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의 스타팅 오더를 살펴보면 그 팀의 올 시즌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총력전을 기울일 것임에 분명한 개막전 스타팅 멤버야 말로 그 구단의 전력을 투영하는 가장 좋은 거울이 되는 것이지요. 부상으로 인한 변수가 있을 수는 있으나, 왠만큼 짬밥을 먹은 프로선수라면 부상 때문에 개막전에 결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늘 발표된 각 구단의 엔트리야 말로 03시즌 팀을 이끌어갈 핵심 전력들이라고 가정해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1. 부득이하게 빠진 선수들.
일단 작년시즌부터 재활에만 매달리고 있는 트윈스의 김재현과 자이언츠의 문동환의 공백이 가장 눈에 띕니다.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SK이승호의 엔트리 제외도 눈여겨 볼 만 하지요. 임선동이나 정민철, 최원호 등 각 팀의 주력급 투수들은 개막 2연전에 출전하지 않는 이유로 제외된 케이스이니까 전력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2. 엔트리를 바탕으로 한 팀별 분석
라이온즈의 엔트리는 지난 해 우승멤버들을 그대로 옮기고 강명구 선수만 추가된 형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모르지만, 일단 올 시즌만 놓고 본다면 공격력에서는 별다른 약점이 없다고 봤을때, 12명을 투수로 채운 선택은 아주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엘비라와 권혁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좌완 투수가 없다는 점이 일단 약점으로 작용할 것 같구요, 이정호 선수가 과연 올해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입니다. 김진웅과 배영수는 일단 예년의 모습을 어느정도 찾을 것이라고 보는데, 노병오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요.
트윈스는 의외로 8명의 투수만으로 엔트리를 구성했습니다. 이승호와 이동현이 각각 선발로 등판하게 되겠네요. 김민기 선수가 당장 실전투입이 어려울 경우 정재복이 진입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는데, 시범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위태로움 때문인지, 이광환 감독의 믿음을 사는데는 실패했나 봅니다. 양적으로 풍부한 내, 외야 요원들은 일단 파괴력 면에서 상당히 부족해 보입니다. 과연 이들이 얼만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군요.
4명의 신인을 엔트리에 포함시킨 기아는 역시 이름값으로 보면 상당한 짜임새가 생겼습니다. 용병투수들에게 종종 적용되고 하는 2년차 징크스(?)가 이 두명의 괴물 투수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호타준족, 철벽수비를 자랑하던 정성훈의 공백을 누가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입니다. 박재홍과 진필중이 과연 전성기의 모습과 비교하여 얼만큼이나 비슷한 활약을 펼칠 것인지도 주목되는데, 위의 4가지 변수만 충족된다면 기아는 분명 우승권입니다.
현대는 위재영과 임선동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투수진의 면면이 정말 화려하네요. 물론 정민태가 삽질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예전에 정민태-김수경-임선동-바워스-위재영-마일영 이라는 선발진이 구성된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었습니다. 이름값으로만 본다면 80승은 먹고 들어갈 선발진이군요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들의 투수진은 여전히 평균 이상입니다.
우즈도 없고, 진필중도 없고, 레스와 콜도 없는 두산의 엔트리는 정말 안스러울 정도네요. 권명철과 성영재가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야 할 상황이라면 그들의 투수진이 예전에 비해 얼마나 몰락했는지, 부상이라는 괴물이 얼만큼이나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별다른 부상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겠지만,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빠진다면 그 선수는 십중팔구 프로로서의 몸가짐이 덜 된 선수입니다. 개막전 엔트리가 부상없는 풀전력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 뿐, 전혀 자랑스러울 일이 아닙니다.
김태한과 조웅천을 제외하면 이용훈이 SK투수중 가장 노장(?)입니다. 정말 젊디 젊은 SK투수진의 모습이 개막전 엔트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군요,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이승호와 윤길현, 조진호까지 합세한 투수진이 이들의 진짜 투수력입니다. 시즌 내내 강한 투수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점점 궁금해 지는군요. 이들은 내야 요원이 9명으로 8개구단중 가장 많습니다. 김민재-정경배 키스톤에 송재익-최태원이 백업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디아즈의 포지션에 따라 많은 변동이 생기겠죠. 1루 요원은 세명이나 되고 3루 요원은 안재만 한명입니다.
이글스는 뭐 무난한 엔트리입니다. 신민기 선수가 제외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긴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고, 안영명 선수 역시 후반기부터 출격시킬 예정이라 했으니 그다지 아쉬워할 일은 아니겠지요. 어린 투수들이 더 많이 포함되면 좋았겠지만 현재 투수진 사정상 솔직히 엔트리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김해님 선수 제대하면 누구를 밀어내고 들어와야 할지도 의문이네요.
모든 이들의 평가에서 독보적인 꼴찌 후보로 꼽히는 롯데의 엔트리는 그들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화염마왕은 숫제 엔트리에 끼지도 못했군요. 저 멤버중에서 손민한이 마무리로 간다고 가정하면 선발하고 중간은 대체 누가 맡을지 정말 궁금하군요. 공격면에서도 별로 위협적인 선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녕 롯데의 몰락은 올시즌 까지도 계속되려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은 3강 4중 1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경완과 박재홍이 빠져나가긴 했고, 팀 전체가 조로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긴 하지만 유니콘스는 분명 이기는 방법을 아는 팀인만큼 3강으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아를 최강권 전력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정성훈의 공수 공백이 분명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클 것이고, 이종범 선수가 94~97년의 이종범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단조로운 구질에 힘으로만 승부하는 마무리를 지닌 삼성 역시 완전무결한 전력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아무튼 이 세팀이 상위권을 형성할 것 같긴 합니다. 나름대로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팀들에 비해선 약점이 좀 더 적으니까요.
서울의 두팀과 인천의 한팀, 그리고 우리 이글스는 4위 티켓을 놓고 피말리는 혈투를 벌여야 할 것입니다. 자이언츠는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올해에도 순위표의 맨 밑에 이름을 올릴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