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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림화산(風林火山)
바람처럼 빨리, 숲처럼 정연하게, 불처럼 기세 좋게, 산처럼 침착하게 임무를 완수하라는 뜻으로,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風 : 바람 풍(風/0)
林 : 수풀 림(木/4)
火 : 불 화(火/0)
山 : 뫼 산(山/0)
출전 : 손무(孫武)의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軍爭)편 第七
이 성어는 손자(孫子)의 병법에 있는 군세의 행동 지침이다. 곧 전쟁에서는 항상 적에게 병사를 한 명도 잃지 말고, 적을 무찌르기 위해 공격할 때에는 바람처럼 빨리, 행동할 때에는 숲처럼 정연하게, 군세에 침공할 때에는 요원의 불처럼 기세 좋게, 군세가 주둔할 때에는 침착하기를 산처럼, 적의 눈을 피할 때에는 은밀하게 행동하고, 한번 행동을 시작했으면 우레처럼 하여 적에게 방어할 틈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함을 말한다.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為變者也.
전쟁은 속임으로써 성립하며, 이로움으로써 움직이며, 분산과 집합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霆.
따라서 빠르기는 바람과 같이 하고, 고요하기는 숲과 같이 하고, 쳐들어갈 때는 불과 같이 하고, 움직이지 않음은 산과 같이 하고, 알지 못하게 함은 어둠처럼 하고, 움직임은 천둥벼락 치듯 해야 한다.
掠鄉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적에게서 약탈한 뇌획물은 병사에게 분배해 주고, 점령지역을 확대하여 그 이득을 나누어 주어라, 이득은 저울질하여 공평하게 나눈다. 우회와 직진의 장단점을 아는 자는 승리할 것이다. 이것이 전쟁의 방법이다.
孫子兵法 第七 軍爭
7. 군쟁편(軍爭篇)
군쟁편에서는 실제 전투에 있어서의 방략(方略)을 설명하고 있다. 이해(利害)를 잘 검토하여 이점은 살리고 불리한 점은 이(利)가 되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군쟁(軍爭)이란 군대를 써서 승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군사(軍師)는 오직 신속(迅速)을 귀하게 여긴다. 따라서 군이 기선(機先)을 다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이 기민(機敏), 신속(迅速)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쟁(軍爭)에 있어서 처음에는 우회로(迂廻路)의 설(說)을 들었고, 뒤에 가서는 특별히 치중(治衆), 치력(治力), 치심(治心), 치기(治氣), 치변(治變)의 다섯 가지 항목(項目)을 덧붙여 놓았다.
1. 불리한 것을 유리하게 되도록 한다.
孫子曰 :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손자가 말했다.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은, 장군이 군주의 출격 명령를 수락하면 군대를 조합하여 병사를 취득하고, 군영의 막사를 적과 대치하여 주둔한다.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기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해설)
손자(孫子)는 무릇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은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고, 군인을 모으고, 백성을 징집하여 진을 마주하고 주둔하거니와, 맞싸워 승리를 다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하였다.
전쟁을 하는 방법은, 우선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은 다음에 군인을 모아들이고, 백성들을 징집하여 부대를 편성하고, 이어서 적군과 진영을 마주하고 주둔하는데, 무엇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적군과 싸워 승리를 거두는 일이다.
합군(合軍)은 나라의 상비군(常備軍)을 집합시키는 것이고, 취중(聚衆)은 일반 국민을 집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교화(交和)의 화(和)는 군영(軍營)의 문(門)을 말하는 것으로, 화를 마주한다는 것은 서로 대진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사(舍)는 막사를 치고 머무는 것이다.
군쟁(軍爭)은 여러 가지로 설명되고 있는데, 같은 진영 안에서 서로 공명(功名)을 다툰다거나, 적에 대한 장수와 장수끼리의 작전경쟁, 탐색경쟁 등의 승리를 위한 경쟁과 그 밖의 모든 경쟁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1편에서 제6편까지의 '계, 작전, 모공, 군형, 병세, 허실' 편은 모두 전략적, 전술적인 설명이었을 뿐 직접 맞부딪쳐 싸우는 전투는 아니었다. 비로소 이 군쟁(軍爭) 편에 들어와 전투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손자가 말한 것처럼 전투야말로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행위이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이러한 군대의 경쟁이 어려운 것은 우회하면서 직진하는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나의 환란을 이득으로 변화시키야 하기 때문이다. 고로 우회하여 이득으로써 적을 유인하라. 적보다 후에 출발하여도 유리한 곳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 이로써 우회하는 것이 직진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해설)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것은 돌아감으로써 직행으로 만들고 불리함을 유리하게 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그 길을 돌아가 이익으로 적을 유인하고 적보다 뒤에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다. 이는 돌아가면서 직행하는 계략으로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이다.
우(迂)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고, 직(直)은 똑바로 질러가는 길이다. 환(患)은 재난, 도(塗)는 도(途)와 같은 의미로 길이란 뜻이다. 인(人)은 다른 사람, 즉 적을 말한다.
군과 군이 직접 충돌하는 어려운 전투에서는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여 결국은 그것을 가까운 길로 만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재난을 마침내는 나에게 유리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면서 적에게 유리하게끔 하여 적을 유인하여 오히려 적을 더디게 만들고, 적보다 뒤늦게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바로 돌아가는 길을 가까운 길로 만드는 계략이다.
