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활동과 새로운 자기의 발견
1. 자원봉사 왜 하나, 의의와 필요성
먼저 자원봉사란 어떤 것인가? 우리의 현실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자원봉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또 어떤 자세로 봉사하여야 하는 가를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는 왜 자원봉사를 통해 자기를 발견할 수밖에 없는 가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우리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자아 실현 욕구의 성취 방법으로서 자원봉사를 하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 외에 자기 스스로도 자기 성취에서 오는 보람과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또한 멋진 생각과 다양한 경험을 소유한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따라서 자원봉사활동은 표면적으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 같지만 종국에 가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는 "남을 돕고 동시에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들이 그리 흔치 않은데 자원봉사는 바로 그런 범주에 드는 운동이라 여겨진다. 여기에 자원봉사 활동의 당위성이 있다.
2.사회적 수요와 필요성
경제발전,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제도의 보편화와 노령인구의 증가는 정부가 과거보다 더 큰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현재와 같은 재정 자립도로는 기본적인 복지 수요도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다. 그러므로 선진 복지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은 물론이고 선진 복지 사회의 혜택을 누리게 될 시민들도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이러한 참여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활동이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 나라는 현재에도 빠른 속도로 시민사회운동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예산과 일손 부족으로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내기 힘든 일들, 국민의 협조 없이는 해내기 힘든 일들-이것은 공공행정, 공익사업, 사회복지, 사회문제 해결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에 대하여 정부와 국민이 협력하여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의식이 우리사회에 지속적으로 확장되어가야 할 것이다.
3. 자원봉사의 이념, 반성과 새로운 문제점들
자원봉사활동은 사람을 사람답게 사랑하는 정신, 이른바 박애정신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마음, 즉 자발성을 기초로 해서 이루어진다. 현대문명의 발달은 우리사회에 인간을 목적시하기보다는 수단시하는 잘못된 가치 체계를 발붙이게 하였고 이로 인하여 인간 소외현상과 사회 병리현상은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은 이와 같은 현대 사회의 병리를 극복하고 공공의 복리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문제가 있는 곳에 직접 개입하여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자원봉사의 이념은 인간의 자유의지(Voluntarism), 인간존중의 민주주의 원리가 밑받침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자원봉사의 이념과 원리를 잣대로 하여 우리의 자원봉사 환경과 문제점을 밝혀 보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날로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어떤 때는 온 나라가 자원봉사 이야기로 떠들석 할 때도 있다. 마치 냄비에서 물이 끓는 것과도 같이......그러나 깊이 성찰해 보면 자원봉사의 본질과 이념에 기초한 봉사보다는 "해야한다" "앞으로 하기로 했다" "함께 참여하자"는 메아리들이 대부분이고 너무 목표의식에 치우쳐져 있다.
어떤 때는 자원 봉사 할 학생이 너무 많아서 복지시설 문전에서 되돌아오는 가하면, 어떤 동사무소에서는 학생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고 해서 학부형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 이것은 자원봉사를 하고자하는 동기가 봉사활동을 통한 명예욕 채우기, 점수 따기, 정해진 과정이나 절차 때우기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는 자기중심의 명예심 추구, 통과 의례식 참여보다는 자기성취에서 오는 만족 또는 거기서 얻어지는 마음의 평화 쪽에 더 큰 관심을 두어야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 운동이 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관 ,단체들의 수용태세는 더욱 중요하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할 일이 많은데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방치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해야 할 일을 미쳐 하지 못했을 때의 결과는 사건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며 더 큰 희생과 경비지출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일감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부족한 탓도 있다. 이를테면 큰 일감을 작은 일감 여럿으로 쪼개어 다시 통합하는 일들, 흔히 말하는 전문성 있는 일들, 아주 복잡한 업무도(예를 들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일 등) 여러 개의 작은 단위로 쪼개면 그 작은 단위의 일은 기초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일로 변환된다. 즉 직무분석을 통한 업무의 표준화, 세분화 준비가 안된 것이다. 이와 같이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나 마땅한 일감을 찾을 수 없는 현상과 수용기관의 수동적 자세가 맞물려 일을 어렵게 한다. 수요 쪽에서 보면 특히 그 기관의 유급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시기 힘들고 말썽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왜 쓰냐는 것이다.
