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83) - 힘들었던 2022년에 가꾼 보람
기상이변과 대형사고로, 코로나로, 전쟁으로, 경제난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2022년이 저물어간다.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은 유럽을 비롯하여 지구촌을 휩쓴 기상이변과 이태원참사를 포함하여 수시로 터진 대형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핵위협 등 위중한 국내외 정세, 3년간 지속된 코로나 위기와 환율 및 물가를 비롯한 경제적 압박 등 모두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았던 한 해. 그 막바지에 찾아온 폭설과 한파에 몸과 마음이 더욱 움츠러든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를 이겨내는 지혜와 희망을 담은 미래의 설계, 서로를 다독이며 밝은 내일을 기약하자.
연이은 한파로 성탄절인 25일 경기도 김포시 일산대교 일대 한강이 얼어붙어 있다.(중앙일보 2022. 12. 26)
어려웠던 한 해를 돌아보며 그 안에서 보람을 가꾼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낸다. 희귀질환을 견디며 회고록을 펴낸 죽마고우를 비롯하여 역경에 굴하지 않고 힘차게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우리 모두 새 힘을 얻어 앞으로 나아가기를 비는 마음이다. 힘들었던 2022년에 가꾼 보람 몇 가지.
1. 명량으로 가는 길에서 새긴 보람과 교훈
2022년 3월 1일부터 19일 동안 한국체육진흥회의 원로들(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 배준태 백의종군 정신 앙양걷기 회장, 고양문‧김태호 자문위원)과 함께 진주 수곡에서 하동, 구례, 곡성, 순천, 장흥, 강진, 해남 거쳐 진도 울돌목에 이르는 충무공 이순신의 명량해전 승리의 길 500여km를 열심히 걸었다. 70대 후반의 노장들이 하루 25km내외의 장거리를 무거운 배낭 메고 꾸준히 걷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 이를 잘 견뎌내고 대미를 장식할 수 있어서 흡족하였다. 출발 때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걷는 중에도 여러 차례 비바람 맞아가며 마지막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완주한 일행들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 탐사를 통하여 남도 여러 고을 농어촌 삶의 실상,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의 숨결을 체득한 발걸음이 자랑스러웠고 극한의 악조건에서도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대응으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전과를 거둔 충무공의 지략과 투혼을 교훈으로 새긴 것이 큰 보람이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가 처한 대내외적 역경을 현명하게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뜻깊은 행로에 더 많은 동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 좋으리라.
노장들의 여정을 취재한 지방언론의 보도내용
2. 미국 정신과 문화의 정수를 익힌 보스턴 여정
2022년 9월 21일부터 두 달간 미국 동부의 보스턴에 머물렀다. 코로나 여파로 3년 넘게 굳게 닫혔던 외국여행길에 오를 수 있음은 큰 축복, 설렘과 기대 속에 출발한 보스턴 여정이 보람과 기쁨으로 마무리되어 감사하다. 아들이 혼자 있는 틈을 타 아내와 함께 처제를 동반한 것이 묘수, 우리보다 젊은 세대인 처제의 기민한 대처와 적극적인 주선으로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호기심을 자극하여 다양하고 분주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음이 큰 보람이었다. 미국 정신의 산실이자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기풍이 깃든 보스턴과 그 주변의 여러 곳을 알차게 탐사할 수 있어서 흐뭇하였고. 주말마다 아들의 주선으로 뉴잉글랜드 지방의 명소들을 두루 돌아볼 수 있음도 큰 소득, 수십 차례의 외국 여행 중 가장 길고 활기찬 여정이었다. 서유견문록을 쓴 유길준의 행적과 유명한 보스턴 마라톤을 제패한 서윤복, 함기용, 이봉주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음이 분외의 소득이고 미국제일의 단풍명승과 세계유수의 등대명소, 하버드와 M. I. T를 비롯한 명문대학 순례도 뜻깊었다. 먼 곳에 뿌리 내린 동포와의 교유도 아름다워라. 6년 전 50여일의 대만일주걷기에 참여하며 대만의 역사와 문화, 지리의 학습기회라 여겼는데 두 달간 보스턴체류가 보스턴을 비롯한 뉴잉글랜드지방의 역사와 문화, 지리를 학습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현지에서 확인한 문구, ‘Greater Boston, America’s Walking City’ 인생은 나그네길, 여행에서 배우는 삶과 문화가 더욱 풍요로워라.
풍광이 아름다운 보스턴의 워터프론트에서
3. 피곤치 않은 발걸음의 5,000km
걷기인의 구심점인 (사)한국체육진흥회에서는 해마다 3,000km 넘게 걸은 이를 걷기왕으로 표창한다. 이와 관련 지난 주 한국체육진흥회로부터 2022년 한국걷기왕 인증서를 교부받았다. 인정한 걷기기록은 5,147km, 지난 해보다 천여km를 더 걸은 대장정이다. 앞으로 이 기록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듯. 1년간 청주 무심천변을 중심으로 남도 천리 길과 동서해안 명승 등 전국의 여러 곳과 여행 중 보스턴의 이곳저곳을 매일 15km 내외 꾸준히 걸은 스스로가 대견하다. 걷기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것은 은퇴 후인 2009년부터, 해마다 한 달여 장거리걷기에 도전하면서도 10년 후까지 이어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언 13년이 지났다. 내년에는 50여 일간 1,000여km의 서울 ~ 도쿄 조선통신사 옛길걷기에 참여할 예정. 10년 넘게 규칙적인 걷기운동을 지속하게 해준 한국체육진흥회와의 인연이 소중하다. 남은 때도 꾸준하게 걸을 수 있기를.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자빠지되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이사야 40장 30~31절)'
4. 거르지 않고 펴낸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
은퇴 후 쓰기 시작한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가 이번으로 983회에 접어든다.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은 곧 1,000회에 이를 것을 예찬하며 격려를 보내기도. 은퇴시점이 8월 말, 해마다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쓴 글을 모아 펴낸 인생은 아름다워 단행본이 금년으로 13권 째다. 인생을 아름답게 여긴 주제가 탁월한 선택, 내내 그런 시각으로 삶을 조명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누구의 삶이나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나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 좋으리라.
13권 째의 표지 글에 실은 한 조각을 살펴본다. ‘한참 걸어 고개에 다다르니 조계산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고개 이름은 접치재, 충무공도 서둘러 이 고개를 넘어 순천으로 갔다는 기록이 있다. 잠시 휴식 후 고개를 지나니 승주읍 경계, 큰 길 옆의 소로를 따라 긴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여러 동네 거쳐 승주읍소재지에 이르니 오후 4시가 가깝다. 읍사무소 광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중 반가운 이들이 들어선다. 대학의 옛 제자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것,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고 인근의 식당에서 저녁을 들며 환담을 나누었다. 식사를 대접하고 금일봉을 전하며 떠나는 제자들을 배웅하려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사랑하는 제자들이여, 남은 때 부디 행복하고 평안하여라.(제2부 제2장 명량으로 가는 길, ‘창촌 부유창 거쳐 접치재를 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