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사랑, 가수 이장희.
콧수염과 오토바이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내마음을 사로잡은 섬 울릉도. 첫발을 내딘 순간, 사랑에 빠진 이 남자, 자신이 죽으면 이곳에 묻어달란다.
30년 만에 신곡 ‘울릉도는 나의 천국’을 발표한 가수 이장희(64). 사람들에게 울릉도가 자신의 천국임을 노래로 널리 알린, 바로 그가 울릉도에 산다.
울릉도 명동이라 불리는 어촌마을, 바다가 보이는 소박한 풍경, 고요한데. 간혹 철석거리는 바람과 파도를 뒤로하고, 언덕에 올라 하얗게 칠한 교회를 지나니 나무로 된 팻말이 보인다.
“울릉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바로 그 시원하게 밀어버린 머리, 동그란 안경. 작지만 다부진 체격, 울릉천국의 주인인 가수 이장희다.
울릉도는 온통 초록빛이다. 형형색색 단풍 진 높은 산봉우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장단을 맞추어 나뭇가지에 매달린 풍경 들이 합창을 한다.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경치에 잠시 시선이 멈추니. 저 멀리에는 작은 나루터처럼 꾸민 연못도 보인다. 집 뒤의 모노레일은 울릉천국을 즐길 수 있도록 설치한 이장희의 배려다.
울릉도에서 사는 이장희의 신나는 모습에, 딸이 아버지와 똑같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울릉도가 아버지 놀이터가 되었네요.”
은퇴하면 대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살려고 했다. 여름철에는 알래스카에서 가을이 오면 하와이에서 살자고 마음먹었다. 거기에 집도 사 두었다. 울릉도를 찾기 전에는 그곳이 천국인줄 알았다.
제주도에 사는 친구에게서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희야, 너 울릉도 가봤니? 안 가봤으면 꼭 한번 가봐라.”
울릉도라는 단어가 가슴에 꽂혔다. 이장희는 곧장 제주도를 떠나 부산으로, 부산에서 다시 포항으로, 포항에서 다시 울릉도 가는 배로 갈아타고 섬에 첫발을 내디뎠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울릉도에 반해버렸어요. 그리고 꿈도 바뀌었어요. 일주일 동안 울릉도를 미친놈처럼 걸어 다녔습니다. 마침내 매력적인 풍광에 마음을 굳혔어요. 알래스카도 아니고 하와이도 아니야! 은퇴하고 내가 살 곳은 바로 여기 울릉도야!”
아름다운 자연을 이야기하자면, 바다 강 호수를 빼 놀 수 없다. 뒤에는 산이 앞에는 호수가 있는 집에서, 아내는 뜨개질하고 자신은 시가 파이프를 물고, 이런 이국적인 풍경이 바로 은퇴 후에 꿈꾸는 모습이다.
울릉도에 정착하다.
“이곳은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이상향이에요. 샘은 물이 많아 한쪽에는 연못도 꾸미고요. 나의 꿈을 실현해줄 땅이기에 울릉천국이라고 이름을 붙었습니다.”
이장희는 울릉도 북면 송곳산 부근에, 땅을 사서 '울릉천국'이라는 집을 지었다. 옆에는 아트센터를 건립하고 남는 땅 500평은 울릉도에 기증하였다.
집은 허름한 1층짜리지만 쪽빛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앞마당엔 봄 햇살을 머금은 연못이 있다. 경관이 좋아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장희의 근황
한동안 뜸 했는데 6년 만에 KBS 가요무대와 불후의 명곡에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부자인줄 알았는데 돈도 다 떨어졌는가벼!
최근엔 KBS2 '불후의 명곡'에서, 과연 내 노래를 좋아할까 의심했으니. 젊은 친구들이 너무 잘해주어서 고마웠다. 옛날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 이질적인 느낌도 들었다며 감탄을 했다.
요즘 와서 중국 또 러시아 비행기가 울릉도 우리 영공을 침범하질 않나. 후배가수 김장훈도 독도 콘서트를 연다고 하질 않나 시선들이 이곳이 모이고 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주변 정리를 했다. 입지 않는 옷, 잡다한 수집품, 읽지 않은 책, 수많은 사진들을, 그가 죽으면 한꺼번에 버릴 것들이다. 울릉도! 나의 뜰 울릉천국을 그것도 늦지 않게 울릉도에 기증할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며 깊은 잠에 들것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죽음이다. 울릉천국에 묻히고 싶다.
영남 형은 화투 짝 때문에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외톨이가 되었다. 그렇다고 파고다 공원에서 소일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그래서 4박 5일 동안 이장희의 울릉도 집에서 보랬다 거기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영남 형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울릉도에 와서 한 것이라고는 세 가지 밖에 없다. “아침에 아침 먹고 점심에 점심 먹고 저녁에 저녁 먹고“ 그럼 다음 네 가지는 뭐야?
차범근은 축구공을 차고
조영남은 윤여정을 차고
나훈아는 김지미를 차고
이장희는 가수생활을 차고
명소란?
울릉도는 벌써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왜냐? 가수 이장희가 산다. 우연인가? 울릉도에는 비행장 공사가 한창이다. 울릉도의 봄은 오고 있다.
모네는 어린 시절 인구 3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서 살았다. 파리와 멀지 않으면서도 도회지의 복잡함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곳이다. 지베르니(Giverny)는 모네가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제는 세계 각지에서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아무리 작고 이름 없는 마을이라도 어떤 분이 살았느냐에 따라 그 마을의 운명이 바뀐다. 모네가 4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당신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당신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명소가 된다면. 욕심일까? 우리나라에도 유명인들의 탄생지를 기념하여 비석이 많다. 이장희라고 예외일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