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많은 의료진들은 호흡곤란 등 눈에 띄는 증상은 없으나 심장 초음파로 진단해 보면 매우 심하게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 있는 환자들에 대해 '수술을 해야 할 것인가, 말아야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지켜보자니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고, 수술을 하자니 수술에 따른 위험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심장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는 대동맥 판막이 심하게 좁아져 있는 환자는 비록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바로 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심장학회 공식 저널인 '써큘레이션' 최신호는(4월 6일 발행) 강덕현 교수의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게재하고, 앞으로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의 전 세계 치료 지침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지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1년간 우리 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순환기내과 박승우 교수)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은 없으나 매우 심한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 197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증상이 생기면 수술을 시행하는 '기존 치료 지침에 따라 치료를 받은 환자' 95명 가운데 경과를 관찰하던 중 급사한 9명을 포함 총 18명의 환자가 심장 문제로 인해 사망했다. 반면 매우 심한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 가운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기 수술한 환자' 102명을 분석한 결과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현격한 예후 차이를 보였다.
강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존 대동맥 판막 치료 지침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연구 결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재원 교수를 비롯한 우리 병원 흉부외과 의료진들의 판막 수술 실력이 세계 수준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말하는 대동맥 판막 수술은 금속 또는 조직판막을 이용해 판막을 바꾸는 치환술이며,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심장내과 전문의가 적절하게 관리하면 인공판막에 따른 합병증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결과도 보여주고 있는 연구이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란?
심장에서 온 몸으로 피가 보내질 때 심장과 연결된 가장 굵고 중요한 대동맥의 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동맥 판막. 이 판막에 오랜 세월 칼슘 등이 달라붙어 석회화가 일어나고 쪼그라들어 판막이 잘 열리지 않는 증상. 판막 협착이 진행되면 호흡곤란이나 흉통, 또는 어지러움 등 증상이 생기며, 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 정상적인 판막의 사이즈는 4㎠ 정도이며, 판막이 쪼그라들어 심한 협착증이 발생하면 0.75-1㎠로 줄어들고, 매우 심한 협착증의 경우 0.75㎠이하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