그런데 공급 쪽에서 보면 도움이 필요한 정부 관심의 사각지대, 능력과 관심 부족으로 구멍난 곳이 너무 많다. 이 수요와 공급을 잘 얽어서(Organising) 자원봉사 희망자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사회적으로는 국민 복지를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소비자 물가조사, 도시의 교통 혼잡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일, 환경 오염도를 측정하는 일 등 ,이와 같은 일들을 지역 단위 자원봉사센터가 중심이 되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 특히 중고교생들도 이와 같은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4.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무슨 일이든지 한다는 생각-
우리는 흔히 일들을 분류할 때 대체로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기획,관리로서 주로 사무실에서 계획. 판단. 총괄관리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일을 하기를 선호한다.
두 번째는 집행업무이다. 이 일은 단순 반복적인 업무이거나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집행업무하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들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성향은 마찬가지다. 사무실 일은 선호하고 현장의 업무는 기피한다. 엑스포에서의 사례를 보면 현장업무 지원율은 2:1수준인데 반하여 통.번역 등 사무실 근무분야 지원율은 8:1이었다. 엑스포에서는 자원봉사자 선발시 현장 근무 희망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였다. 왜냐하면 자원 봉사에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봉사자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장은 조직의 얼굴이자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보루라 할 수 있다. 현장에 강한 조직, 현장에 강한 사람은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엑스포 현장에서는 독일에서 온 해외동포 박사님이 1주일 동안 쓰레기 줍기를 하다가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간 사례가 있다
- 자원봉사, 가깝고 쉬운 일부터-
몇 년 전 TV대담프로에서 참석자 한 분이 자기 친형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분의 형님은 고아원, 양로원 봉사등 자원봉사를 한다고 열심히 다니는데 자기 부모님은 모시지 않으니,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자원봉사 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 가까이에는 자원봉사 할 일들이 많다. 어느 집이든지 가까운 친척, 예를 들면 고모. 이모. 친척 할머니들 중 혼자 사시는 분이 있다면 그분을 정기적으로 찾아 뵙는 일, 단독주택에 산다면 새벽에 내집 앞길을 말끔히 쓰는 일, 필자도 가끔은 앞길을 쓸곤 하는데 이때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수고한다며 인사말을 건넨다. 새벽 약수터에 다녀오던 사람은 더 공손히 인사하는 것을 경험했다.
"도시는 타인들만이 산다하는데 서로가 친구 되는 길이 바로 자원봉사에 있나보다"
-취미에 맞는 일, 재미있는 일 또 재미 있게-
아무리 자원봉사라 해도 사명감, 봉사정신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참가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
엑스포에서 필자가 기획했던 사례, 대전 지역 여성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한빛 자원봉사 모임"은 19세에서 46세가지의 아가씨, 아주머니들이 모인 합창단이다. 이들은 엑스포 개장기간 내내 회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노래로 봉사했다. 당시 엑스포는 줄서기 시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인기전시관은 2시간 이상을 기다리기도 했다. 줄서기에 지친 관중 앞에 이들 아줌마 합창단이 나타나 율동과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곤 했다. 엑스포 주제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네......를 부르면서..
자원봉사업무 자체에 흥미를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므로 리더를 중심으로 자원봉사 시간 전후를 활용하여 취미모임, 친선게임 등 이벤트를 갖는 다면 아마도 추억의 자원봉사가 될 것이고 봉사자 개개인의 참여 열기는 더욱 높아진다.
자원봉사활동에는 레크레이션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아무튼 자원봉사 현장은 재미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레크레이션 전문가를 동참시키는 것이 좋다. 그것도 어렵다면 교육과목에 필히 레크레이션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돈 얼마 들이지 않고 즐겁게 즐기는 봉사현장, 다시 나오고 싶은 그곳, 좋은 친구를 사귀는 추억의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럽다. 아무튼 봉사현장은 흥미 있는 곳, 경험을 배우는 곳,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 다녀오면 가슴이 뿌듯한 곳으로 디자인 돼야 한다.
