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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sided love(부제: 그녀에게)
일박정인, 불공평한, 한쪽으로만 치우친.
*
" ....제가 할게요.. 제가 하겠습니다. "
" 병도 없으신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
" ...아마도요.. "
터벅터벅.
아- 왠지 나 우습다. 지금 내 상황이.
아주 많이‥ 웃긴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냐. 쪽팔리게.
슥-
눈물을 훔치고는 야구 모자를 더욱 푹 깊게 눌러 썼다.
지금 만신창이가 된 내 얼굴 따위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도, 그녀의 남자에게도, 나에게도.
\그 날 저녁.
" ..제발.. 제발 이러지마, 예희야 제발... "
" ...그만..해.. 그만하란 말야!! 더 이상 오지마! "
" ..왜 그래? 윤예희! 난.. 너 없으면 죽는단 말야.. "
" 죽어... 같이 죽을까? 어?! 한윤성 너 나 우습니? ..하.. 그래? 우스워?! "
"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
그는 창문을 열어 아래를 바라봤다.
익숙한 장면이라는 듯이 아무렇지 않은 덤덤한 표정으로.
하지만 그의 입은 덤덤했지만 눈은 울고 있었다.
" ..... 걱정마, 이제 울지 않아도 돼. "
그는 들리지도 않을 말을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다시 아래에선 두 남녀의 외침이 퍼졌다.
" ... 이젠 보이지 않게 된 되잖아!! 병신이 된대! ... 시각장애인 몰라?..어?! "
" 그런 말 함부로 하지마! 그렇다 하더라도 곁에 있을 거야!! 지켜줄게! "
" ... 하.. 나 지금 한윤성 얼굴도 잘 안 보여... 근데 뭘 어쩌라는 거야!! "
그녀의 외침에 기어코 그녀의 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는 큰 소리로 눈물을 쏟아냈다.
한참이나 창문을 바라보고 있던 그도 창문을 닫고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 ‥나도 안아줄 수 있는데. 지켜줄 수 있는데. "
\다음 날
달칵.
" 아,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신문을 꺼내려 나온 그와 달리 반듯한 직장이 있는 그녀.
뭐, 이 직장도 얼마 안 가 다닐 수 없게 되겠지만.
우연히가 아닌, 언제나 항상 이 시간에 문을 열고 나오는 그.
그녀는 안색이 매우 안 좋아보였고, 헬쓱해 보였다.
그녀가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질 때까지, 그는 옅은 갈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쭈그려 앉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녀의 배웅을 했다.
쾅.
" ...아프면 안 되는데.. "
그는 작게 예기했다. 그러다가, 신발장 옆에 걸린 달력을 슥 바라봤다.
달력에는 빨간색 펜으로 엑스 자가 쳐져 있었다. 그리고 왕별표가 쳐진 곳은 곧 얼마 남지
않았었다.
그는 어렴풋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또 다시 빨간 펜을 들어 오늘의 날짜에도 엑스 자를 그
려 넣었다.
어질러진 방 안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는 그.
한참이나 이 곳 저 곳 서랍과 옷장을 다 뒤진 후에야 무언가를 찾은 그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
" 찾았다 "
깊숙한 서랍 속에서 찾은 것은 '편지지'
조금 오래된 듯하고, 구석에 있던 터라 색깔이 변했고, 살짝 구깃 했지만
그는 아무런 상관하지 않고 또 다시 펜을 찾기 시작했다.
검은색 볼펜을 어디선가 찾은 그는 냉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펜을 돌리며 무언가 생각
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하다, 아기자기한 노란빛 편지지의 첫 번째 줄에 삐뚤고 엉성하지만
뭔가 따스한 기분이 느껴지는 글씨를 새겨 넣었다.
'그녀에게..'
그가 처음 편지지에 적은 것은 누군가의 이름도, 별명도 아닌 3인칭의 '그녀'라는 딱딱한
말이었다.
하지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심정이라면, 지금 그의 마음을.
모르겠다면 언젠간 알게 되리라.
그는 곰곰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하는 것만으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 모습
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며, 최대한 똑바로 쓰려는 모습이
눈에 훤히 드러났다.
