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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줄거리, 결말, 해석-퍼온 글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상 황금종려상, 미국 골든글러브 외국영화상, 미국 배우조합상(SAG) 최고상 베스트 앙상블상
한국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상 황금종려상을 그것도 만장일치로 받게 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기생충을 여러 차례 거듭 보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현실 세계에 대한 세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감독으로 굉장히 유명하기 때문에 영화 한 순간마다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감상했더니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게 몸소 느껴졌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기철(송광호)의 가족은 전부 번듯한 직장 하나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백수 가족입니다. 어느날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찾아와 고액 과외 자리를 소개해 줍니다. 기우는 누이 기정(박소담)의 도움을 받아 명문대 졸업증명서를 위조한 뒤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션균)의 집에 찾아가게 되고 손쉽게 박사장의 딸 다혜의 과외선생님으로 취직하게 됩니다. 그렇게 기우의 취업을 필두로 기우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숨긴 채 기정은 다송이의 미술 선생님으로, 기택은 박사장의 운전기사로, 충숙은 집안의 가사도우미로 줄줄이 취업하게 됩니다. 자! 줄거리는 여기까지 설명하겠습니다. 아래에는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한 굉장히 주관적인 해석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보고난 후에 읽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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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네 가족은 반지하라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구조의 집에서 살아갑니다. 그곳은 지상도 지하도 아닌 공간이며 쾨쾨한 냄새와 곱등이가 들끓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마치 박사장의 집처럼 햇빛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이상과 현실이 오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이 가난을 벗고자 하는 욕망(의지)과 좌절(순응) 사이에서 위태로운 물타기를 하게 될거라는 걸 암시합니다.
언젠간 대학에 합격할 거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4수생 백수인 기우와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창업에 계속 도전하는 가장 기택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것보단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반지하 아래로 내려가면 안 된다는 공포를 가진 채로 매 순간 더 나은 삶을 위해 갈망하고, 계획하지만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그 계획과 희망은 번번이 무너지고 맙니다.
영화에서 표면적으로나 등장 인물의 이름(기우, 기택, 기정, 충숙)으로 생각해보나 확실히 기생충은 기우네 가족이며 숙주는 박사장의 가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박사장의 가족 또한 기생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무지에 기생하면서 무지가 주는 안락함만을 섭취하는 또 다른 기생충이죠. 그들은 기우네 가족의 얕은 계략에 손쉽게 속아 넘어 근거 없이 사람들을 해고하거나 고용합니다. (사실 영화 기생충의 가제가 '데칼코마니'였다고 합니다. 데칼코마니도 상당히 적절한 제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기우네 가족은 결국 쉬운 길(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을 택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불법인 일들을 저질지만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전혀 자각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돈만 있다면 누구나 다 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치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할 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잘 차려입고 배운척 연기해 보아도 수 십년 간 몸속 깊숙이 베인 반지하의 퀴퀴한 곰팡이 냄새(현실)는 숨길 수가 없습니다.
기우내 가족은 주인집 내외가 자신들에게 보내는 무시와 멸시는 기분 나빠하면서도 정작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지하 벙커에 사는 사람에겐 더 가혹한 핍박을 가하는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오줌 누는 행인에게 물을 끼얹고 계단을 오르는 아줌마를 발로 차 밀어버리는 장면을 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알 수 있지요.
기생충 영화에는 굉장히 많은 종류의 계단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계단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계층과의 격차라고 생각합니다. 지하 벙커에 사는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차상위 계층(=가난에 완전히 잠식당해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복지 사각지대의 초극빈층) 이라고 생각해 볼 때 이런 기택의 행동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잘 보여줍니다. 가난한 자들에 대해 동정심을 보이지만 결국 서로를 경쟁자라고 인식하고 물질만능주의의 승리자인 부자들을 동경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말이죠
영화 초반에 기우의 친구가 선물로 가져다준 수석의 의미하는 것은 '부'라고 생각됩니다. 기우의 집이 홍수로 인해 잠겼을 때 수석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약 그 돌이 정말로 수석이라면 물에 가라앉을 테지만 가짜이기 때문에 둥둥 떠 있었을 겁니다.
기우는 그 수석(부=돈)이 가짜라는 것을 알지만 돌을 놓지 못합니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꿈과 이상이 터무니없다는 현실을 알지만 애써 망각한 체로 결국 자본주의를 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판하는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우네 가족은 다송이가 기택과 그의 아내 충숙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기 전까지 전혀 자신들의 몸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그들이 현실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했다는 뜻입니다. 이후 기택은 계속해서 자신의 몸에 나는 냄새(=현실)를 신경쓰게 되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박사장이 말한 결코 선을 넘을 수 없는)에 대한 열등감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박사장을 찔러 죽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왜 죽일까?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기택이 박사장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을 봤을 때 박사장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보단 확실히 내면에 깃들어 있는 열등감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기택은 현실과 마주함과 동시에 다시 기생충 신세를 스스로 선택합니다. 물론 기택이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했어도 결국에는 지하 벙커의 사람들처럼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망각한 체로 완전히 자본주에 잠식된 또 다른 기생충이었을 테지만 말이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기우는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웃습니다. 오히려 울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억지로 웃어야 하는 우리들의 현실처럼 말이죠. 기우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돈을 벌어 박사장이 살던 집을사겠다는 허황된 꿈을 또다시 계획합니다. 이제는 기생충이 아닌 숙주의 삶(자본주의)을 택하기로 결정합니다.
영화 기생충은 보는 사람에 관점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해석될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기택 가족의 시점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상당히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영화 기생충 결말, 해석, 줄거리에 대한 짤막한 포스팅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퍼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