이 계략이 이른바 우직지계(迂直之計)이다. 먼 길을 돌아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적에게 이쪽의 출발과 행진을 노출시키지 않고, 진군 속도나 가는 방향도 알리지 않는 더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적에게 이쪽의 전술이 그 쪽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공격하거나, 적군보다 늦게 떠나서 적군보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렸다가 뒤늦게 오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전략을 쓸 줄 아는 사람을 가리켜 돌아가되 곧게 가는 전략(迂直之計)을 아는 장군이라 말한다.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컸던 한신(韓信)이 한중(漢中)에서 삼진(三秦)으로 진격하여 나올 때 쓴 방법이 전형적인 우회 작전이었다. 한신은 한쪽으로는 가까운 잔도(棧道)를 만드는 공사를 크게 벌여 놓고, 다른 쪽으로는 질러가는 길로 가서 적을 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적은 그 잔도가 완성되면 작전을 세우려고 매일같이 그 공사의 진척 상황만 살피면서 태평하게 지냈다. 그러나 한신의 우회군은 잔도가 10분의 1도 이루어지기 전에 벌써 목적지에 밀어닥쳤던 것이다.
유지이리(誘之以利)란 잔도를 만들어 보임으로써 적을 우선은 안심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이 있다. 자기에게 밀어 닥친 어려움을 슬기롭게 처리함으로써, 화(禍)의 화가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잘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신속한 행동으로 변화에 대응한다.
故軍爭爲利, 軍爭爲危. 擧軍而爭利, 則不及 委軍而爭利, 則輜重捐.
고로 군대가 유리한 자리를 경쟁하는 것은 이익이 될수도 있고 위해가 될수도 있다. 모든 군대를 통제하여 유리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 개별 지휘관에게 위임하여 경쟁시켜면 군수물자에 손실이 갈수 있다.
(해설)
그러므로 싸워서 이기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고 위험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군대를 들이대어 이익을 다투면 미치지 못하고, 일부의 군대를 놓아두고 이익을 다투면 치중(輜重.수송. 보급)을 버리게 된다.
적군과 사워서 이긴다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큰 위험이 뒤따른다. 다시 말하면 군쟁(軍爭)이란 이(利)를 놓고 다투는 것인 만큼 그만큼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눈앞에 있는 이익에 덮어 놓고 끌려가게 되면 자칫 위험과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비 부대까지 포함한 모든 군대를 싸움터에 투입하여 싸우면 적군보다 뒤떨어져 승리를 거둘 수 없게 되고 그렇다고 경장비 부대만 투입하여 싸우게 되면 수송부대가 뒤에 쳐져서 물자의 공급이 딸리게 된다.
적군과 싸울 때에는 우선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점에 적보다 먼저 도착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전군을 동원하여 일제히 이끌고 나아가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얻으려 한다면 그 행동이 신속, 기민하지 못해 이(利)를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군인 각자의 능력에 맡겨(委軍) 급히 달려가서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쟁취하게 한다면 가벼운 몸차림으로 신속히 움직여야 하므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치중 부대는 뒤에 떨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보급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是故券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將軍, 勁者先, 疲者後, 其法十一而至.
고로 급하게 이동하고, 밤낮으로 배이상으로 행군하는 것은 백리 이상의 먼거리를 갈 수 있지만, 모든 장군이 포로로 잡히게 된다. 강한 병사는 먼저가지만 피로한 병사는 뒤쳐진다. 이러한 운용법은 군사의 십분지 일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五十里而爭利, 則蹶上將軍, 其法半至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오십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상장군이 위험해지고, 병사의 절반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삼십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삼분의 이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是故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고로 군수물자가 없으면 망하게 된다. 양식이 없으면 망한다.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해설)
이런 까닭으로 갑(甲)옷을 접어두고 달려가, 밤낮을 쉬지 않고, 길을 배로 늘려 행군하여 백 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세 장군이 적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강한 자는 먼저 가고 피로한 자는 뒤떨어져서 그 비율은 10분의 1이 된다.
5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툰다면 상장군이 쓰러지고 그 비율은 반에 이른다. 3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3분의 2가 이르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군대에 수송 보급이 없으면 곧 망하고 양식이 없으면 망하고 쌓아 놓은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갑(甲)옷을 만다(券)는 것은 빨리 달려가기 위하여 갑옷을 벗어 수레에 싣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벼운 몸으로 달리게 되어 빨리 갈 수 있고, 또한 하루에 30 리씩밖에 갈 수 없는 길도 밤낮을 쉬지 않고 가게 되니 그 곱절인 60 리씩이나 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백 리를 달려가 승리를 다투게 된다면 전군(前軍)의 상장군(上將軍), 중군(中軍)의 중장군(中將軍), 후군(後軍)의 하장군(下將軍) 등 세 장군이 모두 무리를 하게 되어 다들 적에게 포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한 강행군을 하게 되면 아주 튼튼한 군사들만이 앞으로 달리게 되고 튼튼치 못한 군사들은 자꾸 뒤로 쳐져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군사는 겨우 열 명 가운데 한 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50 리 정도를 강행군하게 되면 맨 앞에 있는 선봉 부대, 즉 상장군(上將軍)이 거꾸러지거나 하며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군사는 그 비율이 반밖에 되지 못한다.
하루 거리인 30 리를 달린다 하여도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병력은 3분의 2밖에 되지 못하므로 전력은 결국 3분의 1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무거운 장비를 수송하는 치중 부대는 강행군을 할 때 그 뒤를 바짝 따라가기가 힘들어 결국은 전투에 필요한 보급이 딸리게 된다.
화살이 모자라는 군대가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식량도 마찬가지이다. 배고픈 군사가 배부른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며, 전쟁이 오래 계속될수록 후방의 물자가 풍족하여야 끝까지 싸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비록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를 거둔다 하여도 군사에 군수품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고, 양식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며,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패망할 것이다.
