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주상절리
기나긴 한반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땅, 연천
박성호 기자
오마이뉴스 기사 입력일 : 2021. 5. 31.
기록으로 알 수 없는 한반도의 역사 - 임진강 주상절리
당포성 전망대에서도 임진강 주상절리의 풍광을 감상 할 수 있지만 조금만 발품을 더 팔면 눈이 즐겁고 가슴이 벅찰 정도인 자연의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다. 당포성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임진강 주상절리(동이리 소재) 전망대가 그곳이다.
당포성에서 임진강을 따라 상류로 두어 번 정도 굽이쳐 오르는 지점인데, 전망대에서 좌우로 머리들 돌리면 그야말로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12폭 병풍이 펼쳐졌다. 땅 위의 이런저런 푸른 나무들을 떠받치고 있는 땅속의 모습이 마치 칼로 베어낸 듯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망대 안내판에 의하면 이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지질시대의 암석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형성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한반도 지질교과서로 불린다고 한다. 또한 현무암으로 된 주상절리는 대부분 바다에서 발견되는데 강에서 발견된다는 점이 특이하단다.
동이리는 북동쪽 철원 방면에서 내려오는 한탄강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임진강이 만나는 삼각지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탄강을 타고 내려오던 용암이 이곳에서 임진강을 거슬러 일부 올라갔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대략 이런 설명을 머리에 두고 건너편 주상절리를 보니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복잡해지는 부분이 더 많았다. 안내판에 표시된 주상절리의 형성 과정은 용암이 강을 따라 흐르면서 식어서 현무암 지대를 형성하게 되고 그 위로 다시 물이 흐르면서 침식 작용이 일어나 좌우로 주상절리를 형성하는 강이 다시 생기는 식이었다.
그런데 용암이 굳어진 현무암층 위로 다시 물이 흘러 점점 넓은 강을 형성한다면 결국 침식 작용인데, 일반적인 침식은 유속이 빠른 중심부가 깊게 파이고 유속이 느린 강의 좌우 가장 자리는 덜 침식되어 얕아지기 마련이다.
왜 이곳은 여름철 갈라진 논바닥 마냥 좌우 강둑이 주상절리와 같은 절벽을 형성하는 것일까? 이 정도는 지질학도가 아니라면 충분히 가져볼만한 의문이기에 안내판의 주상절리 형성 과정을 고개만 끄덕이기는 힘들었다.
용암으로 메꿔져 평평해졌지만 다른 평지와는 결속력이 다른 현무암 길을 따라 지층 아래로부터 어떤 힘이 작용하여 크랙이 생겼고, 이로 인해 땅 속 현무암 응결 체인 주상절리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하는 추론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역시 지질학에 대한 지식이 짧으니 품을 수밖에 없는 의문이겠지만 이런 의문은 결국 안내판의 정보가 누구나 충분히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참고로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주상절리는 풍화 작용의 결과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면서 급격히 응고되어 강도가 높은 외벽을 형성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응고되면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 내부는 다면체의 결정들을 형성하게 되는데 바닷물의 풍화 작용으로 외벽이 깎여 나가면서 안쪽의 다면체 결정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의문이 남으면 또 어떠하리. 요즘 서점을 가보면 지리 혹은 지질학에 대한 교양서들이 생각보다 눈에 많이 띈다. 나의 임진강 주상절리 방문은 결국 그 책들을 꼭 몇 권 사 봐야겠다는 지적 호기심의 발동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발걸음이 되고 말았다.
임진강 주상절리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