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우려되는 `2007 남북정상 선언` written by. 김성만
오늘(10.4) 2007년 남북정상선언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발표됐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내용을 요약하면 3항의 한반도전쟁 반대, 불가침의무의 준수와 남북 국방장관 회담 11월 평양개최, 4항의 종전선언을 위한 3자·4자 정상회담 추진, 5항의 서해 공동어로수역·평화수역 설정과 북한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다. 먼저 결론부터 정리하면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무장해제를 약속한 것과 다름없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한반도전쟁 반대와 불가침의무 준수의 허구성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심도 깊게 세부적으로 논의되겠지만 북한의 성실한 실천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전쟁 반대와 불가침선언의 정신은 정전협정에도 있고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세부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북한은 이를 사문화하면서 휴전협정을 30여만 건 위반하고 있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6·15공동선언이 있은 이후에도 서해교전 등 악랄한 무력도발을 계속 자행하고 있다.
전쟁의 예방에는 군사적 신뢰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군사적 신뢰구축은 이번 선언과 같이 미사여구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 억지는 적대국과의 군사력이 비슷할 때 달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핵무기보유국이 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대량살상무기에 117만의 현역과 770만의 예비역을 보유한 군사강국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군사력은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67만의 현역과 304만의 예비역으로 한마디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초라한 군사력도 ‘국방개혁2020’의 허울아래 2020년까지 50만과 150만으로 혼자서 감축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군 병사들의 10~12년 군복무에 우리는 2년에서 6개월을 추가로 줄이고 있다. 군 원로와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보고 안보전략이 부재한 한심한 처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없으면 지금 당장 한국을 공격하여 한반도를 적화할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호의적인 의도(Intention)에 의지해서는 안 되고, 북한군의 능력(Capability)을 보고 우리의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하면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의 핵 폐기 완료가 전제되지 않는 이런 허황된 약속은 그들의 위장 평화공세로 보아야 한다.
둘째, 6·25전쟁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관련국 정상회담 추진은 시기상조다. 지난 50여 년 간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못한 것은 끊임없는 북한의 휴전협정 위반과 변함없는 그들의 한반도 적화통일의 야욕 때문이다. 더구나 역사적인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군사도발은 더욱 격화되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2001년 북한상선 영해침범, 2002년 서해교전 도발과 2차 핵 위기 조성, 2004년 서해교전 도발함정 NLL월선 재도발, 2005년 핵무기 보유선언, 2006년 서해NLL 재설정 요구와 대규모 탄도탄발사 무력시위 및 지하 핵실험, 2007년 서해NLL 재설정 요구와 제3차 서해교전 발발 위협 등이다. 이것도 부족해 선군정치(先軍政治)에 국가지도자 명칭을 국방위원장으로 고집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6·25전쟁 이후 최고의 안보위기를 맞고 있다. 한가하게 평화를 운운할 시기가 아니다.
꼭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된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 한국에 대규모 주한미군의 계속주둔을 반드시 명시해야한다. 북한의 호전성을 억지할 수 있는 것은 협정 따위의 약속보다 강력한 미군군사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정책의 포기, 선군정치제도 폐기, 대량살상무기(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탄 포함) 완전폐기, 북한군 현역 및 예비군 한국수준으로의 감축, 한국 수도권에 위협을 주는 장사정포의 후방철수가 완료되어야 한다. 아마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소요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정일 정권의 존립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종전선언 등을 검토할 시기가 전혀 아니다.
