같은 인물들과 도착했다. 그는 다정하다. 그 때 우리는 무솔리니 얘기를 했다. 다른 이들이 날 놀려 먹어 난 거의 울 뻔했다”고 적었다.
그녀는 다이애나에게 보낸 편지에 "난 (무솔리니) 총통이 독일에 오기 전날 (히틀러) 총통과 점심을 먹었는데 꼬마 박사 괴벨스도 거기 있었다. 내가 무솔리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바람에 총통을 빼고 모두가 날 열 받게 한 장면도 있었다"고 고자질했다. 밋퍼드는 놀림을 받았다고 느꼈으며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은 "완벽하게 다정했던" 히틀러가 뒤를 봐준 일이었다.
밋퍼드는 영국 사교계의 유명인으로 귀족이며 병사이며 지주였던 로드 레데스데일(1878~1958)의 넷째 자녀였다. 보도에 따르면 히틀러는 자신이 무솔리니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영국인들이 믿게 하려는 마우스피스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일기에서 밋퍼드는 히틀러를 "게이"와 "대단한" 인물로 묘사했으며 히틀러로부터 그의 서명이 들어간 금빛 스바스티카 배지를 선물받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가죽으로 엮은 일기장은 80여년 만에 발견된 것이며 히틀러의 최고위 측근들은 밋퍼드와 히틀러가 서로에 심취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기장에 대한 이 매체의 팟캐스트 시리즈에 따르면 나치의 많은 고위 간부들은 히틀러가 밋퍼드와 단둘이 있을 때 비밀을 털어놓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4월 27일 목요일이라고 표시된 일기에 그녀는 "생일 선물들에" 둘러싸인 히틀러와 둘이서만 차를 마신 일에 대해 적기도 했다.
작가 로버트 바이런의 누이이며 밋퍼드의 친구인 루시는 “유니티가 히틀러의 생일을 쇠고 바로 우리를 보러 왔다. 그들은 히틀러의 선물들을 함께 구경했는데 그녀는 히틀러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보낸 실물 크기 사진을 가리키며 “핏이 좋다”고 표현했다.
목차에 묘사된 선물 중에는 히틀러가 머리 위로 칼을 빼들고 있으며 다이아몬드 위에 올라 서 있는 나체 초상화도 있다. 히틀러의 생일을 앞두고, 밋퍼드는 자신과 친구들이 4월 1일 독일에 있었으며 다차우 수용소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고 적었다.
1938년 오스트리아와 주데텐란드를 합병한 뒤 1만 1000명 이상의 유대인들과 로마 여행객들, 나치를 정치적으로 반대한 사람들이 다차우로 옮겨졌다. 종전 때까지 이곳에서 사망한 이는 3만 2000명을 넘어섰는데 그 중 셋 중 한 명은 유대인이었다. 밋퍼드에게 다차우는 "그냥 재미있는 나들이"로 묘사됐을 뿐이다.
1939년 영국이 독일과 전쟁을 선포하자 밋퍼드는 너무도 낙담해 뮌헨의 잉글리시 가든 파크에서 머리에 총을 쏘는 극단을 선택했다. 서른넷 한창 때였다. 히틀러는 치료 비용을 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총알이 두개골을 관통한 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영국으로 돌아와 1948년 숨을 거뒀다.
메일은 밋퍼드의 일기장이 1983년 히틀러의 일기장 논란을 재현하지 않게 하려고 손글씨, 잉크, 종이가 진짜인지 전문가 검사를 꼼꼼이 거쳤다고 전했다. '스턴(Stern)' 잡지와 선데이 타임스는 가짜 나치 지도자의 일기에 깜빡 속아넘어가 보도했다가 망신살이 뻗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