슥슥.
그가 두 번째 줄을 띄고, 세 번째 줄에 쓴 짧은 말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 에게들 쓰는 말을 그는 누군가에게 적고 있었다.
머리를 굴리다가, 그 다음 말이 생각이 잘 안 나는지 안 그래도 삐죽삐죽 튀어나온
사자머리를 헝클어트리며 펜을 놓고 대자로 누워 버리는 그.
그리고 탁한 한숨을 쉰 후, 다시 방긋 웃어 보이며 크게 외쳤다.
" 조금만 기다리세요!!! "
\그 날 저녁
또 어김없이 밤은 돌아온다. 아침이 돌아오듯.
그는 아침부터 그대로 계속 잠이 들었었는지, 거실에 누웠던 몸을 일으키며
비몽사몽 한 듯한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편지지와 함께.
흰 손에 들린 편지지가 열린 창문에 의해 팔랑 거렸다.
그는 방으로 들어서, 시계를 한 번 바라보고는 의자에 앉았다.
책상에 편지지를 올려놓고는 잠자던 도중에 생각이라도 났는지, 아까보다는 막하지 않고
슥슥 말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아직 편지지의 중간조차 말을 채우지 못했을 때.
창문 밖에서는 또 외침이 들렸다.
드르륵.
창문을 열고는 아래를 바라봤다.
어두웠지만, 다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도 그녀의 남자의 얼굴도. 모두 다 보였다.
" ... 미안.. 내가 미안해서 안 돼.. "
" 뭐가 미안한건데!! 이식 하면 될 수 있잖아! "
" .. 나 같은 사람 이 세상에 널렸어, 근데 그 하고만은 사람 중에 내가 될 것 같아?!
그럴 일 없어! 이제 그만.. 가!! "
" 제발... 예희야.. 그만.. 날 믿어주면 안돼..? "
오늘은 그녀가 금방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 그녀의 남자가 안아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생각했다.
아마도 아침의 헬슥 하던 얼굴이 문제라고 말이다.
그러다, 그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말을 하는 그녀의 남자.
" 나 사랑하잖아! 아니야? "
" ..... "
" 그렇잖아!! 그런데 왜 그래!! 그럼 날 믿어! "
" ... 사랑해.. "
드르륵.
그는 문을 찬찬히 닫았다.
그리고는 다시 편지지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져, 편지지 위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놀란 그가 눈물을 훔치며, 편지지의 눈물을 닦으려 애썼지만,
떨어진 눈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다시 펜을 들고는 생각했던 말들을 적어나갔다.
그렇게‥그가 쓰는 편지지의 공간이 채워져 갈수록‥
‥그의 수명도 끝나 가만 갔다.
\5일 후.
벌컥.
" 안녕하세요! "
" 아, 안녕하세요 "
그는 오늘따라 더욱 밝게 인사하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정장도 반듯이 입어선지 키는 더욱 커보였고, 머리도 단정했다.
어쨌든 멋있었다.
그녀는 뭔가 다른 그의 차림새를 제대로 보려 눈을 찌푸렸다가,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평소에는 없었던 말을 내뱉었다.
" 오늘은 어디 가시나 봐요? "
" 아-.. 네! "
" 여자친구 라도요? 후후. "
그녀의 말에 그는 한참이나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뭔가 이상했지만, 팔목을 찬 시계를 힐끗 바라 보다 가,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뒤돌았다.
그 때, 그가 바람 따라 흘러가는 말처럼 조용히 속삭였다.
" ‥아마도요 "
..
그는 맴맴 돌았다.
그녀의 회사 앞도, 그녀가 자주 가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레스토랑도, 모두 다.
그렇게 한참을 맴돌다가 공원의 한 벤치에 앉아서는 눈을 감았다.
어느 새, 저녁노을이 저가만 갔다.
" ...인생.. 별 거 아니네. "
그의 말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굉장히도 깊은 뜻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일어나서는, 서서히 집으로 향했다.
이젠 정리할 때가 된 것만 같았기 때문에.
\1주일 후.
벌컥.