- 가능하다면 전공과 과거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좋다
방송국에서 PD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직한 인사가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행사에서 구내 방송실의 편집계획에 참여하고 프랑스에 유학중인 학생이 불어안내 방송을 맡아 한다면 어떨까? 전공과 특기를 잘 살린 사례다. 공과대학의 건축과 학생들은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시설보수공사를 지원할 수 있다.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은 지역의 사회복지관의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은 박물관 등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는데 봉사하면 좋다. 천문학, 기상학, 지리학, 유전공학, 디자인학과 학생들은 초. 중. 고교의 일일초빙교사로 강의를 한다면 일선 학교의 과학교육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상과 같이 자기의 전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원봉사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역의 자원봉사센타, 학교의 자원봉사 센타가 상호 네트웍을 마련하는 일도 역시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학교내부에도 자원봉사 할 일 많다-
학생들의 경우 통상 학교 밖에서 자원봉사할 일을 찾곤 하는데 학교 내에서도 할 일은 많다고 본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외부의 자원봉사 인력과 자원을 끌여 들이는 일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도서관의 장서를 정리하는 일, 도서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기금마련, 기업과 학교간의 협력체제 구축, 연구단체및 사회단체의 연구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 등 이런 일들이 학교내의 크고 작은 자원봉사 센타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 자원봉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특히 자녀들 갖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교 내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학교의 잡다한 일 들 ,예를 들면 정원수 가꾸기, 꽃밭 만들기, 학교주변 불량학생 퇴치하기, 학생들에 대한 특별활동 학습지원, 수학여행 기획과 집행, 만일 연극행사가 있다면 PD 출신 학부모 또는 친척이 이를 직접 기획하고 감독하는 일, 사진이나 영화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면 학생들의 생활을 기록하고, 학습용 영상기록 자료를 제작해 제공하는 일 등, 선생님들 일손이 달려 소홀하게 처리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와 같은 일 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잘 의논한다면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일이다.
5. 바람직한 봉사 자세
-바보가 되지 말자-
사람들은 지능이 남보다 떨어지는 사람, 머리 회전이 늦어서 남에게 뒤떨어지는 사람을 "바보"라 일컫는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타인을 우습게 보는 사람, 현재 자기가 향유하고 있는 우월한 지위. 환경. 재정적 능력에 도취되어 앞일을 내다보지 못하고 이웃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바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원봉사활동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뽐내는 바보가 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남을 돕기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반대로 나의 미래를 가꾸기 위해 필요한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사고의 전환은 말은 쉬우나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나의 미래 발전의 안내자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의식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결과에 대하여 크게 기대 걸지 말자, 봉사자체에 기대 걸자-
자원봉사만큼 어려운 일도 그리 흔치 않다.시간과 노력, 어떤 경우에는 수입의 일부를 쪼개어 투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한 노력에 비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은 그리 신통치 못할 때가 많다. 어떤 때는 봉사 자체를 사시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유급 직원들의 견제와 방해에 부딪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병원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이 노조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한다. 봉사활동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클수록 일이 끝난 다음의 보람과 마음의 풍요함, 마음의 평화는 그만큼 배가된다. 자원봉사자는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봉사자에게는 영광보다는 사명감과 책임이 우선한다.
