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입니다.
이제 오프시즌인데, 지루함도 달랠겸 비정기 시리즈로 예전 NBA 썰을 가끔 풀까 합니다. 올드팬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많이들 아시는 내용이 많을 수 있지만, 그냥 재미삼아서 추억에 잠겨볼까 해요 ㅎㅎ
오늘 다룰 얘기는 1994년 2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NBA의 가장 빛나는 별들이 모여서 즐기는 축제의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었죠.
그 전까지 NBA를 지켜보던 팬들에게 93-94시즌은 뭔가 좀 달라진 해였습니다. 93년 여름에 세번째 우승을 거둔 리그의 지배자 마이클 조던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고, NBA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죠. 조던이 없는 동부에서 애틀란타 호크스는 올스타전까지 동부 1위를 달리고 있었고(최종 1위), 불스에게 3시즌 연속 깨진 뉴욕 닉스 역시 위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조던이 없는 불스? 놀랍게도 그전까지 (알만한 사람들은 인정했지만) 은근 과소평가받던 스카티 피펜이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시카고를 훌륭히 이끌었습니다. 이 시즌 피펜은 생애 최초로 올NBA퍼스트팀에 오르고, 단순한 조던의 조력자 중 하나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 리그 최고의 포워드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죠.
피펜은 전 시즌에 이어 올스타 투표에서 동부 포워드 1위에 오르며 주전에 올랐습니다. 놀랍게도 피펜의 팀동료이자 조던의 어린 아들 제프리 조던이 제일 좋아한다던 BJ암스트롱 역시 동부 가드 1위에 생애 최초로 올스타로 선발되었죠. 뒤이어 이들의 불스 동료이던 호러스 그랜트 역시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에 감독 추천으로 선발되었습니다.
뉴욕 역시 패트릭 유잉, 존 스탁스, 찰스 오클리를, 애틀란타 호크스는 무키 블레이락, 도미닉 윌킨스를 올스타전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동부 올스타팀에서 가장 주목받던 선수는 핫한 신예 샤킬 오닐이었습니다. 서부의 전통의 인기스타 찰스 바클리(79만표)에 이어 득표 2위(60만표)를 한 오닐은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NBA최강의 피지컬, 놀라운 실력과 넘치는 자신감을 지닌 무서운 영스터였죠. 그는 올스타전까지 47경기동안 무려 28.5점을 넣으며 28.1점을 넣고 있던 데이비드 로빈슨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 득점 레이스의 결말은...다음에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오닐의 성장으로 NBA는 바야흐로 역대 최고의 센터 전성시대를 맞게 됩니다. 1994년 MVP 투표는 1위 하킴 올라주원, 2위 데이비드 로빈슨, 3위 스카티 피펜, 4위 샤킬 오닐, 5위 패트릭 유잉이었습니다. 95년은? 1. 로빈슨 2. 오닐 3. 칼 말론 4. 유잉 5. 올라주원이었죠. 이른바 "4대 센터"의 서막이 오른 겁니다.
오닐은 여러 연예계 활동도 겸했습니다. 93년에 나온 그의 데뷔앨범은 "Shaq Diesel"은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마이클 잭슨 앨범에 피쳐링을 하기도 했었죠. 94년에 "블루 칩"을 시작으로 연기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이 활동들에 대해선...샤크는 농구를 정말 잘했습니다. (콜록!콜록! 카잠! 콜록!콜록!)
이처럼 당시 샤크는 무시무시한 실력자였고 그에 걸맞는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너무 건방지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죠.
그의 코멘트 중 유명해진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누구든간에 그냥 죽여버리는 거죠. (상대방이) 작건 크건 뚱뚱하건 크건, 그냥 죽여버려요 (No matter who the opponent is, you just go out and kill 'em. If he's small, short, big, fat, tall, just go out and kill 'em)."
이런 그의 자신감을 고깝게 본 사람들 중엔 불행히도 그의 선배들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부의 내로라하는 올스타들이었죠. 이 때문인지 94년 올스타전은 희한한 양상을 띄게 됩니다.
94년 올스타전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홈인 타겟 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전날 열린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선 울브스의 아이재아 라이더가 역대 최초로 between-the-leg 덩크를 덩크 콘테스트에서 선보이며 우승, 홈팬들을 열광시켰죠.
94년 올스타전: youtu.be/twbWv7ySCXI
어쨌건 오닐이 점프볼을 따내며 시작된 올스타전에서 케니 앤더슨은 바로 로우포스트에 있는 샤크에게 볼을 투입합니다. 올라주원을 상대로 백다운하던 샤크에게 미치 리치몬드가 기습적으로 더블팀을 들어왔고, 그가 볼을 흘리며 턴오버를 저지릅니다. 이후 한동안 외곽 위주로 경기가 흘러가다가 다시 오닐에게 볼이 투입되었지만, 드렉슬러가 다시 오닐에게 다가올 태세였고 결국 오닐은 급하게 훅슛을 던졌다가 놓칩니다.
얼마 후 또 오닐에게 투입이 되자, 이번에도 리치몬드, 그리고 위크사이드에 있던 숀 켐프까지 무려 세명이 트리플팀을 들어옵니다.
트리플 팀! 올스타전에서 말이죠! 오닐은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뒤이은 켐프의 블럭슛! 올라주원의 블럭슛! 심지어 클라이드 드렉슬러조차 기습적으로 한번 오닐을 블럭합니다.
