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 개인전 최대인 1억 5천만원 규모의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본선 무대는 확실히 새롭다.
여자기성전 대국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승부처에 접어들어 두 대국자가 고심할 때면 장엄한 음향이 흐른다(대국자에겐 들리지 않는다).
대국 도중엔 처음부터 방송을 보지 못한 사람을 위해 해설자가 그때까지의 수순을 다시 한번 정리해 준다. 대국이 종료되면 승자의 신청곡을 틀어준다. 발랄하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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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관록의 대결로 펼쳐진 16강 2경기에선 젊음이 이겼다.
10일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에서 김채영이 이지현을 231수 만에 흑불계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두 기사의 첫 공식대국.
김채영은 2014년 여류국수전에서 우승을, 2017 MDM여자바둑리그에서 MVP와 다승왕에 차지한 바 있어 전력에서 월등히 이지현을 앞섰으며, 대국 내용에서도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알파고 포진을 들고 나온 김채영은 우하 방면과 좌하변 싸움에서 잇달아 성공하면서 주도권을 쥐었고, 마지막에 수상전을 통해 대마를 잡으며 승기를 들었다.
한편, 하루 앞서 펼쳐진 1경기에선 한국여자랭킹 1위 최정이 새내기 강지수를 꺾어 8강에 올랐다.
한국제지가 후원을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의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예선과 본선에서 공히 시간제로 피셔방식을 택했다. 기본 20분을 주고 매수 30초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한국기원 소속 여자프로기사 57명 외에 아마추어 여자 선수들에게도 출전 기회를 주는 것은 국내여자 기전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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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이 끝나고 두 기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8강에 오른 김채영의 인터뷰.
▶부쩍 성장했다.
많이 부족하다. 내 바둑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스타일이다.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승리했을 때 듣고 싶은 곡을 엑소(EXO)의 '으르렁'으로 신청했다.
아이돌스타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BGM으로 나간다고 해서 신나는 곡으로 골랐다.
▶8강전에선 조승아-김미리 간 승자와 대결하게 된다. 누구와 상대하고 싶나?
미리 언니와 정말 친해서 맞붙기 껄끄러운 면이 있다. 여자바둑리그에서의 빚도 있기에 조승아 선수와 맞붙고 싶다.
▲바둑TV부조정실의 모습. 생중계 도중이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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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수순을 놓친 시청자를 위해 해설자 이현욱이 수순을 되짚어주려고 준비하고 있다.
▲대국 전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두 기사. 여자바둑리그에서 이지현(왼쪽)은 서귀포칠십리팀의 감독이었다.
▲이지현은 '내가 이겼다면 영화 <시스터 액트2>의 <오 해피 데이>가 흘러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