최근에는 12월5일 세계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을 통해 유공자에게 정부포상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어서 일하거나 기능상 보조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응분의 예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능동적으로 봉사하자-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는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기관들의 수용 태세에 문제가 있다. 업무기술서, 업무배분체제 등 봉사자들에 필요한 사전 준비가 안된 곳이 많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업무체계와 질서가 서 있지 못하므로 효율적인 봉사가 어렵게 되고 봉사하는 사람이나 도움을 받는 사람이나 봉사결과
에 대해 불평을 하게된다. 이럴 때에는 아예 봉사초기단계에서 자원봉사자 스스로가 업무계획, 직무분담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다른 서식 등 필요한 준비를 한다
행사주체 쪽에서 보면 실패 사례이고 자원봉사자 측에서 보면 성공사례가 되는 경우를 소개하면, 엑스포에서는 분실물 센타운영을 거의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겼다. 그런데 사람만 배치했을 뿐이지 센타 운영에 필요한 각종 대장, 서식, 매뉴얼 등 소프트 웨어준비를 누락하였다. 이때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서식도 만들고 매뉴얼을 준비하는 등 제반 준비 사항을 해결함으로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원봉사,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자원봉사활동은 목표와 행동화도 중요하지만 할 일을 사전에 준비하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원봉사 참여자들이 미리 현장을 답사하여 봉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다음, 봉사계획 수립 과정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 한다. 봉사방법 등에 관하여 이견이 있으면 이를 조정하여야 하며 이때 일의 분담계획과 필요한 경우 교대근무 계획을 합의하여야 한다 .일단 충분한 토의 과정을 거쳐 계획이 확정되면 리더의 지휘 아래 일에 착수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일이 끝난 다음에는 마찬가지 절차를 거처 결과를 자체평가하고 다음 봉사 계획에 반영한다
6. 자원봉사활동의 조직화
이상에서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일에 봉사하는 것이 좋을까? 또 어떤 방법으로 봉사하면 효과적일까? 자원봉사자들의 바람직한 봉사자세는 무엇인가? 에 대하여 개관해 봤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방안들은 어떻게 해야 그 실천을 담보할 수있을까? 법에 근거를 둔 제도화, 자원봉사교육의 활성화, 시민운동의 촉진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겠으나 필자는 자원봉사활동의 조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자원봉사활동은 언제나 지역사회, 지역공동체에 그 기초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시. 군. 구 등 지역단위 자원봉사센타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학교단위의 자원봉사센타 기능이 강화되고
또 하나 동호인, 지역 단위 기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자생적 자원봉사 단체가 많이 생겨서 지역, 학교, 봉사단체가 서로 횡적. 종적으로 링크될 수 있도록 조직화 돼야할 것이다. 실제로 지역마다 자원봉사 센타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각 학교의 자원봉사 센타가 제 기능을 발휘하여 지역의 자원봉사센터 주도하에- 센타 운영과 경비 부담도 자원봉사자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원봉사자가 할 일과 자원봉사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조직화하여 상호 연결하고, 수요자와 공급자에 대한 봉사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7. 자원봉사 활동과 새로운 자기의 발견
-자원봉사와 우리의 생명표-
지금까지 우리는 자원봉사 활동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즉 할 일들, 봉사자세, 조직화 방안 등에 관하여 알아 봤다. 다음은 자원봉사활동은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이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선 자기발견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통계청에서는 매년 여러 가지 통계를 발표한다. 그 중에서 "생명표(Life Table)" 라는 것이 있다. 생명표는 매 2년마다 발표된다.
생명표란 한 출생집단이 연령이 많아짐에 따라 소멸되어 가는 과정을 나타내는 표이다. 어떤 연령층의 인구가 주어진 사망력(사망의 이력, 추세 같은 것)의 유형과 수준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가정하에 평균적으로 더 살 수 있는 기간, 즉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이 생명표를 왜 만드냐 하면, 인구추계 등 인구분석뿐만 아니라 보건, 의료정책 수립 및 국가간 경제, 사회, 보건수준에 대한 비교자료, 인명피해관련 보상비, 보험료률 , 퇴직 보험금 비율산정 등의 기초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999년에 발표한 '1997년 생명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74.39세로 지난 50년대 말의 52.39세, 70년대의 62.33세, 1983년의 67.14세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0세의 남자가 80세까지 살아 남을 수 있는 확률은 3명 중 1명꼴(32.66%)인데 반해 40세의 여자가 80세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2명 중 1명꼴 이상(57.24%)로 조사됐다. 40세의 남자의 경우 33.15년의 기대여명(餘命)이, 그리고 40세 여자의 경우 39.80년의 기대여명이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60세에 정년퇴직한 남자의 기대여명은 1997년 현재 117.03년, 여자의 기대여명은 21.47년으로써 보통 사람은 퇴직 이후 20~25여 년 동안 사회활동 없는 노년기를 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대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평균수명을 크게 신장시켜 놓았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책적 대안이나 그밖의 노인 복지시설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어 노인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세상살이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 그래서 실력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자라나서 직업을 갖게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금욕, 출세욕, 명예욕 등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나이가 들어 40∼50대의 중년으로 접어들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된다. 이때 건강을 해쳐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생기는가 하면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발생하게 된다.