" 안녕하.. "
그가 인사하려 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가 그녀의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를 2분 정도
고민하다가,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몇 번을 눌러도 집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다, 뭔가 생가 난 것처럼 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서성이다가, 옆집 아주머니께서 나오셨다.
“ 오랜만에 보내? 옆집 아가씨 찾아?”
“ 아, 네. 어디 갔나요?”
“ 몰라, 자세히는 모르는데 어디가 많이 아픈가 봐,
어제 새벽에 애인이 병원으로 데려가던데?”
“ 아... 하.. 네, 감사..감사합니다.”
한참동안 그는 멍하니 맑은 하늘만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들어가려는 아주머니를 붙잡는 그.
“ 어느 병원인지 아세요? ”
“ 글쎄, 요 근처에 가까운 큰 병원으로 갔겄지 ”
“ 아, 네. 감사합니다. ”
그는 황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군데 짐작이 가는 병원으로 재빨리 발을 옮겨 뛰었다.
\현대병원
병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흰 색으로 어울려진 병원 안.
그는 사방을 급하게 돌아보며 병원 안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연분홍색 간호 복을 입고 있는 간호사를 발견하고는 간호사를 붙잡았다.
“ 하아.. 저, 윤예희라는 환자 오지 않았나요? ”
“ 윤예희씨요? 음, 글쎄요.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시는 게.. ”
그 간호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운터로 달려가선 큰 소리로 묻는 그.
“ 윤예희요! ”
“ 네? ”
“ 윤예희라는 환자 여기 있냐구요! ”
“ 아, 좀 진정하시고 기다려 주세요. 찾아볼게요.”
차분한 얼굴의 간호사는 그를 진정시키려는 듯, 안정시키고는 차트를 찾아보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가 뭔가 발견 했는지, 고개를 들어 동공이 매우 흔들리는 그에게 살며시 말했다.
“ 여기.. 있네요, 302호에.. ”
“ 감사합니다! ”
그는 더 이상 다른 말은 들리지 않았다.
비상구 계단으로 쉬는 틈 없이 302호로 달려만 가고 있었다.
그리고 힘겹게 3층에 다다랐을 때, 그는 그렇게 급히 뛰어왔던 다리를 원망하고만 싶었다.
잠시 잊었을 뿐이다.
그녀에게는 남자가 있었다는 걸, 지금 내 주제가 어떤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
그래서 나는 한 동안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비상구 문 앞에 열려던 문을
닫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 잊지 않아, 난 단지.. 단지, 조금이라도 너의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 ”
가슴이 저리는 듯한 기분에 심장을 쥐듯, 힘겨운 표정을 짓는 그.
그는 살며시 문을 열어 그녀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병실 앞에서 초조하게 쭈그려 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그는 부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그 자리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병실 앞을
지키고 있는 그녀의 남자가, 너무도 말이다.
한참이나 그는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켜봤다.
그러다가 그녀의 남자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그녀의 남자는 잠시 전화를 받으려 밖으로 나가려는 듯 보였다.
그는 그 틈을 노렸다.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살며시 병실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설렜다. 무척이나, 아주 많이.
가지고 싶었던 시계를 선물 받았을 때보다, 한 때 학교에서 미녀라고 소문났던
여자에게 고백 받았을 때보다, 캐스팅이 되었을 때보다,
그런 때보다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물론, 그녀는 힘들고 아파서 병원에 온 것이란 걸 그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쁘지만 웃을 수 없었고, 슬프지만 울 수도 없었다.
그녀의 앞이었기 때문에.
그는 긴장한 채, 침을 삼키고는 병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
그러자 어둑한 병실에는 단 한 사람. 그녀밖에 있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깨지 않게 살며시 옆으로 다가갔다.
그세 너무나 안색이 안 좋아진 그녀. 눈에는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었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 가습기 소리. 기계음 소리.
온통 너무나 크게 들리는 듯 했지만, 그는 게이치 않았다.
단지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당장이라도 눈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을 보는 내내, 결심을 한 가지 하는 그였다.
그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살며시 정리해주며, 그녀의 볼을 쓸었다.
