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대유행한다는 기사가 가끔씩 실리기는 했지만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 알았다. 인천공항 검역에서 중국에서 들어온 승객 몇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만해도 중국의 지도를 펴놓고 우한과 장가계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면서 오월에 계획해 놓은 형제들의 해외여행 일정은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그때쯤은 끝이 나겠거니 하며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2월 중순에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31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확산의 신호탄이었다. 연일 수백 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자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는 데도 마스크는 꼭 써야하고, 외출해서 돌아오면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으라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가급적 가지 말라고, 코로나19의 예방법이 특보로 종일 TV로 방영되었다. 모든 일상은 매몰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국가의 모든 역량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모아지지만 정치권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만 늘어놓는다. 모임은 취소되거나 연기를 거듭하고, 모든 학교도 개학을 몇 차례 연기되었다. 시골 오일장까지 폐쇄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농사철은 다가오는데 한 해 농사 준비도 해야 하는데…, 막막하고 갑갑한 나날이 지속되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확산되어 팬데믹(pandemic)이 선포되었지만 농사만큼은 버릴 수가 없기에 사월이 되자 남창 오일장은 열렸다. 불행 중 다행, 농민들에게는 약간의 숨통이 트였다. 주민이나 상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킬 것을 믿고 개장시키도록 한 것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철저하게지 사회적 거리두기나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간혹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어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장골목 한편에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파는 가게가 있다. 평소부터 청결하고 위생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가게다. 그 가게 앞에 두부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위생복에 마스크로 무장한 여주인은 항상 바쁘다. 두부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을 들고 신기해하고 있다. 손님에게 받은 돈은 무조건 커다란 비닐 봉투 속으로 집어넣고 거스름돈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다른 봉투에서 꺼내어 주고 있다. 거스름돈은 모두 소독을 하여 빳빳하게 다려진 돈이다. 삼천 원짜리 두부 한 모를 사기위해 오만 원 권을 내는 사람도 있다. 가진 돈이 그것 밖에 없으니 도리가 없겠다. 포장된 두부를 자체 제작한 위생봉투에 담아서 건넨다. 거슬러 받은 사만 칠천 원은 만원 넉 장, 오천 원 권 한 장, 천 원 권 두 장이다. 모두 일곱 장의 거스름돈은 소독하고 다려진 돈이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서 이사람 손에서 저사람 손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옮겨 다니는 돈. 오늘 같은 장날에는 많이도 돌고 돈다. 거스름돈 사만 칠천 원(일곱 장)도 일반적인 상점처럼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팔고 받은 돈으로 거슬러 주었다고 생각하면 최소 일곱 사람, 많게는 옮겨 다닌 만큼 곱한 만큼 많은 사람의 손을 그쳤을 것이다.
그 중에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하다. 그 두부가게에 들어간 돈은 소독과 다림질을 그치지 않고는 나오지 않는다. 두부가게 주인의 코로나19 예방법은 생각할수록 기특하다. 모든 사람이 이처럼 남을 배려하고 위생에 힘쓴다면 코로나 확산은 어림없을 것 같다. 국민 모두가 코로나19로 우울해하고 어려워한다. 그럴수록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기보다 중지를 모아 협력하고 각자의 역할에서 충실했으면 한다. 국가는 국민을 배려하고 국민은 국가의 정책을 믿고 따른다면 위기를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바이러스는 공평하다. 누구나 걸릴 수도 있지만 예방할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남을 탓하고 정책을 비난하기보다 자기에게 들어온 돈을 소독하여 내보내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코로나19는 반드시 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