이날 오닐은 첫 11개의 슛 중 10개를 놓칩니다. 그나마 골밑슛 하나 간신히 넣었죠. 그의 주 매치업이었던 올라주원은 이날 19점 11리바운드, 무려 5블럭슛과 2스틸을 기록합니다. 오닐은 경기 종료 32초를 남겨두고 스카티 피펜의 앨리웁 패스를 받아 경기 내내 자신을 괴롭힌 올라주원 위로 통쾌한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찍습니다. 마치 짜증난 걸 풀어내려는 듯한 호쾌한 덩크였죠.
오닐의 덩크: youtu.be/L14FakzkngE
오닐의 최종성적은 26분 뛰면서 야투 2/12 (16.7%) 8점 10리바운드. 오닐이 이 시즌 야투율 59.9%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수치였습니다. 서부 올스타들은 오닐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으면 파울로 끊어버렸고, 오닐은 자유투 11개 중 4개만을 넣습니다. 경기는 29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한 피펜의 맹활약에 힘입어 동부가 손쉽게 가져가지만, 오닐은 거의 플옵급 수비를 받으며 최악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올스타전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걸 감안해도 너무한 수비였죠.
당시 심판을 맡았던 제이크 오도넬은 경기 이후에 "우리(심판진)도 하프타임에 그 얘기를 했습니다. 서부 선수들이 샤크가 골대로 가게 놔두질 않는다고요. 올스타게임에서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란 인터뷰를 했습니다.
서부 선수들의 반응은...엇갈렸습니다. 제독은 "아무도 더블팀 얘기같은 건 하지 않았다"라고 고의적으로 집중수비했다는 걸 부인했지만, "샤크를 상대할 때 조금 더 집중해서 하긴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페이튼은 올스타전 당시 서부 감독이었던 조지 칼이 샤크를 집중수비하도록 주문했냐는 것에 대해서 "농담으로 시작했어요. 샤크가 떠벌이고 있었고 감독님이 '좋아 게리, 녀석에게 제대로 이해시켜주자고'라고 했죠"라면서 실제로 샤크를 집중수비하도록 작전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어쨌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샤크는 자신을 집중수비한 서부 올스타 빅맨들에 대해 "복수하겠다. 한명한명"이란 말을 남겼습니다.
샤크의 복수가 성공했냐고요? 좀...애매합니다. 샤크는 후반기에 서부 올스타 빅맨들이 소속된 팀 중 시애틀, 휴스턴, 샌안토니오, 피닉스, 유타를 만났죠.
시애틀 전에서 샤크는 센터진이 약한 소닉스를 상대로 무려 38점 20리바운드 5블럭 (야투율 84.2%!!!)를 맹폭하며 시애틀을 31점차로 박살내는데 일조합니다. 복수전의 서막이 화려하게 올랐죠.
근데...다음에 열린 휴스턴 원정경기에서 샤크는 19점 13리바운드 2어시 2블럭 1스틸 (야투율 42.1%), 올라주원은 26점 7리바운드 5어시 6블럭 1스틸(야투율 60%)를 기록하며 로켓츠를 97대 85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드림의 판정승.
스퍼스 전, 오닐은 32점 11리바운드 2어시 0블럭 1스틸 (야투 55%)를 기록하며 뛰어난 활약을 합니다만, 제독은 36점 13리바운드 7어시 6블럭 3스틸 (야투 53.8%)를 기록하며 오닐보다 더 뛰어난 활약+팀승리를 챙깁니다.
피닉스 선즈전, 오닐: 39점 14리바 6어시 3블럭 2스틸 (야투 61.5%), 바클리: 30점 20리바 3어시 0스틸 0블럭 (야투 50%), 선즈 승
유타 재즈전, 오닐: 19점 8리바 3블럭 (야투 63.6%), 말론: 27점 17리바 5어시 2블럭 (야투 41.7%), 매직 승.
전체적으로 파워포워드들과의 대결에서는 맹활약을 했는데, 이게 이들의 주 매치업이 샤크가 아니라서 애매합니다. 특히 저 세 팀은 센터진이 약하기로 악명이 높죠. 반면 매치업 상대인 드림과 제독을 상대로는 둘다 뛰어났지만 약간씩 열세였고 팀도 졌습니다.
참고로 스퍼스 전 막판에 로빈슨을 향해 샌안토니오 홈관중들은 "MVP! MVP!"를 연호했고, 이에 대해 샤크는 "데이빗은 MVP가 아니다. 내가 MVP다"라고 했고, 제독의 팀동료 윌리 앤더슨은 이에 대해 "전 그 친구(샤크)에게 '누가 MVP처럼 플레이했는데? 너야 데이빗이야?"라고 도발했답니다.
이후 샤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샤크는 "난 여러가지 (연예계 활동 등)을 할 수 있다. 난 여러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다들 질투하는 것이다"라고 했고, 로빈슨은 자신이 샤크를 질투한 다는 것에 대해 비웃고는 "그 녀석은 우리가 원하는 걸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요."란 말을 남겼습니다.
사실 로빈슨과 샤크는 94년 올스타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94년 이후로도 계속되는 악연이 있었습니다. 샌안토니오의 상징과도 같았던 제독과 샌안토니오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샤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자신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과 겸손함에서 둘째가라면 기꺼이 그렇게 할 사람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던 걸까요? 이는 다음 시간에 풀어보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 잘봤습니다. 올라주원, 로빈슨 5블럭, 6블럭이 눈에 띄네요 ㅎㄷㄷ
형님들이 당돌한 애송이 한놈 담갔었죠.. ㅋㅋ 샼도 참 대단합니다
잘봤습니다. 샼같이 튀는 스타일의 선수가 나왔으면 하는데, 지금 시대에 욕도 엄청 먹을 거 같네요.
흥미로운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같은 올드 팬들에겐 더없이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MDE를 막으려면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