처음으로 만져본 그녀의 몸. 그녀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가 놓으려는데,
“ .. 윤성이? ”
“ ... ”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녀가 자신을 그녀의 남자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슬프기도 했기 때문이다.
“ ..미안, 미안해. ”
“ ... ”
“ 나 있잖아, 사실은 너가 이렇게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매일 그렇게 뿌리쳤어도 정말로 니가 가면 어쩔까.. 그렇게 내심 걱정했어..
근데 그거 너무 이기적인 거잖아.. 그렇잖아,
그래서 말인데.. 이제 정말 가도 괜찮을 거 같아.
그 동안 고마웠어, 그렇다고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게 아니야..
너무 미안해서.. 너무 안 될 거 같아서.. 그래서.. 그래서..... ”
그녀가 붕대가 감겨진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세어 나왔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뭐라고 말을 해줄 순 없었지만, 단지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으니깐.
그는 그녀의 남자가 올 시간이 된 것 같아, 그녀의 손을 살며시 놓았다.
그러자, 놀란 그녀가 급히 물었다.
“ 가려고?! ”
“ ..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다.
물로 그녀의 남자라면 이 때, 안아주면서 울지 말라며 곁에 있을 거라며 다정하게 말해
줬을 텐데.
“ ..그래, 가야지.. 미안, ”
“ .. ”
“ 그치만, 나 정말.. 널 사랑해.. 너도 나 사랑했지? 응? ”
“ .. ”
그녀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눈물을 너무나 닦아주고 싶었는데, 닦아 줄 수 없는 손이 매우 밉게 느껴졌다.
“ 아니더라도, 그랬다고 말해주라.. 윤성아..제발.. ”
그녀의 외침이 애틋했다.
분명 그녀의 남자더라도 바로 사랑한다고 말을 했겠지.
물론 나라도 그럴 것이다.
난 그리고 사고를 치고 말았다.
“ 사랑해 ”
“ .... 윤성아? ”
“ ...사랑해. 몇 번이고 말해도 부족한데, 사랑해. ”
그녀는 순간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두려운 몸짓으로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 누구..세요.. 윤성이가 아니잖아요.. ”
떨림 가득한 목소리에 그는 메마른 입술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목이 잠겼는지 겨우겨우 말을 꺼내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 한윤성은 아닌데요.. 나도 한윤성 처럼 윤예희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
....
집으로 돌아온 그는 현관문 앞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버렸다.
그녀에게 진심을 고백 할 수 있어서 기뻐야 했는데, 기쁘지 않은 건 또 뭔지.
그는 한 동안 깜깜한 집 안에서 붉게 물든 눈시울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목이 잠긴 목소리로 힘겨운 듯, 기어코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며 그녀에게
마저 하지 못한 말을 내뱉었다.
“ 이젠 아프지 않아도 돼. 그 남자와 행복해도 돼. 내가 다 아플 테니까. ”
그리고선 주춤 일어난 그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편지지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불을 키고는 마저 못 쓴 공백 칸을 메우고 있었다.
한 줄, 한 줄, 채워질 때마다 편지지에는 그의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
그렇게 편지지에 검은 글씨가 꽉 채워졌을 때, 그는 그렇게 웃었다.
보일 듯 말 듯한 아쉬움과 그리고 그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
제대로 고백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던 그의 메마르고 안쓰러운 눈물.
언제나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결국 지켜보다가 그녀를 위해서 한 몸 다 바친 희생.
그렇게 그녀에게 다시 돌아갈 행복에 그도 결국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
...
“ 너도 오랜만에 타보네, 미안하다, 나 같은 못난 주인 만나서.”
그는 지하실 창고에서 먼지가 쌓인 오토바이 하나를 어루만지며 끌고 나왔다.
대충 먼지를 털고는 오토바이에 올라타고는 깜깜한 밤하늘에 시원한 그만의 예쁜 미소를
지어주고는 그렇게 서서히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세찬 오토바이 소리가 바람을 가느리며 도로를 누볐다.
그는 그 바람이 기분 좋은지 미소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와 동시에 두 손을 놓고는 크게 소리쳤다.
