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 마라톤 대회 후기>
충주마라톤을 달리고 나서 마라톤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 뭐 그런 게
조금 생겼었다. 특히 무더위 속에서 달리는 여름의 풀코스 마라톤은
조금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질적으로 워낙 땀을 많이 흘리기에 여름철 달리기는 나에게 무리
라는 생각은 늘 견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풀코스를
달리면서 고생을 하고 보니 생각이 많이 흔들린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달리지 않을 수도 없고....... 사실 마라톤을 생활화 하면서
일요일은 마라톤과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고 그래서
일요일 날 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훈련을 하는 게 일상사처럼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대회가 없는 일요일에는 장거리 달리기를 많이 했었는데
요즈음에는 꽤가 생겼는지 연습조차도 대회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회에 더 많이 참가를 하려고 한다.
무더운 날씨에 대회를 참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너무 빠르게 달리지
말자는 것이다. 어차피 좋은 기록을 내기란 어려운 것인 만큼 적절하게
페이스 안배를 하면서 달려 후반에도 너무 힘들지 않는 달리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마라톤 대회를 여행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달리면서 주변경관도
감상하고 함께 달리는 러너들과 대화도 나누고, 그리고 대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나누면서 달리자고.......
수안보 대회는 그런 마음을 갖고 참가하기로 했다. 풍광이 수려한
충주 근교에 있는 수안보. 예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어서인지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대회시작 1시간 전쯤 도착하여 가슴에 배번을 달고 준비운동을 하고
그리고 몇몇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왕 체력의 소유자 맘만오빠
김성수님과도 만나고, 울산마라톤 클럽 달리기 광 장재복님과도 만났다.
장재복님은 나와 주로에서 자주 만난다. 최고기록이 2시간 54분이고
서브쓰리를 15회 했으며 풀코스 완주는 68회째라고 한다. 대단하다.
대부분의 대회들이 수도권에서 열리기에 울산에서 서울까지 다니며
68회를 달렸다는 것이 달리기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는 가를 가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카(생활체육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수안보 마라톤대회. 벌써 5회째지만
지금까지 줄곧 참가를 하지 않은 것은 사카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
서이기도 하지만 대회진행도 어설프고 참가자에 대한 배려가 저조하다는
인식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서이다. 오늘도 더운데 주로에서 물이나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정시보다 10분 정도
늦은 9시 10분쯤 출발을 했다.
몸이 가벼워서인가 초반부터 빠르게 달려 나갔다. 빠르다는 생각을 갖고
속도를 늦춘 게 5km 지점이다. 7km까지 많은 주자들을 보내고 적당한
페이스라고 생각을 하고 다른 주자들과 발을 맞추어 달리기 시작한 것이
8km 지점이다.
소나무님도 이 지점에서 만났다. 소나무님은 올해 나와 7번의 풀코스
대회를 함께 달렸다. 지금까지 3승 4패로 오늘 내가 이기면 4승 4패가
된다. 오늘은 내가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소나무님도 만만치 않기에 섣불리 장담을 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님과의 동반 레이스는 20km까지 이어졌다. 달리면서 페이스가 조금
느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꾹 참고 30km까지 가서 승부를 걸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나의 착각이었는가.
21km 지점부터 소나무님이 무척 피곤한 기색에 발소리가 터벅터벅 큰소리
가 났다. 이제는 소나무님보다 앞서서 달려도 소나무님이 따라올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혼자서 앞서 달려갔다. 앞서간 많은 주자들을 추월했고 컨디션도
좋았기에 그 속도로 골인 점까지 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32km 지점부터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고 페이스가 느려지면서
허기도 지고 갈증도 느껴졌다.
페이스가 느려지니 뒤따라오는 소나무님이 의식이 되었다. 만약 추월을 하면
다시 재 추월을 하자는 강한 마음을 먹고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겨갔다.
드디어 35km지점에서 소나무님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30미터 간격으로 1km
정도를 뒤따라가면서 머릿속으로 많은 갈등을 했다. 계속 뒤따라가면서
마지막에 승부를 겨룰 것인가 아니면 이쯤해서 먼저 가라고 하고 쉬운
레이스를 할 것인가. 결론은 후자를 선택했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내기를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자존심을 건 대결도 아니기에 굳이 승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은 에너지를 적절히 안배하며 마지막 거리를 달리자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렸다.
스스로와의 타협으로 긴장을 늦추어서인가. 천천히 달리는데도 조금 전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더 피곤하게 느껴지고.
수안보 코스의 39km 지점에서 시작되는 긴 언덕길은 후반의 지친러너들을
더 힘들게 하는 마의 구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2km를 남겨두고 시간을
보니 열심히 달리면 3시간 20분 안에는 골인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해서 달리기를 이어갔다. 드디어 골인점이 보이고
하프에 참가한 칼린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두 손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골인을 했다. 3시간 18분 46초.
먼저 도착한 소나무님이 빙그레 웃는다. 바로 앞에 골인한 장현님도 반갑게
맞이하고........ 대회장 바로 옆에 있는 상록호텔 온천에서 사우나를 하고
대회본부에서 제공한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나니 대회에서의 피로감이
말끔히 씻어진 듯하다.
사카대회도 이제 많은 발전을 한 것 같다. 대회 진행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
다. 걱정했던 급수공급도 원활했고 주로 통제도 잘 된 것 같다. 한가지
지적을 하자면 거리표시를 기존 팻말에만 의존을 하고 후반에 매 1키로 미터
마다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늘 함께 참가한 치타님은 3시간 38분으로 선전을 했고 오랜만에 참가한
칼린지브란 강미진님은 하프 전체 5위로 입상을 했다.
마라톤은 달리고 나면 별거 아닌데 달릴 때는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
더운 날의 마라톤. 어떻게 즐겁게 달릴 것인가. 다음 주의 화천대회에서
그 해답을 찾아봐야 되겠다.
<구간별 기록--매 5km>
20분 41초, 22분 05초, 22분 33초, 22분 06초. 23분 03초.
23분 07초, 25분 14초, 28분 28초, 11분 29초.
계--3시간 18분 4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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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빨래를 짜내듯 땀을 짜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맛있는음식 많이드시고 화천대회 즐겁게 달리시기를 바랍니다. 소나무님과 3승 5패라????? 휘리릭~~~~
천리마님 말대로 마라톤 여행 한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대회에 임했으면 합니다.메이저 대회만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기록경신을 노려보고 다른대회는 연습이나 여행처럼 하면 훨씬 쉽고 즐거운 마라톤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더운 날씨에 완주하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천리마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