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다중 악기 연주자이며 캐나다와 미국 록 그룹 '더 밴드' 오리지널 멤버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로 그룹의 사운드를 설계했던 가스 허드슨이 21일(현지시간)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버라이어티가 전했다. 오르간과 색소폰(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아코디언, 클라비넷, 피콜로, 슬라이드 트럼펫,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연주했으며, 키보드 잡지가 "록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로 꼽았다.
원년 멤버 가운데 리처드 마누엘이 1986년, 릭 단코가 1999년, 레번 헬름이 2012년, 로비 로버슨이 2023년 8월 세상을 떠나 마지막 생존자였다. 엘튼 존을 비롯해 수십 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녹음하고 공연하는 등 수요도 많고 존경도 받았던 세션 연주자였다.
더 밴드의 대변인들은 일간 토론토 스타에 고인이 밴드의 오랜 시절 텃밭이었던 뉴욕주 우드스탁에 있는 요양원에서 이날 아침 “잠자던 중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 사망 원인이나 유족의 임종 여부 등 죽음을 둘러싼 정황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은퇴한 뒤 인터뷰 요청에도 좀처럼 응하지 않았던 고인은 그룹 안에서도 조용한 남자였다. 그의 첫 음악 활동은 아칸소 태생의 로커빌리 싱어 로니 호킨스의 백업 밴드 호크스였다. 1966년 호크스를 떠나 로큰롤 연주자로서 첫 투어에 나선 밥 딜런과 인연을 맺었다.
뉴욕주 웨스트 소거티스에서 딜런과 나무 갈기(woodshedding, 악기로 연습하는 일을 일컬음)를 했는데 허드슨은 딜런의 레코딩 엔지니어 노릇을 하며 그룹의 전설적인 “지하실 테이프들”을 녹음했다. 이것이 더 밴드의 데뷔 앨범 'Music From Big Pink'(1968)였다. 이듬해 셀프 타이틀 앨범을 내놓으며 전성기로 내달렸다.
허드슨은 2003년 캐나다 잡지 Maclean 인터뷰를 통해 레코드나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유일한 멤버로서 자신의 기여를 가능한 가장 낮춰 얘기했다. "그냥 일이었다. 스타디움에서 연주하거나 극장에서 연주하거나 내 일은 아래에 장비들을 깔아놓는 것이었다. 좋은 시들의 뒤에 장비를 깔아놓는 것이었다. 모든 밤 똑같은 시들이다.”
더 밴드의 기타리스트이며 스타덤에 올랐던 시절의 송라이터 로버슨은 2016년 회고록 '증언'에서 허드슨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들에 대해 훨씬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똑똑하게, 우리 가운데 누구도 이전에 잼 연주를 해봤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연주했다. 우리 다수는 어렸을 때 악기들을 집어들어 죽 진행했다. 하지만 가스는 클래식하게 훈련했고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키보드로 음악을 할 공간을 찾아냈다. 우리를 깊이 감화시켰다.”
더 밴드는 'Islands'(1977)까지 8장의 앨범을, 재결합 후 'Jubilation'(1998)까지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딜런과는 3장의 앨범을 만들었다.
허드슨은 자주 협업했던 프로듀서 할 윌너와 함께 2001년 UCLA 로이스 홀에서 해리 스미스 프로젝트 콘서트 무대에 섰는데 허드슨이 5시간 공연을 마무리하는 환상적인 오르간 솔로 연주를 들려줬다. 그는 또 더 밴드가 1976년 했던 공연을 재현하며 오마주를 표하는 '라스트 월츠 40 투어'(2016~17)에 정기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2017년에는 자폐증 연구에 수익금을 기부하기 위해 글렌데일 알렉스 극장에서 개최한 와일드 허니 오케스트라 공연에 특별 게스트로 초청돼 'Music From Big Pink'와 'The Band' 앨범 수록곡들을 충실하게 들려줬다.
1937년 8월 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태어난 허드슨은 부모 모두 음악가였다. 어머니는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1차 세계대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아버지는 드럼, C 멜로디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피아노를 연주했다. 허드슨은 1940년 경 가족과 함께 같은 주 런던으로 이사했다. 어린 나이에 피아노 교습을 시작한 허드슨은 교회와 삼촌의 장례식장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했다.
열한 살 때 첫 곡을 썼고, 다음해 처음으로 댄스 밴드에서 연주했다.그는 브루데일 공립학교와 메드웨이 고등학교를 거쳐 웨스턴온타리오 대학에 진학, 바흐의 합창곡과 평균율클라비어곡집을 공부했지만 클래식 레퍼토리의 경직성에 질려 1년 만에 하차했다.
43년을 함께 한 아내이자 음악 파트너였던 마우드 허드슨이 2022년 2월 세상을 먼저 떠나 쓸쓸히 지내왔다. 자녀 관계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