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가 가까워지니 점심 먹기가 어중간하다.
선착장 부근을 고내히 한바퀴 돌고 나와 농협마트에서
막걸리 한병과 빵 두개에 우유 한개를 산다.
오래전 희방폭포 위에서 충호형을 만난 일이 생각난다.
버스같은 커다란 캠핑카 한대가 서 있는 봉래산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복수초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얼른 보이지 않더니 밥그릇처럼 오무린 꽃이 보인다.
무릎을 꿇고 찍고 있는데 노래를 흥얼이며 내려 온 남자가
"여기도 있네요." 한다.
"정상엔 몇 개 활짝 피었어요. 예년보다 많이 줄었어요, 누가 캐가버린건지"
경상도 말투로 말하며 노랠 부르며 여유있게 내려간다.
꽃이 꽤 보인다.
노루귀나 바람꽃을 볼까하고 두리번거리지만 안 보인다.
천천히 오르며 좌우를 살피지만 더 보이지 않는다.
능선 첫 바위에 서니 먼쪽으로 흐릿한 섬들이 늘어섰다.
바위 사이와 소사나무 구부러진 길을 지나 2봉우리를 넘으니
노란 복수초가 더러 보인다.
정상 봉수대에 앉아 엄포 앞바다를 내려다 본다.
빛나는 햇살이 바다에서 다시 오른다.
꼭두여와 그 뒤로 손죽도 초도가 흐릿하다.
막거리를 병나발 불며 빵으로 안주를 한다.
편백숲 쪽을 돌아오면 바람꽃을 만날지도 모르지만 포기하고
되돌아온다.
나로도 어판장에 들르니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문앞의 가게에 서 있으니 광어 한마리 가리키며 4만원에 가져 가란다.
매운탕까지 가져오며 바보와 동생네에게 연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