촉한(蜀漢)의 승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은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쓴 다음 위(魏)군을 다섯 번이나 공격하였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에 '삼국지(三國志)'의 저자인 진수(陳壽)는 "제갈량의 지략이 부족하였던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제갈량의 실패는 전략이 부족한 것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극복할 수 없었던 약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촉(蜀)에서 위(魏)를 공격하려면 촉도난(蜀道難)이라고 하는 절벽의 험한 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사람조차 통과하기 힘든 곳에 군량이나 무기의 보급은 더더욱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제갈량은 원정 때마다 목우(木牛)나 유마(流馬) 같은 수송수단을 고안하여 내기도 하고 원정한 곳에다 둔전(屯田)을 하여 식량을 확보하려 하였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위(魏) 원정에 실패하고 말았다.
3. 전쟁은 속임으로 이루어진다.
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不用鄕導者, 不能得地利.
고로 이웃 제후의 책모를 모르는 자는 외교가 불가능하다. 산림의 험난함을 모르면, 늪지대의 지형을 모르는 자는 행군이 불가능하다. 지형을 잘아는 자를 이용하지 못하면 지리적인 이득을 얻을수 없다.
(해설)
그러므로 다른 나라 제후가 도모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미리 국교를 맺지 못하고, 산림의 험난한 곳과 질퍽질퍽한 습지대의 지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군사를 행군시키지 못하고, 길 안내하는 사람을 쓰지 않는 사람은 지형의 이득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웃 나라 제후가 무엇을 도모하려는지 그 속셈을 알지 못할 때는 쉽게 그들과 손을 잡고 군사행동을 같이 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를 돕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때로는 적을 돕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국교를 맺었다고 하여 그 국교가 성공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크나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국의 산림 지대 중 그 어느 곳이 험조(險阻)한 곳인지를 알지 못하고, 또한 어느 곳이 습기가 많은 질퍽질퍽한 못인지 모른다면 군대를 행군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그 지방 사람으로 길 안내인을 쓰지 않으면 전투에 미치는 지형상의 이점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고로 군대는 사기를 쳐서라도 적보다 우위에 서야하고 이득이 있을때 기동해야 한다. 분산과 집합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해설)
그러므로 전쟁이란 속임으로 성립되고, 유리함으로써 움직이고, 분산과 집합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란 먼저 상대방의 눈을 속여 이쪽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게 행동하여 전투태세를 갖추고, 태세를 갖춘 다음에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향하여 움직이며, 그 조건 여하에 따라 분산과 집합 등 자유자재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손자는 첫째 편인 계편에서 "전쟁은 속임수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다시 "전쟁이란 속임으로써 성립된다"고 하였다. 즉 아군의 허실(虛實)을 숨겨서 허(虛)를 실(實)로 보이게 하고, 실(實)을 허(虛)로 보이게 하여 적으로 하여금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다음 아군의 근거를 정립(定立)하여야 한다.
그리고 적을 속여서 아군의 조종에 좇아 그들을 움직이게 하고, 또한 적의 허(虛)를 노려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경우에 공격을 개시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전투는 적을 속이는 것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움직인 것이 때로는 유리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정말 어느 것이 유리한 것인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또한 이를 위하여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적을 속이고 아군에게 유리하도록 전투를 하려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병력을 나누기도 하고 합하기도 하는 임기응변의 전략을 잘 써야 한다. 병력을 나누는 것은 기습 전술을 쓰는 경우가 많고, 병력을 합치는 것은 정면 대결의 경우가 있다.
4. 싸울 때는 바람처럼 빨라야 한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霆.
고로 빠르기는 질풍과 같고 서행하기는 숲처럼 고요하고, 침략은 불처럼 기세가 왕성하게, 움직이지 않는것은 산처럼 진중하고, 숨기는 어둠처럼 안보이게, 움직일때는 우뢰처럼 거세다.
(해설)
그러므로 그 빠르기가 바람과 같고, 그 느리기가 숲속과 같고, 적지에 들어갈 때에는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산과 같고, 알기 어려움은 어둠과 같고, 움직임은 우레. 벼락과 같다.
그러므로 신속한 행동이 요구될 때에는 질풍(疾風)같이 빨라야 한다. 즉 적의 빈틈을 노려 습격할 때에는 태풍처럼 돌격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빈틈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에 생기는 것이므로 태풍처럼 빨라야만 놓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군대의 태세가 느리기를 바랄 때에는 삼림처럼 안정하여야 한다. 적의 빈틈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에는 행동은 물론 마음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삼림처럼 안정되고 느리고 여유 있는 태도를 갖게 하여야 한다.
적의 국경을 침략할 때에는 그 행동이 타는 불처럼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은 삽시간에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기세를 가짐으로써 적에게 방어할 기회나 대항할 기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군이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에는 안정되고 묵직함이 마치 큰 산이 놓여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 전투시에는 가볍게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안정되고 견고하게 스스로를 지키면서 적에게서 빈틈이 보이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결정적인 시기가 올 때까지는 태산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서 아군의 상황을 숨기고 가려서 적이 탐지할 수 없음이 어두운 밤과 같아 아무 것도 엿볼 수 없게 하여야 한다. 적과 결전을 노리는 싸움터에서는 아군의 허실(虛實)을 탐지하기 위하여 적의 눈과 손, 귀는 물론 피부와 육감과 머리까지, 모든 신경이 아군의 주변과 내부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적의 노력이 헛되게 하려면 아군의 모습을 마치 그믐달의 암흑 같은 비밀 속에 감추어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가 적에게 빈틈만 보이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천둥 번개처럼 신속하고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하면 할수록 적은 감히 대항할 기세를 가지지 못한다.
