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 라이더(Easy Rider)
할리를 타고 떠나는 슬픈 파멸의 길
모터사이클이 나오는 영화로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 영화가 <이지 라이더>다. 저 예산으로 만들어진 데니스 호퍼감독의 이 로드무비는 아메리카 뉴 시네마를 빛낸 영화다. <이지 라이더>는 적어도 모터사이클광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숭배되는 시네마다. 이 영화 앞에는 늘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아메리카 뉴 시네마의 포문을 연 영화><미국 히피문화의 상징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무용지물로 만든 필름> 등이 찬사들이다. 대작 일변도의 화려한 시대극이나 인종차별이 노골화 된 오락영화들이 주종을 이루던 시기에 그들 영화의 10분의 1도 안돼는 제작비로 몇 배의 흥행수익을 올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이지 라이더>다. 흔히 <이지 라이더>는 아메리카 뉴 시네마의 대표작중 하나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마이크 니콜스의 <졸업>등도 이에 속한다. 그리고, 로버트 알트만, 셈 페킨파, 마티스콜세지와 프란시스 코폴라등 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한 감독들도 자신의 기반을 다지며 뉴 시네마의 끝머리에 자리한다. 60년대 히피문화의 영향아래 B급 영화의 반사회, 반문화 대변인으로 반영웅(anti hero) 을 그려낸 뉴 아메리 카시네마는 자본과 전통, 관습에서 이탈한 새로운 영화다. <이지 라이더>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당시의 히피문화에 대한 로드 무비라는 방식으로 생각한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또 두 명의 히피가 마약을 판 돈으로 하레이 데이빗슨을 구입해 국토를 횡단한다는 이야기도 종전의 방식, 즉 서부극 방향(동->서)을 뒤집고 있다. 특히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라스트 신은 헐리우드 금기를 타파하는 리얼리즘으로 드라마에 시대를 각인하는 작업, 피가 통하는 자세를 여실히 보여준 찬란한 장면이었다. <이지 라이더>는 미국의 시대적인 거울처럼 많은 상징과 시대정신으로 점철되어 있다. 50년대 미국전역을 휩쓴 메카시즘의 흔적은 이 영화 속에서도 남아있다. 낯선 카페에서 만난 보안관 일행을 폭행하는 것은 그 상징적인 예다. 보수주의자들인 보안관 일행이 볼 때 빌리 일행은 사회에서 쓸모 없는 암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이러한 단정은 곧 빌리 일행에 대한 한밤의 폭행을 불러오고 조지 핸슨이 죽었지만 그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정의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할 수도 있는 논리다. 아메리카 뉴 시네마를 이해하는 지름길은 베트남 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미 알다시피 베트남전쟁은 미국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아있다. 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발생한 미국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새로운 세상에의 아메리칸 집단 정신분열증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영화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시기 새로운 영화가 선보였고 그 효시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였고 그 정점이 <이지 라이더>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이지 라이더>는 일종의 컬트로 자리잡아 영화를 상징하는 하레이 데이빗슨 오토바이를 불티나게 팔아주는 역할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하레이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즐기는 동호회까지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자유, 질주, 멋을 상징하는 미국의 새로운 젊은 바이크 물화를 형성하게 되기도 한다. <이지 라이더>에 등장 한 하레이 엔진은 팬 헤드이다. 상세한 연대는 얼 수 없지만 영화가 공개된 것이 69년도이니까 아마도 60년대 초일 것이다. 이것을 토대로 캡틴 아메리카 모터사이클은 긴 포크 대롱대를 매달려 있을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장착된 핸들, 작은 탱크처럼 초퍼(시판되는 바이크에 자기 개성대로 개조, 모습을 바꾸는 형식)의 원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개조되어 있다. 이 초퍼는 <이지 라이더>가 지니는 카운터문화다운 분위기와 아울러 자유의 상징, 반핵을 조장하는 증거로 지지를 받았다. 지난 70년대 일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초퍼 붐은 모두 이 캡틴 아메리카 사양을 모방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편 캡틴 아메리카의 단짝인 빌리 모터사이클은 팬 헤드를 기초로 하면서 표준에서 약간 뉘인 짧은 포크에 핸들을 1자로 하였다. 높은 위치에 장착하기 위해 긴 라이저로 핸들을 들어 올렸다. 이것도 현재 볼 수 있 는 드래거 타입의 커스텀과 통하는 것이 있어 <이지 라이더>의 제작진들 중에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지 라이더>는 첫머리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내내 하레이 데이빗슨이 나온다. 이 모터사이클을 탄 두 청년은 <슬픈 파멸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끝내 사람은 죽고 꿈은 사라지고 하레이는 불에 탄다. 아주 허무적이다. 마약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빌리(데니스 호퍼)와 와이어트(캡틴아메리카: 피터 폰다)는 LA에서 뉴올리언즈까지의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한다. 라는 팝송이 경쾌하게 흐른다. 멋진 하레이를 탄 두 젊은이는 환한 얼굴로 도로를 질주한다. 영화속에서 캡틴 아메리카나 빌리가 복장에 그렇게 신경을 쑨다고는 볼 수 없다. 그것은 시트에 묶은 작은 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수수한 복장을 하고 방랑의 발로서 모터사이클을 사용한다. 잠자리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달리다가 적당한 곳을 발견하면 거기에 불을 지피고 잠을 청한다. 그들은 멕시코에서 마약을 팔아 손에 넣은 푼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서두에서는 <빈 방 있음>이라는 팻말이 있는 모텔에서 숙박을 거절하는 장면도 있다.
