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공치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조류는 닭입니다.
조류의 70%를 차지하고 1년에 600억 마리가 도축되기도 하는 가금류이니까요.
원래 조류는 공룡의 후손들입니다.
그러니 공룡이 멸종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도축되는 기준으로
2위가 오리로 26억 마리, 3위인 토끼는 22억 마리,
4위인 돼지는 13억 마리, 5위인 염소와 양은 9억 마리,
6위인 칠면조는 7억 마리, 7위인 소는 4억 마리인데
2~7위를 다 합쳐도 닭의 6분의 1도 안 됩니다.
춘천에 닭갈비가 유명하고 치킨집도 매우 성업 중이니
아마도 춘천은 전국에서 가장 닭의 소비가 많은 도시가 아닐까 합니다.
대학 다닐 때는 닭갈비가 비교적 저렴했는데…. 지금은 결코 저렴한 식재료는 아닌 것이 안타깝습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닭은 울음소리로 유명하지요.
특히 닭이 우는 것과 해가 뜨는 것을 동일시 하는 것도 일맥상통합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씀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옛날 중국에서는 닭이 새벽에 안 울고 한밤중에 울면 재수 없는 놈이라고 여겨 잡아먹었습니다.
사실 닭은 새벽에만 우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시시때때로 울지요.
동틀 무렵에 빛에 민감한 닭이 좀 더 시끄럽게 울어대기 때문에 새벽에만 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북한에서는 닭을 많이 기르지 않습니다.
인간이 먹어야 하는 곡물을 닭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북한은 풀만 먹어도 잘 크는 토끼가 훨씬 더 많습니다.
닭의 자연 수명은 평균 10년입니다.
그런데 육계 백숙용으로 기르는 것은 35일에서 50일 사이에 도축되고
산란계도 3년 정도 알을 낳으면 폐계로 도축됩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닭의 횡액인 샘이지요.
흔히 닭대가리라고 해서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지만
닭은 그렇게 머리가 나쁜 조류는 아닙니다.
시골서 닭을 놓아기를 때 먹이를 주는 소리와 자신의 집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보아 왔으니까요.
바다거북은 아무도 몰래 수백 개의 알을 낳지만
암탉은 한 개의 알을 낳고도 온 동네가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물론 천적으로부터의 회피와 인간이 보호라는 나름대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침묵으로 열매를 키워내는 식물들처럼 떠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참 좋은 일을 했으면서도 괜한 공치사로 어렵게 이룬 공을 허공에 날려버리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