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산에 올라
일월 끝자락 마지막 주 수요일은 시내 초등학교 관리자로 재직하는 대학 동기와 산행을 약속한 날이었다. 며칠 전 다른 동기 일행과 함께 1박2일로 통영에서 시간을 같이 보낸 사이다. 방학이면 교사들은 자가 연수로 보낸다만 학교를 경영하는 관리자들 복무는 사정 따라 좀 다르지 싶다. 동기는 자기네 학교 교감과 함께 절반씩 나누어 복무처리를 해두어 나하고 산행이 가능했다.
동기는 대방동 기점을 출발한 113번을 대동백화점 근처에서 탔다. 나는 실내수영장 맞은편에서 그 버스를 가늠해 탔다. 우리가 길을 나선 시간이 출근 시간대라 버스는 약간 혼잡해 잠시 입석으로 가다가 자리가 비어 앉게 되었다. 도계동을 둘러 창역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내서 중리로 갔다. 코롱아파트를 지난 평성 종점을 앞둔 곳에서 내리니 승객은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다.
지난주 예곡 산등선을 타면서 산행 코스를 물색해 두었던 장소였다. 오리고기 식당을 지난 산자락으로 오르니 근처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오르내린 등산로가 나타났다. 우리네 생활권과 다른 곳이라 주변 풍광들이 모두 새로웠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중간에 등산로는 여러 갈래 나뉘어졌다. 지명으로는 다른 곳에도 있을 듯한 ‘구봉산’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올랐다.
높지 않은 산정에는 구봉산체육회에서 관리하는 헬스장이 나타났다. 산정에다 야외구조물을 세워 여러 종류 헬스기구들을 설치해 놓았다. 중년의 몇 사내들이 근력 운동에 열중했다. 샤워시설만 갖추어지지 않았을 따름이지 여느 헬스장과 다름없을 듯했다. 한편으로 생각하니 등산을 나섰으면 숲속만 거닐어도 충분할 텐데 굳이 기구를 이용해 몸을 더 단련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헬스장이 있던 구봉산 정상에서 조금 더 나아가니 볕 바른 자리 벌초를 해 관리가 되는 무덤이 한 기 나타났다. 그 무덤가 잔디에 퍼질러 앉아 동기가 가겨온 곡차를 비우면서 잠시 쉬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내서지구 아파트단지에서 천주산 누리길을 걸을 요량이었다. 아까 구봉산 정상까지는 산행객이 간간이 보였으나 마재고개 방향에서 오르는 이들은 보이질 않았다.
마재고개 못 미친 지점에서 곰티고개로 향해 돌아갔다. 곰티고개는 교소도가 있는 송정에서 내서 평성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예전엔 구불구불한 농로 같은 길이 4차선으로 넓게 뚫어져 고개에는 생태터널이 생겨났다. 우리는 생태터널 위를 걸어 건너편 산언덕 데크에서 가져간 도시락과 곡차를 비웠다. 배낭을 가볍게 하고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 산등선을 넘으니 안성 길목이었다.
안성으로 가는 고갯마루 토종닭을 기르는 산막에는 주인장은 보이질 않고 검둥이만 요란하게 짖어댔다. 우리는 등산로를 벗어난 농로를 따라 걸었더니 산중 농원이라 개척 산행을 하다시피 천주산 누리길을 돌아가는 산허리를 찾아 숲을 헤쳐 올라갔다. 겨울이라 활엽수들은 앙상한 나뭇가지라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다. 산등선을 돌아가니 파평 윤씨와 부인 밀양 박씨 묘를 지났다.
산등선 쉼터 이정표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봤다. 천주산 누리길에서 마산과 창원의 시가지가 한 눈에 드러나는 바위전망대였다. 반시간 남짓 더 나아가니 이정표대로 바위전망대가 나왔다. 벼랑 바위에다 나무데크로 전망대를 설치한 쉼터였다. 마창대교를 비롯한 마산시가지와 창원시내 고층 건물들도 한 눈에 들어왔다. 주변 산봉우리들이 우리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아까 남긴 곡차를 마저 비우고 길이 제법 가파른 제2금강산 입구로 내려섰다. 남해고속도로와 나란히 뚫린 3·15국립묘지 가는 길을 따라 가니 하이트맥주공장이 나왔다. 굴다리를 지나니 구암동 재래시장이었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활기를 띠지 못했다. 돼지국밥집을 찾아 들어 적어나마 지역경제에 보탬을 주었다. 뜨끈한 국밥으로 맑은 술을 세 병 비우고 길을 건너 버스를 탔다. 19.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