“ 윤예희 행복해! .. 행복해야해! ... 사랑해.. ”
그의 말은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의 숨소리도 더 이상의 외침도 더 이상의 미소도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현대병원
“ 예희야! 이식 할 수 있대! ”
“ ..응? 무슨 소리야.. ”
“ 누가 기증을 했대! 잘 된 거야! ”
“ 어?.. 나 이제... 이제.. 볼 수 있어? 그래? ”
“ 그럼! 다시 나도 볼 수 있고! 어머님 아버님도 보고, 우리 이제 떨어지지 않아도 돼..”
윤성은 눈물이 고인 채, 예희에게 기쁜 듯 말했다.
예희도 분명 기쁜 듯 웃었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었다.
어쨌든, 예희의 이식수술은 그렇게 진행되어만 갔다.
..
“ 자, 눈을 천천히 떠보세요, ”
“ .. ”
“ 보이세요? ”
예희는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1년도 아니고 두 달 정도 못 본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예희는 기쁨에 찬 눈물을 기어코 터트리고 말았다.
아주 서럽게 윤성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 나.. 너도 보이고, 다 보여.. 흐윽.. ”
“ 그래, 다행이야 ”
윤성은 그럴수록 예희를 더욱 꼭 껴안았다.
그 때, 의사 선생님이 예희에게 노란 편지봉투 하나를 건넸다.
예희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 이게.. 뭐예요? ”
“ 기증자께서 부탁하신 편지인데요. ”
“ 아.. 아, 네. ”
예희가 편지를 받자 모두가 나갔다. 단, 윤성만 빼고.
예희는 윤성을 살며시 바라봤다.
그리고는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 마실 것 좀 사와 줄래? ”
“ 아, 그래. 마실 것 좀 사올게 ”
“ 응, 고마워 ”
예희는 진정 된 가슴을 쓸어내리며 떨리는 심정으로 편지봉투를 뜯었다.
편지 봉투 안에는 노란색 편지지가 곱게 접혀 있었다.
조금 구깃 하긴 했지만.
살며시 꺼내들어 펼쳐 보았다.
빽빽하게 적혀 있는 편지지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물론 훤히 다 들어나는 눈물자국과 함께.
그녀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그냥 윤예희씨를 바라보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스토커라고 생각 할 지도 모르겠네요.
아, 할 말은 무척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막막하네요.
우선은요, 이젠 아프지 마세요.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는 건 아시죠? 난 그 미소에 반한 거니까요.
언제부터 당신을 바라봤는지 그런 건 지금 생각나지도 않아요.
그냥 웃는 게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자꾸자꾸 욕심이 들더군요. 그러고 나니까 어느 새, 안 보면 보고 싶고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고... 사랑하게 됐어요.
어쨌든, 이젠 다시는 못 보겠지만, 웃는 모습을 볼 순 없겠지만,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남자친구와 행복한 모습으로 남아주세요.
그리고 절대로 미안한 마음 같은 거 같지 말아 주세요. 제가 원한 일이니 까요.
염치없는 말이지만, 이 말만 쓰고 그만 적을게요.
사랑해요. 몇 번을 말해도 부족 하지만, 사랑해요.
.....
예희는 한참이나 눈물을 머금고 편지를 쥐 을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마지막 그 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물자국이 선명히 드러난 것이 더욱 가슴을 아려오게 했다.
그 때 좀 더 다정스레 말을 해줄 걸.
한참이나 예희는 엉엉 울었다. 그 편지를 가슴에 꼭 껴안고서는 윤성이 와도
계속 끝없이 눈물을 흘려보냈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두 눈을 어루만지며 미안한 감정을 눈물에 쏟아 내었다.
윤성은 아무 말 없이 그런 예희를 바라보다가, 그 편지를 힐끗 바라봤다.
“ 그 편지에 뭐라고 써있었는데? ”
“ ....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
그녀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 쉴 세 없이 고맙단 말만 되풀이 했다.
그 편지는 몇 년이 지나도 윤성과 예희가 결혼을 하고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예희만의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녀를 위해 멀리 사라져야만 했던 그에게 난 가슴 벅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첫댓글 감동....소름쫙 ㅎㅎ
감사합니다!소름까지ㅜ.ㅜ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