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거리 / 홍속렬
종로 거리를 걸을라치면
젊은 시절 큰 열등감을 안고
종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자랑스럽고
서울내기가 된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 서울 수학여행을 와
처음 서울 구경하던 때 1950년대에도
서울엔 자동차와 사람이 많았고
“서울 가면 눈뜨고도
코 베어 간다,” 는 말이 떠돌아
서울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때 어린 시절에 봤던
서울의 번화가가 늘 눈에 잊혀지지 않아
시방 생각을 되돌려보면 낙원동 어느 여관에
숙박했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군인으로 최전방에 근무할 때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해보고
배우려는 의도로 종로에 있는
클래식 음악감상실 르네쌍스를 찾아
잘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한다고
알토란 같은 외출 시간을
몇 시간씩 할애해 음악을 듣던 때
그 당시의 종로는 나의 로망이었다
많은 세월이 지나고 이제 서울에의
열등감이 해소되고 서울의 모든 걸
꿰차고 있는 요즘엔 서울은
내 집 안마당 같고 서울 사람이 됐다.
그래
유년 시절과 젊었을 땐
가난의 열등감으로 무거운
어깨에 짐 지고 걷던 종로 거리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 흰 머리와
벗겨진 대머리의 작은 머리털을 날리며
가슴을 펴고 걷는 오늘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