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기
최 병 창
눈빛을 주시하다 보면 눈치가 보인다
가까이 있는 것도 먼데 있는 것도
자꾸만 응시하다 보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선명했던 세상도 계단처럼 아득하다
눈앞에 있는 것이
어찌 다 모든 것이 될 수 있을까
꽃피고 지는 사이 눈빛은 멀어진다
보이는 것은 보이는 만큼의 세상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만큼의 세상이다
지나치는 중간의 음절사이에
잘 들리지 않는 음표하나 심어둔다
오르면서도 끝내 보지 못한 말
최후 같은 눈빛의 선명한 바닥이
명시적안 기억은 아닐지라도
제 모습은
온전히 보았어야 했다
음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들어도 들어도 들리지 않는 카오스
문장 하나가 음표를 집어든다
부산한 긴 행렬의 숨을 참아내면서
가물가물하게 멈춘 자리
살얼음판을 끝내 외면하고 싶어
가쁜 숨을 붙잡지 못한
눈빛이라면
더욱 찬찬히 올라야 할 것이다.
< 2014. 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