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제19편 영별그날>④영별하던 그날-2
“선생님, 생기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점룡이 달려드는 옥희를 안고 앉자, 방금 맥을 찾아 시신에 접맥하면, 그 시신이 생기를 얻어서 동기매체인 후손에 기운이 미쳐 자손이 번성하는 이치는 자연이란 생각이 든다는데, 그도 혜영을 품에 안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생기의 근원이 자연이라는 자네 말은 틀림없네. 다만 인간사에 그 자연의 생기이론을 끌어다 쓰려고, 공식을 만들어놓은 게 아닌가? 아무리 자연의 법이라도, 인간의 노력이 없이는 감응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게!”
“네, 선생님 말씀 알만합니다! 맥이 좌로 가면 우로 쓰고, 우로 가면 좌로 쓰라는 말씀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 알아도 자네가 기본은 배운 거네! 살아있는 용맥은 좌선 우선하고, 솟았다가 엎드리고,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연이으면, 기운이 배가되어 활력이 넘쳐서 생동하는 용으로 본다네! 아하하.”
천복은 용맥의 기복과 굴곡을 다시 강조하였다. 그런데 그의 품에 안기었던 혜영이 치맛자락을 훌떡 젖히고는 하복부를 내보이면서 남자의 손을 끌어다 배에 얹고, 입을 여는 거였다.
“오빠, 즈그 뱃속으 아그가 펄펄 뛰논디, 한 분 만져 봐유!”
천복은 그녀의 요구에 손을 사리지 아니하고, 만지라는 대로 그녀의 뱃가죽을 더듬어보는 거였다.
“흐음, 태아가 꿈틀꿈틀 요동을 치네그려! 아하하.”
“아하하, 선생님 저도 저 사람과 함께 자다가 펄펄 뛰노는 게 느껴지더군요. 선생님의 아기라 그런지 확실히 다르더군요. 아하하.”
점룡이 천복의 말에 거드는데, 혜영이 몸을 발딱 뒤로 뉘는 거였다.
“점룡거사, 어서 시작하게나!”
그는 옥희를 안타까이 여기는 말일 거였다.
“네!”
천복이 옷을 훌훌 벗고, 혜영의 위에서 엉덩춤을 추면서 그루박기를 시작하자, 점룡도 옷을 벗어젖히고, 옥희에게 들어붙는 거였다.
혜영이나 옥희는 이럴 줄 지레 알았는지, 홑치마만 걸치고 왔기에, 정사는 쉽게 이뤄져서 두 남자는 연신 엉덩이짓을 하고 있었다.
경산이 세상을 뜨기까지는 보덕이 천일기도가 끝난 뒤에도, 찔레꽃이 만발하는 여름이 돌아와야 한다는 거였다. 그는 그러한 사실을 안 뒤부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심장을 옥조이듯, 마음이 한량없이 긴장되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경산이 숨을 거두고, 도흥별천에 묻히면, 더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가 없을 거였다. 그러면, 도흥별천으로 점룡을 만나고, 보덕을 만나 얼마나 오랜 동안 몽유병자처럼 미쳐 방황해야 치유할지 몰랐다.
해가 뜨고, 어지저지하다가 하루해가 지나면, 붉은 노을빛이 서녘하늘을 물들이고, 밤이 돌아오면, 잠 못 이루는 한밤으로 치달을 터인데, 그의 마음은 동혁혼령도, 정읍댁도 옥희도... 아무도 알 리 없으리라는 거였다.
오직 그의 가슴속에서만, 혼자 우는 새가 되어 영혼을 슬프게 할 거였다.
“오메, 오빠! 오빠 눈물이 즈그 얼굴이 떨어져라오! 오호호.”
“혜영, 사랑해!”
그는 어느덧 물기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혜영의 얼굴에 마구 비비어대면서 사랑한다고 말하였다.
“오빠, 담이넌 엄마 데꼬 올 거라오!”
“그래, 혜영엄마 보고 싶어! 먼 훗날 할머니 돌아가시면, 의지할 거야!”
그는 혜영이 다음에 엄마를 데리고, 온다고 하자, 보고 싶다면서 반기었다. 그녀는 외모나마 경산을 닮아있었다.
그녀가 엄마를 모시고 오면, 경산이 세상을 뜨기 전에 그녀와 정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거였다.
그로서 혜영의 언니들과 모친까지 어쩌면, 허탈에 빠져 외로운 영혼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을 거였다.
그때 한 덩이지었던 옥희와 점룡이 분리되더니, 일어나 앉아서 다시금 포옹하고 있었다.
“언니, 끝났어라오?”
혜영이 한동안 남자의 젖은 얼굴과 비비다 일어나 점룡에게 안긴 옥희가 눈에 들어오자 물었을 거였다.
“쟈넌, 왜 끝나냐? 또 시작혈 건듸!”
옥희는 점룡의 품안에서 의기양양하게 말하였다.
혜영과 천복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끝을 내었다.
“저는 선생님만큼 양기가 세지 못해, 사모님을 즐겁게 해드리지 못합니다!”
첫댓글 경산의 부재를 미리 슬퍼합니다...
천복에게 경산의 부재는 충격이죠. 그렇다고 경산 곁에
항상 붙어있는것은아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경산
만이 톡 채워져있네요. 그가 누굴 만나든 누구와 사랑한
다고하더라도 그의가슴속에는 오직경산입니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포성이 어지럽게 난무할 때 믿고, 믿었던
아버지와 삼촌이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오직남은가족이
경산이었기때문이죠. 정읍댁은 남편만잃고 자신이낳은
자식들은 있었기에 경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
러나 경산은 자신이 낳은 형제를 잃었기에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았죠. 그 중에도 용훈은 자식이
낳아놓은 자식이기에 가장 소중하게 여겼을 거였고, 정
읍댁은 젊었기에 언제어디로 개가할지모르는 상황이라
믿음이 안 가죠. 그래저래 경산과 용훈은 절대적인 인연
이었지요. 이제 경산이 떠날 날이 다가오기에 천복은 슬
플 수밖에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