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신기전이 이런 무기였다고!
저는 너무 놀랐어요.
세종 30년 1448년, 조선은 고려의 화학기술을 전수받아 '신기전'이라는 무기를 비밀리에 개발 중이었어요. 하지만 명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조선의 아비 나라임을 자칭하는 명나라에서 자식 나라, 신하 나라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는 않겠지요.
신기전을 만들던 도감 해산은 신기전의 제조법이 담긴 총통등록과 함께 딸 홍리를 피신시키고
자폭합니다. 오직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죠.
영화 <신기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네 인물을 주의깊게 보았습니다.
결국 신기전을 성공적으로 만들게 된 것은 수많은 민초와 장돌뱅이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주요 네 인물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내금위장 창강은 도감의 딸 홍리를 장사꾼 설주에게 피신시킵니다.
안전한 곳에서 신기전 제작을 끝마치려고이지요.
독한 역에서는 더 이상 독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착한 역에서는 그렇게 착할 수 없는 얼굴을 하는 이 배우, 허준호....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신기전 제작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홍리를 감옥에 넣는 그...
임금 앞에서 고개 숙인 그는 눈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립니다.
그러자 세종이 뭔가를 내미는데...(저는 이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무슨 물건인지...칼 같기도 하고)
그곳에 써 있는 단 하나의 글자 自(스스로 자)-> 네 맘대로 해라, 이 뜻 아니겠어요?
그리고 내금위장 창강은 명나라 군사와 여진족 10만 군사와 대항할 생각을 합니다.
아, 정말로 멋진 장군입니다.
또 한 명 홍리...
화약 만드는 도감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뜻을 좇아 신기전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 여자, 이 어찌 조선의 여장부라 아니하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 배역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입니다. [*한은정]
웬지 현대물에 어울리는 외모가 자꾸만 영화 보는데 걸림돌이 되네요.(제가 너무 예민한가요?)
대사를 말하는 것도 어색하고요.
늘씬한 체격과 이쁜 얼굴이 보기는 좋으나
강인하고 똑똑한 조선의 여인 역할에는 좀 덜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또 한 사람 장사꾼 설주.
그는 돈과 손익계산에 밝은 사람이었지요. 처음에는...
고려의 화약 기술자의 자손인 설주는 조선이 건국되면서 부모를 모두 잃고
어찌보면 조선에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요.
그의 화려한 액션과 가벼운 유머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에 웃음을 주어
관객을 편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세종....
지금 KBS에서 '대왕세종'이 방영되고 있어요.
영화 속의 세종은 늙어 세자와 늘 함께 국사를 의논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세종은 멋졌습니다. 비록 영화 속이라 하더라도 그의 말은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명나라 군사와 여진족 군사 10만을 '신기전'으로 무찌르고 나타난 홍리와 설주..
떠나는 그들에게 절을 하는 장면...
어찌 임금이 백성에게 절을 하느냐는 놀란 신하들의 말에 그가 하는 말...
"한낱 적국의 사신에게도 4배를 하거늘 하물며 우리나라의 백성에게 절을 하는 것이 어찌 허물이 된단 말이더냐?"
"짐은 왕이요, 그대들은 황제니라!"
이 장면에서 "멋져 부렸어!"하고 중얼거렸지요.
왕이, 대통령[*2MB는 죽어도 못하쥬!]이 다 이렇게 말한다면 어찌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데모가 성하겠습니까?
마지막 장면 싸우는 장면에서 신기전의 위력을 보고
덩실덩실 춤을 추지 않을 관객이 어디 있을까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전> 같은 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자, 이제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아갑시다!
* 극중 중국 사신행렬이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로 대단했어요.
이 장면은 한국영화 최초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실제로 촬영했다네요.
여기서 세종이 중국 사신에서 절을 네 번 하는 치욕적인 장면이 나오지요.
하지만 이 장면은 따로 찍어서 합성한 거래요.
역사에 기록된 일이긴 하지만, 경복궁쪽 말이 국민 정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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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선생님은 촌철살인의 평을 잘하셔요. *아스테리크 마크는 심상우가]
첫댓글 어머,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가슴이 벌렁벌렁....저 혼자 제 카페에서 주절주절했던 글이 여기에 올라있는 걸 보고, 떨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제대로 잘 썼나 해서)....저는 소심한 여자거든요.
나도 이 영화 보러 가야겠어요! 감사해요!
신기전에 잘 맞아 떨어지는 멋진 평입니다, 아조 재미있었구요. 세종의 말, 정말 멋져 부렀어요!!!!
덕수궁에 신기전 모형이 있습니다. 영화도 봐야겠네요.
내일 조조 가 봐야징,
한국 영화는 보고 나면 늘 뒤끝이 짠하고 한이 남게 되는데, 이 영화는 스트레스까지 확 날려버리더군요. 무검움과 가벼움이 잘 조화된 듯...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