중년이 지나 노년기에 이르면 대개의 사람들은 일단 '할 일이 없어진 현실'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특히 직장에서 젊음을 불태우며 일에 열정을 다 바쳤던 퇴직자의 경우 과거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짙게 다가오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보통 사람들의 세상살이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노인이 되어 자기에게 주어지는 일 또는 그 일을 함으로써 본인이 보람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도 받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젊었을 때의 열정 못지않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대전엑스포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노인 봉사자들에게 종종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칠 줄 모르고 밝은 표정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던 그들 모습은 마치 젊은 시절의 자기 모습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엑스포 노인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활동모습을 보면서, 노인에게 즐거움을 주려면 곧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변질된 현대판 경로사상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인의 사회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생을 재조명해 보면 크게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나눌 수 있다. 현대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평균수명을 70∼80세로 올려 놓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도 명백히 드러났듯이 60세에 퇴직을 하더라도 향후 약 20년은 더 산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우리의 삶은 노년기보다 청 장년기에 큰 비중을 두기 마련이다. 60세 이전까지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는 등 온 힘을 모두 기울인다. 그런 반면 60세 이후의 인생관리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하다. 정신없이 달려온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고 막상 60세가 되어 앞으로의 남은 생에 대한 계획을 세워두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당황하기도 한다. 즉, 노인이 되어서도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인구급증, 노인층 증가, 실업률 극대라는 현대사회의 문제는 노인들에게까지 일거리를 제공할 여유를 주지 못한다. 따라서 노인들은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황혼기를 보람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노인이 되면 가능한 한 자원봉사일에 종사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자원봉사일은 명예와 긍지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투자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새로운 자기의 발견-
앞에서 우리는 왜 새로운 자기를 찾아야 하는가? 그 방법으로서는 자원봉사가 제일이다. 자원봉사 이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남에게 봉사하는일, 남을 돕는 일로 보이지만 결국은 자기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다음은 봉사하는 분들의 자기 찾는 모습을, 좀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1993년 100일동안 펼쳐졌던 대전엑스포 현장을 회고해 보면서 그 사례들을 앞으로 우리가 "새로운 자기를" 찾는데 지표로 삼고자 한다.
여담이지만 마침 엑스포 이야기 이야기가 나왔으므로 국제적인 대규모 행사에 관하여 잠간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 세기의 행사, 세계적 Big Event라 하면 누가 뭐라 해도 4년 마다 개최되는 "올림픽 게임" "월드컵 축구대회" 또 "엑스포"를 손 꼽는다. 세계박람회라 일컽는 "종합 엑스포" 통상 10년만에 한 번식 열린다. 이렇게 횟수를 조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너무나도 유치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소위 선진화되었다는 국가들, 힘있는 국가들, 잘 사는 국가들은 혹은 힘(Power)을 혹은 경제를, 혹은 과학기술의 우위를 세계 국가들에게 과시하기 위하여, 또 한 편으로는 그 행사를 통해 국력을 더욱 신장시키고, 혹은 더 많은 부,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세계의 관심을 한곳에 집중시킨다는 것은 이것은 바로 돈으로 연결되기 때문임-- 유치 경쟁에 뛰어 들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는 별 볼일 없는 나라였으나 이제는 살 만하니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한 번의 도약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른바 이와 같은 "세기의 이벤트"를 앞 다투어 유치하려 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88올림픽" 과 "93엑스포"를 개최하여 세계 국가들도부터 선진국? 진입과정을 인정 받았고 이제 또 다른 도약을 기약하면서 다소 불만스럽기는 하나 이웃나라 일본과 공동으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주최국이 되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엑스포는 경제 과학올림픽으로 불린다. 세계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과학, 기술산업의 발전 성과를 선보이고 자랑하는 마당으로서 엑스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엑스포 기간 중에는 세계 각국의 다채롭고 수준 높은 각종 예술 및 문화행사 프로그램이 펼쳐지므로 엑스포는 누가 뭐라 해도 세계인이 만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대전엑스포에는 외국인 관람객 67만여 명이 다녀갔고, 내국인은 1천4백만여 명의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대전엑스포는 세계인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각국의 관람객들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인사와의 만남도 주선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경제인, 과학 기술자, 외교관, 문화예술인, 연예인 등 전문분야의 인사가 대거 참여하여 박람회의 원활한 운영을 도왔다.