이 대목은 손자병법 중에서도 유명한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설명한 것이다. 즉 때로는 바람과 같이 재빠르게, 또 때로는 숲과 같이 고요하게, 때로는 불길과 같이 맹렬하게, 또 때로는 태산과 같이 태연하게 군대를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掠鄕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적에게서 약탈한 뇌획물은 병사에게 분배해 주고, 점령지역을 확대하여 그 이득을 나누어 주어라, 이득은 저울질하여 공평하게 나눈다. 우회와 직진의 장단점을 아는 자는 승리할 것이다. 이것이 전쟁의 방법이다.
(해설)
적의 고을을 침략하여 빼앗은 것을 그곳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 땅을 넓혀 얻은 이익도 나누어 주고, 저울을 달아 움직이니 먼저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은 승리한다. 이는 군쟁(軍爭)의 법이다.
약향분중(掠鄕分衆)은 적의 마을에서 빼앗은 것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보는 해석도 있으나, 일단 적의 마을을 빼앗으면 그곳에서 빼앗은 물건은 그곳 사람들에게, 즉 잘사는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 못사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민심을 얻고, 또한 되도록 땅을 넓혀서 그 얻은 땅을 그곳의 사람들과 이익을 나누어 갖게 되면 이쪽에 협력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그러한 정보를 저울에 달 듯 그 경중(輕重)을 신중히 검토하여 다음 행동으로 옮긴다. 이렇게 남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고 장기적인 포섭 정책을 펴가며 전투를 해 나가면 퍽 더딘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완전히 승리할 수 있는 바른 길인 것이다. "돌아가되 곧게 가는 것이 된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만이 참다운 승리를 얻게 되는 것으로, 균형의 원리 원칙이란 바로 이것이다.
손무(孫武)가 오자서(伍子胥)와 함께 초(楚)나라를 완전히 점령하였을 때 손무는 오자서에게, "초나라 왕손인 공자 승(勝)이 오(吳)나라에 망명하여 와 있으니 그를 초나라 왕으로 삼으면 대대로 오나라를 고맙게 생각하여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만일 초나라를 오나라가 차지하게 되면 초나라 사람은 반드시 반란을 일으키고 말 것입니다" 라고 하면서 초나라 땅을 초나라 사람들이 동정하고 있는 평왕(平王)의 손자 공자 승(勝)에게 물려줄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자 오자서는 이를 듣지 않고 초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오나라는 초나라를 후원하는 진나라에게 패하고 말았다. 적의 물건으로 적의 마음을 사서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 절대 필요한 것이다.
5. 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軍政曰 : 言不相聞 故爲鼓金 視不相見 故爲旌旗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군정이란 병서에서 말하길, 전쟁터에서는 언어를 서로 들을수 없으니, 신문고와 징으로 신호를 한다. 시각으로 서로를 볼수 없으니, 깃발로 신호한다. 이런 북과 깃발 등은 모두 병사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다.
民旣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병사들에게 신호를 전달하여 일치시키면 용감한 자는 독단으로 진격하지 않고 겁장이는 독단으로 퇴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故夜戰多火鼓 晝戰多旌旗 所以變民之耳目也.
고로 야간 전투에서는 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이 병사의 이목을 일치시키기 위함니다.
(해설)
군정(軍政), 즉 군의 제도를 말한 병서(兵書)에 이르기를, "말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징과 북을 만들었고, 보아도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깃발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대체로 징과 북, 깃발들은 병사들의 귀와 눈을 하나로 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이 오직 하나가 되면 용감한 병사도 혼자서 나아가지 못하고 겁 많은 병사도 홀로 후퇴하지 못하게 되니 이것이 많은 병사들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밤의 전투에서는 횃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은 적군의 귀와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다.
군정(軍政)을 말한 병서(兵書)에서도 "큰 군대를 움직이는 데에는 소리에 의한 구령으로는 완전히 다 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징과 북을 쓰며, 손짓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모든 사람에게 신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의 빛깔과 모양을 달리하여 이것으로 신호한다"고 씌어 있다. 이것들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의 보고 듣는 것과 관심과 주의를 하나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모든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이 하나로 되면 마음도 생각도 하나가 되어, 무용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제멋대로 앞장서서 나갈 수 없고, 또한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여 혼자 뒤처지거나 도망하거나 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군을 움직이게 하는 원칙이다.
군중, 대중은 개체의 집단일 뿐만 아니라 군중 특유의 강력한 힘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사람이 단독으로 돌진하며 나가지 않는 대신에, 약한 사람도 함께 이끌려 전체가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집단이 뭉치면 큰 힘이 된다.
그러므로 밤에 싸울 때에는 필요 이상의 화톳불과 횃불을 밝히고 요란스럽게 북을 울리며, 낮에 싸울 때에는 가능한 한 필요 이상의 깃발을 내꽂아 이 집단의 힘을 상대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고로 대규모 적병이라 해도 기세를 탈취할 수 있고 적장의 심정을 탈취할 수 있다.
(해설)
그러므로 3군(三軍; 대규모 적병)은 기운을 빼앗길 수 있고, 장군(將軍)은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이편의 성세(聲勢)를 과장하고 기세를 과시하면 적은 의심하게 되고 겁나게 된다. 그러므로 적군의 사기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적장(敵將)의 심리를 혼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대의 사기, 또는 적장의 심리는 한 마디로 정신을 의미한다. 정신력이 왕성한 군대는 필승의 신념을 가진 군대임에 틀림없다.
