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체류 막는 보증금” vs 관광업계 “방문객 쫓는 자해 행위”
한국 등 비자면제국 제외…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청자 직격탄
2026 월드컵·2028 올림픽 앞두고 시행… 관광 수입 감소 우려
미국이 오는 10월부터 대부분의 비자 신청자에게 250달러의 ‘비자 건전성 수수료(visa integrity fee)’를 추가 징수하기로 하면서, 방문 예정자들의 희비가 국적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 일본 등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적용 국가 국민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국, 인도, 브라질 국적자나 캐나다 영주권자 등 비자가 필수인 방문객들은 예기치 못한 ‘수수료 폭탄’을 맞게 됐다. 미국 정부는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2026 월드컵 등 대형 행사를 앞두고 관광객의 발목을 잡는 ‘자해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수수료 신설은 지난 7월 4일 제정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조치로, 오는 10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관광(B-1/B-2), 학생(F/M), 취업(H-1B), 교환(J) 비자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비이민 비자 신청자가 수수료 부과 대상이다.
가장 큰 관심사인 적용 대상에서, 한국 국적자는 비자 없이 최장 90일간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대상이므로 이번 수수료 부과에서 제외된다.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비자 면제국 국민과 대부분의 캐나다 시민권자 역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비자 발급이 필수적인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브라질을 포함한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중동 지역의 여러 국가 방문객들은 기존 비자 신청 수수료 외에 250달러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특히 캐나다 영주권자들은 시민권자와 달리 미국 방문 시 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수수료 부과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번 조치가 비자 기간을 넘겨 체류하는 불법 이민을 줄이기 위한 성격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번 수수료가 비자 규정을 지키면 전액 환불되는 ‘이행 보증금’이라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환불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돌려받으려면 체류 기간 연장 시도 없이 비자 만료 5일 내에 출국하는 등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출입국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규정 탓에 관광업계에서는 합법적인 방문객에게까지 벌금을 물리는 ‘관광세’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더욱 큰 문제는 시점이다. 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년 FIFA 월드컵과 2028년 LA 하계 올림픽이라는 대형 호재를 앞두고 새로운 금융 장벽을 만드는 것은 관광객 유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조치가 불법 체류 감소라는 순기능보다,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관광 수입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만 낼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이민 전문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임시 방문자들의 발길을 막는 실질적인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유학생이나 임시 노동자들에게 250달러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미국의 문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