그리고 운영요원으로는 92개 기관에서 파견나온 공무원 및 공공 단체의 직원들, 조직위 도우미와 그밖에 상설 독립 전시관의 도우미, 엑스포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한 기업체의 직원들 그리고 각종 행사 및 공연 출연자, 군인과 경찰 등 2만 5천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거기에 또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7천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을 들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10대에서 8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고, 서울에서 부산 대구 광주 강원도 등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게다가 미주, 동남아, 구라파 등에서 온 해외동포들도 한몫하였다.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교사, 주부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의 자원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엑스포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자기의 내면을 재조명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 타인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젊은 학생들과 청년들은 활동초기 보다 의젓해 졌다. 이들은 서로 부대끼면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자원봉사라는 체험을 통해 사회조직의 생리를 발견했을 것이고, 또 자기만이 안주해 왔던 세계와 현실을 비교하면서 사회활동의 참여와 조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다.
나아가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넓은 세상을 보았으리라 생각된다. 또 어른들과의 만남 속에서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젊은 사람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만을 보면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점에 대해 이제는 전체를 조감하여 보는 혜안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가정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들은 일단 가정에서 일시적이나마 탈출했다는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았을 것이며, 아울러 매일 반복되는 가사노동 외에 또 다른 할 일이 주어졌다는 즐거움과 결혼 전 꿈꾸었던 자기의 세계를 다시 찾았다는, 자신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처녀적 꿈이 아직도 시들지 않았다는 일종의 긍지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현 사회의 변질된 경로사상으로 인해 냉대 속에서 지내다가 엑스포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안도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지냈다. 살아 생전에 이와 같은 기회는 또 주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애국심의 발로와 봉사의식은 곧 직무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졌다. 또한 비록 늙었으나 젊은 사람들에게 뒤지기 싫다는 경쟁심으로 남보다 더욱 열의를 보였다.
더구나 퇴직자의 경우 과거에 대한 향수와 애착으로 다시 한번 열과 성의를 다해 일해보겠노라는 집념이 강했다. 즉 이 사회가 나를 필요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활동에 대한 의욕이 남달랐다. 그리고 생을 마칠 때까지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일에 대한 앞으로의 설계를 세우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자원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갈 때의 만족에 가득찬 눈길을 잊지 못한다. 대개가 새출발을 해보고 싶은 의지로 눈빛이 빛났고, 봉사활동으로 인해 더욱 젊어진 노인들은 시간 가는 것이 아깝기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먹고 살기 위해 어찌보면 아귀다툼을 하면서 살아온 것이 보통인데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스스로 보수없이 일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지 망설이지 않고 하게 되었다. 많은 동료 자원봉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최고가치를 남 돕는 일에 두게 되었다.
곰두리차량봉사 대원들처럼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미아를 돌보거나 어린이 명찰을 달아주고, 주부들이 아들 같은 군(軍)지원요원에게 밥과 음료수를 날라다 주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얻었다. 남을 돕는 일에 보수도 없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
또한 노래에 화음과 율동을 섞어 엑스포를 홍보하던 한빛자원봉사자들과 자료편찬과의 책자를 편찬하는 일, 그리고 자원봉사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철야작업도 서슴치 않았던 자원봉사자들은 스스로 해 낸 일에 대한 만족감과 스스로 내재되어 있던 잠재능력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어느 정도의 성공을 한 사람은 앞으로라도 남을 위해 살아보자는 다짐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평소 남을 도울 생각은 있었으나 쑥스러워서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사람은 엑스포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된 이후 자신의 적극성에 스스로 놀라며 향후의 계획을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끝>
이글은 5월 31일 인천 남구 자원봉사 센터에서 강의를 듣고 쓴글입니다. 작은것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