군대에게 필승의 신념이 없어지고 적을 겁내는 위축된 정신이 있다면 그들은 싸우기도 전에 이미 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군대를 쳐부수기는 쉬운 것이다. 정신이 혼란한 장수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작전을 짤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정신이 혼란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면 비록 정확한 작전을 바르게 짰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휘하는 군대는 용감할 수 없으며 승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투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기와 심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전투에서는 먼저 적군의 사기를 꺾어 놓아야 한다.
是故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고로 아침의 기세는 예리하다. 주간의 기세는 타락하여 게을러지고 저녁의 기세는 귀로만 생각한다.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歸, 此治氣者也.
고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예리한 기세를 가진 적병을 피하고 타락하여 귀로만 생각하는 적을 공격한다. 이것이 사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이런 까닭으로 아침의 기운은 날카롭고, 낮의 기운은 게으르고, 저녁의 기운은 끝난다(돌아간다).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그 날카로운 기운을 피하고, 그 게으른 기운을 공격한다. 이것이 기운을 다스리는 것이다.
적의 사기를 꺾으려면 먼저 사기가 쇠하고 성하는 자연의 추세를 알아야 한다. 대체로 사기란 처음에는 왕성하고 나중에는 해이해진다. 짧은 시간에는 긴장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면 느슨하여 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의 사기는 날카로운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아침에는 정신이 깨끗하고 용기가 솟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차 느슨해지고 낮에는 게으르게 되며, 해질 무렵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사기는 아주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날짜가 가면 갈수록 사기가 점차 떨어지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런 까닭으로, 용병은 능숙하게 잘하는 자는 적의 사기가 날카로운 때를 피하고 적이 게을러지거나 사기가 없어진 때에 공격한다. 이를 가리켜 사기를 다스린다고 하는 것이다.
수나라 말기에 각지에서 군중이 항거하였다. 이때 이연(李淵)은 또 다른 군웅의 하나인 두건덕(竇建德)과 범수(氾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싸웠다. 두건덕의 군대는 장장 수리(數里)에 걸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세민은 부하 장수들과 높은 산으로 올라가 두건덕 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 정도라면 자신 있다고 여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놈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은 험상궂고, 평정치도 못하면서 서로 다투고 있는 것 같다. 저것은 군대의 정령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성 가까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이쪽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표시다. 아군은 출격을 하지 말고 적의 기력이 쇠하는 것을 기다리라. 오랫동안 대진하고 있으면 적군은 돌아갈 것을 틀림없이 생각한다. 철수하는 시기를 기다렸다가 출격하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하였다. 과연 이연의 군대는 크게 성공하고 후에 당(唐)을 건국하게 되었다.
以治待亂, 以靜待譁, 此治心者也.
잘 정비된 군대로써 혼란한 군대를 대적하고 정숙한 군대로써 화급한 적병을 대적한다. 이것이 심리전을 잘하는 것이다.
(해설)
다스림으로써 혼란되기를 기다리고, 고요함으로써 시끄러움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이쪽이 질서정연하게 간추려진 상태에서 적군의 정신상태가 혼란하여 지기를 기다리고, 아군이 정숙하고도 안정된 태세로 적군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싸움에서는 힘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의 안정과 냉정한 태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상하가 일치단결하고 위정자와 군 지휘관의 손발이 잘 맞으면 이것은 잘 다스려지는 것을 말하며, 또 이렇게만 된다면 안정과 정숙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 내부와 군과 위정자 사이에 알력이 있거나 숙청하는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게 되면 어지러운 것이다. 그리고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정신을 못 차리게 되고 이때 외부의 다른 압력을 받게 되면 심리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용병술이 뛰어난 사람은 먼저 심리 작전을 펼친다.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飢, 此治力者也.
전장에 가까운 곳에 주둔해 있다가 원거리에서 오는 군대를 대적하고 편안하고 게을르게 쉬고 있던 군대로써 피로한 적병을 대적한다. 포식한 병사로써 기아에 허덕이는 적을 대적한다. 이것이 전투력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가까운 것으로써 먼 것을 기다리고, 편안한 것으로써 수고로운 것을 기다리고, 배부른 것으로써 배고픔을 기다린다.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임에 비하여 여기에서는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로 가면 멀리 가는 것보다 그만큼 힘이 덜 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상대가 멀리서 오도록 하여 그 힘을 빼어 버리는 것이다. 또한 아군은 가까운 곳으로 갔으므로 힘이 그만큼 덜 들어 편안한 상태에 있는데 비하여 적군은 멀리서 행군하여 왔으므로 지칠대로 지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이동하여 왔으므로 피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배부르게 먹고 있으나, 적은 멀리서 왔으므로 피로한 상태이고 또한 길이 멀어 보급이 제대로 안 되었으므로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적군의 힘은 쏙 빠져 버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此治變者也.
정렬된 깃발의 군대와는 싸우지 말것이며, 군진의 기세가 당당한 곳을 공격하지 말것이니 이것이 상황의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해설)
정연한 대형으로 기를 앞세우고 오는 적을 공격하지 말고, 당당하게 진영을 갖춘 적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변화를 다스리는 것이다.
