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수)
호텔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8시경에 출발했다. 오늘은 14코스 황리사거리에서 통영 충무도서관까지 14km를 걷고, 이어서 15코스 중간 지점인 신거제대교를 건널 예정이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을 날씨가 화창하다. 연이틀 강행군을 했더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드레싱밴드를 붙여도 발을 디딜때마다 몹시 아프다. 미국 여성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쓴 다큐 소설 ‘Wild’ 내용이 생각난다. 미국 서부 멕시코 국경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북구 캐나다 국경 워싱턴주까지 길게 뻗은 산간도로를 PCT(Pacific Crest Trail, 태평양 산마루길)라고 하는데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캐스캐이드 산맥 등 9개의 산맥을 따라 이어진 황무지 도보여행길이다. 직선 거리로 약 1,600km인데, 실제 거리는 무려 4,300km에 달한다. 그는 엄청 무거운 배낭을 메고 혼자서 야영을 하면서 걸었는데 발이 부르트고 발톱이 빠지는 등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꿋꿋이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다리 근육이 팽팽해지고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겨서 몸이 어느새 날씬한 근육질로 변해서 스스로 놀랐다는 것이다. 하루는 산속에서 휴식을 하면서 신발을 배낭 위에 얹어 놓았는데 실수로 신발 한 짝이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여 하는 수 없이 필요 없는 나머지 신발도 계곡 아래로 던져버리고 발에 헝겊을 두르고 테이프로 감아서 걸어갔다고 한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3,000km 가량 산길을 걷고 내려와 그 경험을 글로 쓰고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책의 내용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마을을 벗어나자 길은 면화산 공얄등산임도로 들어선다. 호젓한 산길이다. 한참을 올랐다가 산모랭이를 돌아 내려오니 적덕마을이 있고 조금 더 가니 구집마을이다. 마을회관 앞에 쉼터 정자에서 다리쉼을 하고 있는데 마을 주민들이 말을 걸어온다. 요즘 외지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데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가는 얌체족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한다. 한편으로 수긍이 간다. 마을 한편 해변에 용 모습의 바위가 바다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데 해룡바위라고 한다. 쉬고 나서 안내표지를 따라 걸어서 손덕마을을 지나니 해안을 따라 멀리 거제도를 마주 보고 크게 만이 안으로 들어와 있고 해안길을 따라 길게 방파제가 뻗어 있고 그 위로 붉은색 안전 도보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오른편으로는 번화한 도시 건물과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바로 덕포리 해안길이다. 가까운 앞바다에는 희고 빨간 굴양식 부표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떠 있다. 통영이 굴양식 본고장인 청정해역임을 보여준다. 14코스 종점 통영충무도서관에 도착하니 12시경이다. 초밥과 돈가스로 점심을 먹고 15코스를 시작했다. 이 길은 차도 바로 옆을 따라 가는데 인도가 없기도 하고, 있어도 아주 좁아서 자동차를 조심해야 한다. 소위 위험구간이다. 약 6km를 내처 걸어서 신거제대교에 도착했다. 다리 길이가 약 2km에 달한다. 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몸이 흔들릴 정도다. 까마득한 다리 아래로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다. 힘들게 다리를 건너서 택시를 타고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오늘은 39,000보 25km를 걸었다.
5월 14일(목)
아침 7시 반에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금포리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고 다시 택시를 타고 사등면사무소로 갔다. 오늘은 15코스 나머지 구간과 16코스를 걷는다. 날씨는 맑고 쾌청하다. 왼편 아래로 펼쳐진 푸른 바다와 수평선에 맞닿은 파란 하늘빛에 눈이 시원하다. 길은 얼마 안가서 사등성지에 도착한다. 사등성은 조선시대 전기에 조성된 거제 읍성이다. 고려말 왜구 침략에 따른 공도(空島)정책으로 행정상 공백지였던 거제도는 피난 갔던 거제 백성들이 돌아오면서 축조를 시작하여 세종 30년이 성이 완공되었다. 이후 거주민들이 늘어나면서 5년 후에 고현으로 옮길 때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사등성은 평지에 돌을 쌓아 만든 성으로 외벽 길이가 900여 미터이고, 남아 있는 성벽의 상태가 양호하여 조선시대의 성곽 구조와 건축술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사등리에서 해변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방파제가 한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여름철에는 요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해변에는 크지 않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는데 사곡해수욕장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며칠 동안 고생한 발이 참 고맙기도 하고 고생한 발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잠시 쉬고 다시 힘을 내서 6km 정도 언덕과 마을길을 걸어서 16코스 종점인 고현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 40분 고속버스를 탔다. 오늘은 20,000보 13km를 걸었다. 이번 나흘 동안 고성과 통영 일부를 지나 거제도 일부 모두 127,000보 80km 가량 걸은 셈이다.
끝
첫댓글 9월중 제 4차 남파랑길 거제길 추진예정입니다.동참 적극 귄유합니다.대만족입니다.이 도보기는 5월11일부터 3박4일 도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