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로 오시게
박문재
가슴에 응어리진 일 있거든
미사리 지나 양수리로 오시게
청정한 공기
확 트인 한강변
소박한 인심이 반기는 고장
신양수대교를 찾으시게
연꽃들 지천 이루는 용늪을 지나
정겨운 물오리 떼 사랑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침 안개 자욱한 한 폭의 대형 수묵화
이따금 삼등열차가 지나는 무심한 마을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그냥 맨 몸으로 오시게
돛단배 물 위에 떠서 넌지시 하늘을 누르고
산 그림자 마실 나온 다 저녁답 지나
은구슬 보오얗게 사운거리는 감미로운 밤이오면
강저편 불빛들 일려종대로 서서
지나는 나그네 불러 모으는 꿈과 서정의 마을
마흔해 떠돌이 생활
이제 사 제 집 찾은 철없는 탕아같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뜨겁게 속살 섞는 두물머리로
갖은 오염과 배신의 거리를 지나
가슴 넉넉히 적셔 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처용의 마을
이제는
양수리로 아주 오시게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면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하나 아주 막연해질 경우가 있지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럴때 가 보고 싶은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 중 한 군데를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두물머리
흔히 양수리라고 하지요
비를 맞으며 올림픽대로를 달려 도착한 두물머리
바람에 일렁이는 드넓게 펼쳐진 밀밭과 그 뒤 구름에 잠겨 있는 운길산
그 산속에 연꽃처럼 피어있는 수종사 또한 비가 오면 찾고 싶은 곳 중 하나입니다
두물머리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兩水里)에 있는 관광명소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
예전에는 이곳의 나루터가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 있는 강원 정선군과 충북 단양군,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인 탓에 매우 번창하던 곳입니다
그러다가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육로가 신설되자 쇠퇴하기 시작하여,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고 이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되자
어로행위 및 선박건조가 금지되면서 나루터 기능이 정지되고 지금처럼 적막해 졌습니다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두물머리의 물안개를 보신적이 있나요
강가로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 옆 옛 영화가 얽힌 나루터를 거닐어 보셨나요
아름다운 강가마을은 연중 웨딩· 영화· 광고· 드라마 촬영 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며
겨울 설경과 어우러진 황홀한 일몰은 그 아름다움에 취한 사진작가들의 최고 인기 출사지이기도 합니다
주변에는 다산 정약용, 한음 이덕형의 묘 및 생가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고,
인근 문호리에는 카페촌이 형성되어 가족이나 데이트 연인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금남리 도로변에는 서울종합촬영소가 있습니다
촬영소 옆 복합문화 공간인 두물워크샵에서는 음악회· 건축전· 미술전 등 연중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답니다
드넓은 강가를 에워싸고 있는 수 많은 산산산
그 산은 물이 좋다며 달려듭니다
그래서 바람이 일고
그 바람에 출렁이는 갈대들
가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비록 인공적인 모습의 연못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아빠와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연과 하나되어 우리에게 저절로
입가에 미소짓게 만듭니다
내가 연꽃을 사랑하는 것은
비록 진흙 속에서 나오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겼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가 곧고 덩굴지지도 않고
가지도 치지 않기 때문
꽃향기는 멀어질수록 맑아지며
우뚝선 깨끗한 모습은
멀리서 바라볼 뿐
가까이서는 볼 수 없으니
연꽃은 꽃 중의 君子다
중국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 중에서
혼자 피어 있는 연꽃이
어찌 그리도 고고해 보이던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어 보았으나
허락없이 사진을 찍는 무례한 내 모습에
한 점 눈길조차 주지 않는구나
이 뭣고?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이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풀꽃의 노래
이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비 그리고 두물머리 연인
엄태석
어느 비가 내리던 날
두물머리 강가에
연인이 앉아 있습니다
그녀는 우산도 접은 채
그냥 비를 맞고 있습니다
곁에서 비를 막아주는 당신이 있기에
내리는 비는 연인의 강을 흘러
저 멀리 저 멀리 떠나갑니다
빗속에 앉아 있는 당신과 나는 두물머리 연인
첫댓글 지리산 자락을 감돌아 흐르는 섬진강은 아늑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이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도도히 흐르는 두물머리강은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곳인거 같아...
두물머리에가면 어떤힘이 용기가 삶에애착이 용솟음치고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살아숨쉬고 있다는것에 어떤 희열 같은것을 느끼며 잠시후에 삶에 찌든 일상으로 돌아올지라도 그곳을 바라보며 지내는 순간 만큼은 그래도 행복하구나 아름다운세상 살아볼만한 세상이구나 모든것이 힘들지라도 살아있다는것에 고마움과 잠시라도 행복감을 같게돼...
수인이가 두물머리에 푹 빠졌네~~ 내가 두물머리 느낌을 표현한 글에 대해 아주 상세하고 리얼하게 해설해 놓은거 같군..ㅎ
빠져도 빠져도 좋군요우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