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375〉
■ 동승 同乘 (하종오, 1954~)
국철 타고 앉아 가다가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 살피니
아시안 젊은 남녀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늦은 봄날 더운 공휴일 오후
나는 잔무 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
저이들이 무엇 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
서로 마주 보며 떠들다가 웃다가 귓속말할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모자 장사가 모자를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머리에 써 보고
만년필 장사가 만년필을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손바닥에 써 보는 저이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낯짝 부끄러웠다
국철은 회사와 공장이 많은 노선을 남겨 두고 있었다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
- 2007년 시집 <국경 없는 공장> (삶창)
*요즘은 언제 어디서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심심찮게 눈에 띌 만큼 우리사회는 개방되고 다양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세대들은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아직도 그들에 대해 이국적이고 우리와 다른 외관으로 인해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특히 백인들에 비해 흑인이나 파키스탄 등 서남아인들은 키가 크며, 얼굴이 험상궂은 편인 데다 수염까지 덥수룩해서 그들 몇몇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괜히 긴장되고 불안감이 생기는 경험을 우리 대부분은 겪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닫혀 있다는 증거겠지요.
우리들의 이러한 마음을 대변하듯이 이 詩는, 국철을 타고 가다가 앞에 앉은 아시안 젊은 남녀를 편견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일기형식으로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처음에 시인은 그들의 다른 겉모습을 보며 그들이 우리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깃털 색깔이 다른 새’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차별적인 관점을 부끄러워하며 반성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겉모습은 달라 보여도 결국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승한 이웃이라는 인식을 통해,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군요.
그나저나 최근엔 시골 면사무소 소재지마다 아시아마켓이 한두 개쯤은 눈에 띄고 있네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