질서정연하게 위치와 간격을 맞추어 깃발을 내걸고 있는 적을 정면으로 맞아 싸우는 것은 불리하다. 즉 군대가 질서 정연하다는 것은 평소에 훈련이 잘 되었으며 기율이 잘 지켜지는 군대이다. 모든 것이 다 정비되고 충실한 준비가 있는 군대이다. 바로 이것이 실(實)인 것이다. 이러한 적을 요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당당한 진(陣)을 치고 있다는 것은 빈틈없이 진을 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당당한 기세를 갖고 있는 군대는 바로 실(實)인 것이므로 섣불리 공격하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적군을 공격하여 비록 승리한다 하여도 아군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實)한 것은 허(虛)하여지도록 만들거나 허(虛)하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계략을 써서라도 적을 혼란하게 만들고 피로하게 만들고 사기를 잃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의 상황에 따라 작전을 변화시켜 대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변화로써 다스린다고 한다.
이상에 설명한 치기(治氣),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을 가리켜 사치(四治)라 한다. 장수가 된 자가 이 사치(四治)의 방법을 능숙하게 운용할 줄 알아야 전투에서 언제나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패배할 근심이 없는 것이다.
후한(後漢) 말에 조조(曹操)가 업(鄴)을 포위하였다. 이때 원상(袁尙)이 업을 구원하러 오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원상이 만약 큰 길로 진격하여 온다면 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서산(西山)의 소로로 오면 생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과연 원상은 서산의 소로로 진격하여 와 조조는 즉시 이를 맞아 싸워 크게 원상의 군대를 물리쳤다. 조조는 원상의 군대가 큰 길로 정정당당히 왔다면 질서정연한 군이나, 그렇지 못함을 미리 간파하였던 것이다.
6. 불리한 조건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丘勿逆, 佯北勿從.
고로 군대를 운용하는 법은 고지의 구릉에 있는 적을 향하여 공격하지 말것이며, 언덕을 등진 군대를 공격하지 말것이며, 패배한척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지 말아라.
(해설)
그러므로 전투하는 방법은 높은 언덕으로는 향(공격)하지 않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에게는 거스르지(진격) 않고, 거짓 패하여 도망가는 적을 쫓지 말라.
전투할 때에는 첫째, 높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는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공격하기 위하여 산을 올라가다 보면 아군의 힘이 바지고 피로하여지나 적군은 산 위에 편안히 있다가 맞이하므로 적군과 아군 사이에 균형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적은 높은 곳에 있으면서 아군의 부대 편성과 움직임 같은 것을 환히 들여다보기 때문에 적은 벌써 심리적으로 아군보다 우위에 놓여 있게 된다.
둘째, 언덕을 등지고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은 금물이다. 이것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을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게 되면 적은 자연 결사적으로 되어 보통 이상의 전투력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 이쪽을 유인하기 위하여 쓰는 적의 위장 전술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거짓으로 쫓기어 패하고 달아나는 척하는 적을 그대로 달아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쫓아가다 보면 깊숙이 들어갔을 때 적의 복병을 만나거나 포위망에 걸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겼다고 그 기세를 몰고 간다'라는 이른바 승승장구란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란 한 번 이기고 두 번 이기게 되면 우쭐대기 마련이다. 이것은 적이 노리는 전술이기 때문에 그러한 적의 전술에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銳卒勿攻, 餌兵勿食, 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정예부대를 공격하지 말것이며, 유인하는 미끼를 탐식하지 말것이며, 고향으로 귀환하는 군사를 막지마라. 포위된 군사는 필히 도망갈 길을 터주고 궁지에 몰린 적을 압박하지 말아라.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해설)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고, 미끼를 던져주는 적은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지 말고, 돌아가려는 적을 막아 공격하지 말고,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 쪽을 터놓고, 궁지에 몰린 적은 끝까지 공격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용병(用兵)의 이치이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전투하는 방법의 설명을 계속한 것으로 넷째,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예졸(銳卒)이란 적군의 사기가 날카로운 것으로 이러한 적은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사기가 줄어들기를 기다리거나 또한 사기가 떨어지도록 이족에서 대력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끼를 던져주는 적이라면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면서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이병(餌兵)이란, 적을 유인해 내기 위하여 낚시밥으로 던지는 작은 규모의 군대를 말한다. 그러한 줄도 모르고 이를 쫓아가다 보면 그 뒤에는 반드시 강한 적군들이 "어서 오십시오"하고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여섯째, 돌아가려는 적을 못 가게 막고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귀사(歸師)란 귀국 명령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적이다. 그들은 돌아간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저하되었던 사기가 다시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를 방해하면 적군은 목숨을 걸고 반격을 가하여 올 것이다.
일곱째,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쪽을 터 놓아야 한다. 위사(圍師)란 적을 포위한 것으로, 독 안에 든 쥐처럼 포위하지 말고 세 방향으로 둘러싸되 한쪽은 터놓아 적군이 도망갈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망칠 곳이 없는 독 안에 든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격으로, 결사적인 반격을 가할 것이므로 예상 밖의 희생을 당하는 수가 있다.