그들은 사회에 받아들여 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무리하게 사회에 맞추려고는 하지 않는다.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가죽자킷에 선글라스와 장발. 지금부터 25년전에는 이것이 반사회적인 복장이었다. 라이프 스타일은 가치관을 나타낸다. 이것은 하나의 양식미이기도 하다. 모즈는 그들 나름대로의 양식 미에 젖어 있고 초퍼를 타는 라이더는 사회에 대립하는 입증을 몸으로 한다. 그것은 복장만을 입었을 경우에는 패션이 되고 모터사이클의 양식을 취한 경우에는 커스텀의 방침이 된다. 가치관은 흉내낼 수 없으나 외관상으로 드러내는 모양을 흉내낼 수 없으나 외관상으로 드러내는 모양을 흉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타일로서 모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을 잘 다져 놓지 않으면 되죽박죽이 되어 아주 보기 민망할 뿐이다. 모즈를 흉내낼 때 블루진을 입는다면 리바이스를 입고 거기에다 호리호리하게, 또 머리는 짧게 깎는다. 아메리카를 타는 라이더라면 가죽 재킷을 더블이 아닌 싱글로 입는다. 더블은 유럽풍이다. 더블로 입으려면 로키즈에 가든가 <내 마음의 고향 아이다호>에 나오는 스트리트 모터사이클을 타는 게 바람직하다. 얘기가 다소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 모터사이클을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은 가치관의 표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처음 출발할 때와는 달리 밤이 되자 그들은 잠잘 곳을 구하지 못한다. 히피라는 이유로 여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했기 때문이다. 다시 여행 도중 그들은 히치하이킹 중인 히피 청년들을 태우게 된다. 이 히피 청년을 태운 인연으로 두 사람은 그들의 히피 촌에서 그들과 공동체 생활을 함께 한다. 비인간적인 문명사회에 염증을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그곳에는 공동생산, 공동분배 심지어 공동육아, 자녀교육, 축제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빌리는 여기서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지만 그들의 최후정착지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시 길을 떠난다. 어느 도시의 시가 행진이 벌어지는 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그 행진을 뒤쫓아가다가 경찰에 의해 시가행진 방해죄로 체포 수감된다. 그 속 유치장에서 빌리 와 캡틴 아메리카는 변호사인 조지헨슨(잭 니콜슨)을 만난다. 그의 도움으로 유치장에서 풀려난 둘은 헨슨과 함께 마디그라로 향한다. 하지만 목적지에 당도하기 전에 헨슨은 사람들에게 테러를 당하고 만다. 이 일로 커다란 충격을 받는 두 사람은 홍등가 술집에 들어선다. <신이 없으면 만들어 내야한다>고 독백하는 캡틴 아메리카. 이 때 오토바이가 폭발하는 장면이 잠깐 지나가고 와이어트는 죽음을 예감한다. 돈주고 산 여자들과 마피그라축제의 거리로 나간다. 거리는 축제의 열기로 가득하고 자유스럽다. 일행은 공동묘지와 폐허더미를 헤매며 마리화나에 자신을 맡긴다. 히피 모터사이클 족에 대한 따가운 시선, 위선적 행동, 권위적인 사회체제등에서 벗어나고자 그들은 환각의 세계에 빠져든다. 다시 길을 떠난다. 시골길을 달리는 도중이었다. 동네 픽 업 한 대가 캡틴 아메리카와 빌리 가까이도 다가온다. 동네 농부로 보이는 그들은 장난이나 쳐보자며 산탄총 한방을 갈긴다. 쓰러지는 빌리. 당황해 가며 도움을 청하러 달려가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픽업은 다시 되돌아오면서 또 한방을 날린다. 폭발하는 하레이. 이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난다. 부서진 꿈의 파편들 옆엔 불에 타 폭발해 버린 모터사이클의 잔해만이 남는다. 진정한 꿈 , 이상은 조국을 찾는 것이라는 사고로 무장된 남부의 농부 빌리와 와이어트가 단지 머리가 길어 불손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 들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영화속에서는 스태판 울프의 더 밴드의 버즈의 와 지미 핸드릭스, 밥 딜런의 포크 록이 무차별적으로 흘러나온다. 때문에 그 당시에 유행했던 팝송을 알고 보면 영화 이행에 도움 이 된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는 것도 좋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란 슬로건을 내세운 아메리카 뉴시네마의 우두머리격 필름 <이지 라이더>는 깊이 있게 관찰해 보면 미국의 서부개척사를 날카롭게 비꼬는 면도 보인다. 단적으로 한 가지만 예를 든다면 극중 빌리라는 이름은 한 때 유명했던 서부의 총잡이 이름인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의 페러디이며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는 와이어트는 전설적인 명보안관 이름 인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