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엉성한 구멍 하나 눈으로 안겨 든다
볕 한 줌 나눠가며 여린 생 다독이는
가슴이 철렁한 숨도
내어 쉬는 그런 곳
하루가 소리 없이 목젖을 울컥일 때
생각의 고리 찾아 헤매는 길이어도
바람이 들락대도록
눈감아 주면 좋겠다
마음이 그래 1
새벽을 당기던 팔 힘줄 더 세워본다
오래된 동화 속의 해피엔딩 떠올리며
오늘은 좋은 날이라며 잇몸 환히 보일까
첫차가 오고 있는 역사가 분주하다
그리는 백지 위에 꿈틀대는 꿈을 싣고
도심 속 빠르게 걷는
뒷모습이 찡하다
행복할 수 있다면
구절초 손잡고서 억새가 웃고 있다
단풍 든 목소리로 휘파람 높여가며
짜 맞춘 단추 하나쯤
풀어놓아도 좋겠다
서정에 머무르다
속을 다 내보이며 홀로 선 창이 있다
툭 튕기는 빗방울에 제 길을 내어주고
날아든 빗방울 앉혀 수채화를 그리는
바람에 떠밀려서 헤매던 빗물처럼
응원에 기운 차려 빛을 내는 걸음들
쇼팽의 녹턴 이십 번
비雨 선율이 파고든다
- 시조집 『눈감아 주면 좋겠다』 책만드는집,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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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시인 시조집 『눈감아 주면 좋겠다』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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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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