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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되면서 침몰된 2010년 3월26일, 당시 함장 최원일 중령(해사 45기·사진)이 5년 만에 매체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지난 22일 최 중령은 천안함 침몰 당시부터 북한의 어뢰 공격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무기체계는 어뢰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군함에 어뢰 공격을 감행할 집단이 북한 외에 이 지구상에 또 있겠느냐”고 북한의 소행임 다시한번 강조했다.
최 중령은 천안함의 북한 어뢰피격 사실을 믿지 않는 일부 국민에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나온 조사결과를 못 믿는다는 것은 정부와 군을 맹목적으로 불신하는 일부 인사들이 진실을 왜곡해 선동하기 때문”이라며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적들은 웃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 인터뷰 전문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 지났다. 천안함 이후 해군의 대비태세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우리 해군은 대잠능력 향상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교리나 경비작전을 비롯한 전술, 교육훈련, 장비보강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했다. 생존성 강화를 위한 훈련도 강도 높게 하고 있다.
현재 내가 맡은 종합전술훈련대대장이라는 직책은 함정과 해상전투단의 전술훈련을 책임지는 직책이다. 수많은 함정 승조원과 지휘관들이 쉴 틈 없이 훈련을 한다.
적 잠수함 공격을 경험한 만큼 최대한 장병들이 실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지휘관을 포함한 장병 모두 잠수함을 잡겠다는 결의가 대단하다. 적이 다시 도발한다면 반드시 격침시킬 것이다."
천안함 침몰 당시 북한의 공격이라고 생각했나?
"당연하다. 우리 배가 있었던 곳이 NLL을 코앞에 둔 최전방 해역이었고,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무기체계는 어뢰 밖에 없으며, 대한민국 군함에 어뢰공격을 감행할 집단이 북한 외에 이 지구상에 또 있나?"
승조원 구조과정에서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남을 것을 고집했다고 들었는데, 왜 그랬는가?
"당시 함미가 보이지 않고, 함수 수색을 한 결과 46명을 못 찾은 상태였다. 함장은 끝까지 배와 배에 남아 있을지 모를 부하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하들의 만류로 이함했다."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아직도 믿지 않는 이들이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믿지 않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 잠수함이 보이지 않는 수중에서 어뢰로 공격했다. 사건 현장이 물 속 이라서 초기 발표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있었고 국민 전반적으로 해군과 바다, 대잠작전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라 처음엔 신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노린 것이 이런 것 아니겠나?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과학적으로 검증했고 천만다행으로 어뢰 추진체도 발견했다. 이런 과학적 조사결과를 못 믿는다는 것은 정부와 군에 대해 맹목적으로 불신하는 일부 인사들이 진실을 왜곡하여 선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 일부는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깨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혹은 정부발표에 대한 의혹제기가 직업인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실을 숨기면 바로 언론과 인터넷에 제보가 되는 세상이다. 정부와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출 수 있었을까?
전역 장병을 포함하여 천안함 장병 중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말하는 장병은 단 한명도 없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말이다. 정부발표에 대해 신뢰해 주기를 바란다.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적들은 웃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도 그랬지만 매년 3월이 되면 말도 안되는 주장과 악플로 천안함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믿고 안 믿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나 그 사건 당사자가 자신이나 가족이었다면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지휘관으로서 천안함 46용사와 생존 장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약 2년을 지휘하면서 유난히 단합이 잘되고 바다에서는 용맹스러웠고 믿음직했던 사랑스런 우리 부하들이 46명은 하늘나라로 떠나가고 57명은 슬픔과 상처를 안고 지내고 있음에 함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눈을 뜨나 감으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하늘에 있는 전우들은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편안히 함장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고 나머지 57명 전우들은 하늘에 있는 전우들 몫까지 최선을 다해 바다를 지키고 사회에 나가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줬으면 한다."
천안함 피격사건의 역사적 교훈 혹은 현재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초유의 사건이었던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이 땅에서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소중한 목숨을 바쳐 지킨 결과라는 사실을 국민들로 하여금 깨닫게 했고 북한의 실체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후에도 연평도 포격도발, 3차 핵실험, 은하 3호 미사일 발사, 휴전협정 백지화, 인천 아시안게임 방문, 최근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과 평화공세를 번갈아 구사하며 무력적화 통일의 기회를 호시탐탐노리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안보에는 온 국민이 하나 되는 분위기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이 밖에 전하고 싶은 뜻이 있다면?
"작년 12월 평택 2함대에 천안함 안보전시관이 새롭게 개장했다. 개장식에 장병들과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 천안함이 바다에서의 출동임무는 끝났지만 육지에서 안보의식 고취라는 또 다른 숭고한 출동임무를 시작하게 됐다.
비록 전우들은 배에 없지만 천안함은 그 자리에 영원히 남아 선배들이 목숨바쳐 지킨 지랑스런 대한민국을 어떠한 사상적 침략에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확신하며 모든 분들이 천안함을 기억해 주고 한번씩은 방문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가와 해군의 명운과 직결되는 대잠장비 연구개발과 전력도입에 모든 국방예산에 우선해 투자가 되었으면 한다. 깊은 바다 속은 여전히 100% 파악을 할 수 없고, 적은 반드시 잠수함을 이용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군 장병들은 그런 바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대한민국과 영해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