셋째, 서해 공동어로수역·평화수역을 설정하면 군사충돌이 잦아진다. 해상 NLL은 그동안 육지의 비무장지대와 같이 비교적 잘 관리되어 왔다. 그 이유는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양측 군함이나 어선들이 NLL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NLL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일정수역이 육지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기능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함정 간 서로 원거리에서 행동함에 따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 간혹 북한함정이 NLL무력화를 위해 월선(越線)하여도 우리 함정이 접근하면서 경고하면 북한함정이 원거리에서 되돌아간다. 서로가 충돌을 피한 것이다. 다만 두 차례의 교전이 발생한 것은 북한함정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 채 돌아가지 않고 장시간 우리 관할해역을 유린하면서 근접한 거리에서 우리함정을 기습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동어로수역이 설정되면 많은 북한함정이 북측어선을 통제하기 위해 남하하게 된다. 1개 어로구역에 최소한 4척이 투입된다. 2개 구역에 8척이다. 그리고 어로수역 주변에는 평상시와 같이 우리 측 경비함정이 위치하게 된다. 이는 서북도서(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 방어, 주변어장에서 조업하는 우리어선에 대한 통제, 서북도서로 이동하는 화객선(화물선·여객선)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 남북함정이 서로 근거리에서 대치하게 된다. 해상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욱 많아진다. 우리어선이 NLL북쪽에서 조업할 경우도 동일한 현상이다. 북한의 과거행태와 호전성을 고려할 때 해상충돌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서북도서 어민들이 공동어로수역이 설정되면 그들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화도 서측해역에 평화수역을 설정하면 군사작전 차원에서 방어종심이 줄어들어 강화도·인천지역 방어가 사실상 곤란해진다.
넷째, 북한선박이 NLL을 가로 질러 해주항으로 직항하는 것은 안보상 큰 위해가 된다. 북한상선은 모두 정부선박이다. 민간기업이 없다. 승조원이 모두 국가공무원이다. 그래서 첩보수집이나 간첩행위를 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선박들이 우리의 서해 핵심방어구역(CDZ: Critical Defense Zone))을 통과하여 해주항에 입·출항한다는 것이다.
과거 두 차례의 해상교전에서와 같이 평시(平時)에도 이 해역에서 해상전투가 일어날 수 있다. 북한선박이 이 해역을 통과하면서 한국 경비함정의 동태와 사진정보·전자정보를 자연스럽게 수집하게 된다. 항로인근의 서북도서에 대한 정탐활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시(戰時)에 NLL근해는 해상전투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해역이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해상작전에 대한 해양환경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을 선박이 통과하면서 손쉽게 수집하는 것이다. 수상함·잠수함·기뢰전 작전에 필수적인 수심·해저지질·수온분포 등을 수집하게 된다.
평시에 이와 같은 값진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잠수함정을 은밀히 투입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런 위험한 작전을 안 해도 되는 큰 이득이 된다. 또한 전쟁도발 상당한 시일 전에 합법적으로 북한선박을 이용해 우리 측 수역에 공격기뢰(攻擊機雷)를 은밀히 부설할 수도 있다.
그리고 평시에 불법행위를 하는 북한선박을 현실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다. 2001년 6월 북한상선(2만 톤급)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서해 NLL을 횡단하여 해주항으로 입항한 적이 있다. 이 때 항로를 차단하던 우리 경비함정(1,000톤급)을 북한상선이 충돌하여 함정의 함수(艦首)가 상당부분 파손되었다.
북한상선이 제주해협을 2005년부터 통과하면서 남북합의규정에 의한 우리 경비함정의 적법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북한은 정부든 선박이든 일단 이익만 챙기고 나면 이후에는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우리 함정근무자들의 생생한 경험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해주 직항로는 우리 측에 전혀 이득이 없으며 적(敵)에게만 유리하다.
이상과 같이 이번 정상회담 선언문 중 안보관련 합의내용은, 오히려 한국의 안보를 저해하고 무장해제가 우려되는 독소조항들로 가득차 있다. 후속 실무회담에서 이 점을 알고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합의문을 작성한다고 해도 북한이 이를 성실히 지킨다는 보장이 없음도 알아야 한다. 2000년 정상회담의 6·15공동선언에 명시된 김정일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2007 남북정상 선언`은 우리 국민들에게 안보걱정을 더해주는 잘못된 합의문이다. (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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