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까지 9000대의 사전 예약을 받은 K5가 올해 중형차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K5는 부산모터쇼에 첫 공개되면서 많은 일반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람객들은 멋진 스타일과 넓은 실내가 마음에 든다는 반응이지만, 가격이 약간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인기는 대단한 수준이다.
K5가 이토록 관심을 모으는 이유 중 하나는 동급 최초로 적용된 장비들이다. K5가 수입차 못지않은 외관을 자랑하는 것은 LED 포지셔닝 램프 덕이 크다. 헤드램프와 안개등 사이에 자리한 LED 램프는 헤드램프를 켜지 않아도 차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어 안전도가 높아진다. 특히 악천후 때 주변 차량들에 의한 인지도가 높아져 사고를 막을 확률이 높다.
▲ 스티어링 휠에 '에코' 버튼을 장착했다.
K7의 경우 헤드램프에 간접조명 방식의 면 발광 LED 램프를 달았으나, K5는 수입차에 많이 쓰는 직접 조명 방식의 LED 램프로 젊은층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동급 베스트셀러인 현대 쏘나타에 없는 장비가 K5에는 대거 적용돼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이 동급 최초이며, 운전석과 조수석에 통풍 시트를 적용한 것도 K5가 처음이다. 급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으로 비상등을 점멸해주는 급제동 경보시스템(ESS)도 K5가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
국산 가솔린 승용차로는 처음 적용된 ‘액티브 에코 시스템’도 눈길을 모은다. 종전의 에코 시스템이 단순히 램프 상태로 운전자의 경제운전을 유도하는 데 비해, 이 장비는 에코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변속기가 연비를 최적화하는 모드로 바뀌는 게 특징이다.
또한 기아차는 국내 최초로 K5 택시에 ISG(Idle Stop & Go)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차량이 정차할 때 엔진을 정지시켰다가 출발하면 자동으로 다시 엔진이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차가 멈춰선 상태에서 기어를 D레인지에서 N(중립)으로 바꾸면 엔진이 정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은 뒤 D레인지로 바꾸면 엔진이 다시 시동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료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기아차는 이미 유럽에서 시판 중인 씨드에 ISG 모델을 갖추고 있으나, 지난해만 해도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수동 변속기에만 이 시스템이 적용됐다. 기아 씨드 ISG 모델은 본지에서 이미 지난해 4월7일자 기사에 시승기로 상세히 다룬 바 있다.
기아차가 동급 최초로 적용하는 VSM도 눈길을 끈다. 이 장비는 자세제어장치인 VDC보다 한 단계 앞선 장비로, VDC 기능에 ABS, HAC(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BAS(브레이크 보조 시스템) 등에 조향 안전성 컨트롤 기능까지 결합한 것이다. 렉서스가 채택하는 VDIM(차체 통합 역학 컨트롤)과 유사한 장비다.
▲ K5는 동급 최초로 송풍 시트를 적용했다.
이밖에도 K5는 스티어링 휠이 90도 이상 돌아간 상태에서 시동을 걸 경우 계기판에 표시해주는 핸들 정렬 알림 기능을 동급 최초로 적용했으며, 시트 전체가 데워지는 바이오 온열 시트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K5에 대한 경쟁사의 경계심은 부산모터쇼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 사장은 K5에 직접 앉아보며 차안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K5가 어떤 것 같냐”고 묻자 위르띠제 사장은 “SM5의 좋은 라이벌이 될 것 같다”면서도 자세한 얘기는 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GM대우의 마이크 아카몬 사장과 릭 라벨 부사장, 김태완 부사장도 K5를 꼼꼼히 살펴봤다. 하지만 역시 이들도 구체적인 멘트는 자제했다.
엔진은 2.0 쎄타Ⅱ와 2.4 GDI, 2.0 LPi 등 세 가지. 주력 모델인 2.0 가솔린 엔진은 165마력이며, 2.4 GDI는 201마력으로 두 엔진 모두 YF쏘나타와 동일하다. 2.0 LPi 엔진은 최고출력이 144마력으로 타사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며, 최대토크 역시 19.3kg‧m로 K5 2.0 가솔린(20.2kg‧m)과 별 차이가 없다.
K5의 기본형인 ‘2.0 스마트(수동)’는 1975만원이며, 주력모델이 될 럭셔리는 2495만원, 프레스티지는 2595만원이다. 2.4 GDI는 최고급형 노블레스가 2965만원인데, 여기에 액츄얼 내비게이션과 파노라마 선루프, 컴포트 시트Ⅱ, 18인치 휠&타이어를 모두 장착하면 3302만원이다.
K5는 가격이 올랐지만 편의장비를 대거 보강해 수입차와의 한판 승부도 볼 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토요타 캠리(3490만원)나 혼다 어코드(3590만원), 닛산 알티마(3390만원) 등 ‘일본 대중차 3인방’을 쏘나타, K7과 함께 협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모터쇼에서 가격이 공개된 스바루 레거시는 출력이 172마력에 불과한 데다 이들 모델보다 비싼 3690만원에 출시돼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