여덟째, 궁지에 몰린 적군을 끝까지 쫓아서는 안 된다. 궁구(窮寇)란 궁한 도적, 즉 도망 갈 곳이 없는 침략군이다. 이것은 일곱 번째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독 안에 든 쥐가 있으면 성급하게 잡으려 할 필요가 없다. 서서히 달래고 항복시키거나 시간을 지연시켜 지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나갈 구멍이 없는 개는 쫓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의외의 초능력적인 힘이 솟아나 반격을 가하게 되므로 아군이 큰 손실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 風(바람 풍)은 ❶회의문자로 风(풍)은 간자(簡字), 凨(풍), 凬(풍), 凮(풍)은 고자(古字)이다. 무릇(凡)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병충(蟲)이 많이 번식한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람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바람’을 뜻하는 風자는 본래 봉황새를 그린 것이었다. 갑골문에 나온 風자를 보면 큰 날개와 꼬리를 가진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봉황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갑골문에 나온 風자는 바로 그 상상의 새를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風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 시작했다. 바람의 생성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고대인들은 봉황의 날갯짓으로 바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에는 風자가 ‘봉황’과 ‘바람’으로 혼용되기도 했지만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凡(무릇 범)자에 鳥(새 조)자가 결합한 鳳자가 ‘봉황새’를 뜻하게 되었고 봉황이 몰고 왔던 바람은 凡자에 虫(벌레 충)자가 더해진 風자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風(풍)은 (1)허황하여 믿음성이 없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 허풍 (2)바람을 막으려고 둘러 치는 천 (3)정신 작용, 근육 신축, 감각 등에 고장이 생긴 병. 전풍(顚風), 중풍(中風), 비풍(痺風) 따위 (4)원인을 알기 어려운 살갗의 질환(疾患). 두풍(頭風). 피풍(皮風). 아장풍(鵝掌風) 따위 등의 뜻으로 ①바람 ②가르침 ③풍속(風俗), 습속(習俗) ④경치(景致), 경관(景觀) ⑤모습 ⑥기질(氣質) ⑦병(病)의 이름, 감기(感氣), 중풍(中風: 뇌혈관의 장애로 인한 병) ⑧기세(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형세) ⑨절조(節操: 절개와 지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⑩노래, 악곡(樂曲), 여러 나라 민요(民謠) ⑪뜻, 낌새 ⑫풍도(風度: 풍채와 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⑬소식(消息), 풍문(風聞) ⑭멋대로, 꺼리낌 없이 ⑮바람을 쐬다 ⑯바람이 불다 ⑰풍간(諷諫)하다(완곡한 표현으로 잘못을 고치도록 말하다) ⑱감화시키다, 교육하다 ⑲외우다, 암송하다 ⑳유전(流轉)하다(이리저리 떠돌다), 떠돌다 ㉑암수가 서로 꾀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옛적부터 행하여 온 모든 생활에 관한 습관을 풍속(風俗), 바람의 세력을 풍력(風力), 음식의 고상한 맛을 풍미(風味), 기후와 토지의 상태를 풍토(風土), 바람이 부는 방향을 풍향(風向), 어떤 상황이나 형편이나 분위기 가운데에 있는 어느 곳의 모습을 풍경(風景),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풍파(風波), 속사를 떠나 풍치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을 풍류(風流),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을 풍문(風聞), 뜨거운 바람을 열풍(熱風), 몹시 세게 부는 바람을 폭풍(暴風), 자기가 가는 방향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역풍(逆風),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을 훈풍(薰風), 갑자기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을 돌풍(突風),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을 광풍(狂風), 산수의 경치가 너무나 맑고 아름다움을 풍광명미(風光明媚),새가 높이 날 때는 바람은 그 밑에 있다는 풍사재하(風斯在下), 맑은 바람과 밝은 달 등(等)의 자연(自然)을 즐기는 사람을 이르는 풍월주인(風月主人),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흩어진다는 풍류운산(風流雲散),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풍수지탄(風樹之歎) 등에 쓰인다.
▶️ 林(수풀 림/임)은 ❶회의문자로 나무 목(木; 나무)部를 둘 겹쳐 나무가 많은 수풀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사물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는 글자를 빨리 만들 수 있었지만 다양한 뜻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고안된 방법이 기존에 만들어진 상형문자를 서로 결합해 새로운 뜻을 만들어내는 회의문자(會意文字)이다. 그중에서도 서로 같은 상형문자를 결합하는 것을 동체회의(同體會意)라고 한다. 같은 글자끼리 결합했기 때문에 기존의 의미가 더해지는 효과를 주게 된다. ‘수풀’을 뜻하는 林자가 그러하다. 林자는 木(나무 목)자를 겹쳐 그린 것으로 ‘나무가 많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林자보다 나무가 더 많은 것은 ‘빽빽하다’라는 뜻의 森(빽빽할 삼)자이다. 그래서 林(림/임)은 ①수풀, 숲 ②모임, 집단(集團) ③사물(事物)이 많이 모이는 곳 ④야외(野外), 들 ⑤시골, 한적(閑寂)한 곳 ⑥임금, 군왕(君王) ⑦많은 모양 ⑧많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무 목(木), 수풀 삼(森), 나무 수(樹)이다. 용례로는 나무가 무성한 들을 임야(林野), 숲의 나이를 임령(林齡), 각종 임산물에서 오는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삼림을 경영하는 사업을 임업(林業), 수풀의 나무를 임목(林木), 수풀 사이 또는 숲 속을 임간(林間), 넓은 지역에 걸쳐 우거져 있어서 바다처럼 보이는 큰 숲을 임해(林海), 수림이 잘 자랄 수 있는 산을 임산(林山),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나무가 많이 우거져 있는 곳을 삼림(森林),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깊은 숲을 밀림(密林), 농업과 임업을 농림(農林), 나무가 우거진 숲을 수림(樹林), 소나무 숲을 송림(松林), 대나무 숲을 죽림(竹林), 나무가 우거진 숲을 무림(茂林), 나뭇잎이 떨어져 공허한 숲이나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숲을 공림(空林),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듦을 조림(造林),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가 뒤섞여 있는 수풀을 혼림(混林), 산이나 들에 계획적으로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는 일을 육림(育林), 정부 소유의 산림을 관림(官林), 새 숲이 생기기 전에 있었던 살림을 모림(母林), 천연으로 이루어진 삼림을 천연림(天然林), 태고부터 벌목이 없었던 천연대로의 삼림을 원시림(原始林), 파종이나 묘목과 이식 등에 의한 인공 조림 및 천연 갱신에 인위적 작업을 가한 삼림을 인공림(人工林), 원시림으로 초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숲을 자연림(自然林), 사람이 들어가거나 나무를 베어내거나 한 적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처녀림(處女林), 병 치료나 건강을 위하여 숲에서 산책하거나 온몸을 드러내고 숲 기운을 쐬는 일을 삼림욕(森林浴), 숲 속을 거닐면서 숲의 기운을 쐬는 일을 산림욕(山林浴), 특수한 목적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삼림을 시업림(始業林), 숲이 우거져야 새가 깃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인의를 쌓아야 일이 순조로움을 이르는 말을 임심조서(林深鳥棲), 부귀할지라도 검소하여 산간 수풀에서 편히 지내는 것도 다행한 일임을 임고행즉(林皐幸卽), 벼슬이나 속세를 떠나 산골이나 시골에 파묻혀 글읽기를 즐기며 지내는 선비를 산림처사(山林處士), 술이 못을 이루고 고기가 수풀을 이룬다는 뜻으로 매우 호화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주지육림(酒池肉林), 푸른 숲 속에 사는 호걸이라는 뜻으로 불한당이나 화적 따위를 달리 이르는 말을 녹림호걸(綠林豪傑) 등에 쓰인다.
