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너무 갑자기 떠버린 모양이다.
두산 '깜짝스타' 송원국이 9일 잠실 현대전에 앞서 한 팬으로부터 기습 사인 요청을 받고 난감해졌다.
지난 6월22일 SK전서 사상 첫 대타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린데 이어 전날(8일) 9회말 끝내기안타를 터뜨린 덕분에 데뷔 4년만에 처음 받아든 야구공과 매직펜.
그런데 한참 펜만 만지작거리다가 한 말이 기가 막혔다. "실은 아직 사인이 없는데요…."
그래도 명색이 첫 경험인데 거절할 수 없는 일. 공에다 또박또박 한글 정자로 '송원국'이라고 쓰더니 그 밑에 사인 요청을 한 팬의 이름까지 써넣었다.
이걸 본 정수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게 무슨 사인이야, 그냥 이름 쓴거지"하면서 배꼽을 잡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사인 요청을 받는 정수근은 야구공에는 세로로 써야 보기좋다며 한자로, 종이에는 한글로 쓰는 두가지 사인을 갖고 있다.
프로야구 스타들의 세련된 사인은 보기엔 척척 손쉽게 휘갈기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종이 수십장을 찢어가며 탄생한 역작. 송원국도 앞으로 스케치북 몇권은 없애야 할 것 같다.
〈 잠실=박진형 기자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