▶️ 火(불 화)는 ❶상형문자로 灬(화)는 동자(同字)이다. 불이 타고 있는 모양을 본떠 화산이 불을 뿜는 모양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나중에는 火(화)가 化(화)와 같은 음(音)이므로 물건의 모양을 변경시키거나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아주 옛날엔 毁(훼; 태워서 없애 버리다)와 음(音)이 비슷하였다. ❷상형문자로 火자는 ‘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火자는 불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열’이나 ‘불의 성질’과 관련된 뜻을 전달합니다. 火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만약 한자의 아래 부분에 위치한다면 이때는 네 개의 점(灬)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灬자가 쓰였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불’과 관련된 뜻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爲(할 위)자와 烏(까마귀 오)자처럼 일부 한자에서는 ‘불’과는 관계없이 같이 단순히 사물 일부를 灬자로 표현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火(화)는 (1)화기(火氣) (2)오행(五行)의 하나. 제2의 위치하며 방위로는 남쪽, 시절로는 여름, 색(色)으로는 적(赤)이 됨 (3)화요일(火曜日) (4)몹시 노염을 타거나 못마땅해서 또는 뜻대로 되지 않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등의 뜻으로 ①불, 열과 빛 ②타는 불 ③화재(火災) ④화, 한의학 용어 ⑤양, 태양(太陽) ⑥화성(火星), 별의 이름 ⑦긴급함의 비유 ⑧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한패 동행자, 동반자 ⑩급하다 ⑪불사르다, 불에 태워 없애다, 태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난을 화재(火災), 땅속에 있는 가스체나 바윗물이 땅껍질의 터진 틈을 통하여 땅거죽으로 나와 쌓여서 이루어진 산을 화산(火山), 불꽃으로 타는 불에서 일어나는 붉은빛의 기운을 화염(火焰), 불의 힘을 화력(火力), 걷잡을 수 없이 타는 불과 같이 썩 급함을 화급(火急), 불을 때는 아궁이의 아가리를 화구(火口), 열을 이용하기 위하여 불을 담아 두는 그릇을 화로(火爐), 화재의 원인을 화인(火因), 죽은 사람을 불에 살라 장사 지냄을 화장(火葬), 불이나 뜨거운 열 따위에 데어서 상함 또는 그 상처를 화상(火傷), 불에 익혀 만든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을 화식(火食), 주로 산간 지대에서 풀과 나무를 불질러 버리고 파 일구어 농사를 짓는 밭을 화전(火田), 불을 내뿜음을 분화(噴火), 화재가 꺼짐을 진화(鎭火), 번쩍이는 불을 섬화(閃火), 사람이 일부러 불을 지르는 것을 방화(放火), 불을 켬을 점화(點火), 불이 나는 것을 미리 막음을 방화(防火), 불이 일어나거나 타기 시작함을 발화(發火), 건물이나 물건 등에 붙은 불을 끔을 소화(消火), 불빛이 하늘이라도 찌를 듯이 그 형세가 맹렬함을 이르는 말을 화광충천(火光衝天), 바람 앞의 등불이란 뜻으로 사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매우 위급한 자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말을 풍전등화(風前燈火),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뜻으로 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하므로 등불을 가까이 하여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등화가친(燈火可親), 불을 보는 것 같이 밝게 보인다는 뜻으로 더 말할 나위 없이 명백함을 일컫는 말을 명약관화(明若觀火),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운 데의 불을 끄는 데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멀리 있는 것은 급할 때에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원수근화(遠水近火),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벌판의 불길이라는 뜻으로 미처 막을 사이 없이 퍼지는 세력을 이르는 말을 요원지화(爎原之火), 땔나무를 지고 불을 끈다는 뜻으로 재해를 방지하려다가 자기도 말려들어가 자멸하거나 도리어 크게 손해를 입음을 이르는 말을 부신구화(負薪救火), 번갯불이나 부싯돌의 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극히 짧은 시간이나 아주 신속한 동작 또는 일이 매우 빠른 것을 가리키는 말을 전광석화(電光石火) 등에 쓰인다.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산천의구(山川依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