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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죠르르륵, 네이버 영화
영화 밤쉘을 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를 보면서 느낀 후기를 여시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
영화에서 느낀점도, 좋았던 장면도, 분노했던 것도 진짜 많았고, 특히 지금의 시국ㅎㅎ 과 너무 닮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야
아직 안본 여시들도 꼭 봤으면 좋겠고, 봤던 여시들도 같이 댓글로 감상 나눴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 썼어!
내 개인 블로그에 기록용으로 올리기도 해서 만약 같은 내용의 글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가주시면 됩니다..ㅎ
출연: 샤를리즈 테론(메긴 켈리 역), 니콜 키드먼(그레천 칼슨 역), 마고 로비(케일라 포스피실 역), 케이트 맥키넌(제스 칼)
'밤쉘: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 영화 GV를 개봉일 저녁에 다녀왔다. 유쾌한 재미 속에 참담한 현실을 보고 돌아온 다음날, 7월 9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고소를 당하자 자살했다. 권력형 성범죄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었는지, 그 근접함에 소름이 끼쳤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몇 년 사이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연이어 권력형 성범죄로 고발당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2016년 미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밤쉘'은 그래서 4년전, 먼 땅에서 일어난 일이었음에도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에서 '퓨리오사'역을 맡았던 샤를리즈 테론이 '메긴 켈리'역을,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할리퀸' 마고 로비가 '케일라' 역을 맡았다. '아쿠아맨(2018)'의 '아틀라나 여왕' 니콜 키드먼이 '그레천 칼슨'역을 맡았는데, 사실 니콜 키드먼은 개인적으로는 아쿠아맨보다 '황금나침반(2007)'이나 '인베이젼(2007)', '스텝포드 와이프(2004)'로 익숙하다. 또 앞서 도서를 리뷰했던 'big little lies'의 드라마 버전에서 셀레스트 역을 맡기도 했다. 세 주연 배우 모두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더 흔치 않을 정도로 연기력이 너무나 보장된 화려한 캐스팅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직전에 알게 된 것은 앞서 '레이디스 나잇' 리뷰에서 다뤘던 배우 '케이트 맥키넌'도 나왔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라인업이 아닐 수 없다.
'밤쉘'의 배경이 되는 실제 사건에 대해서는 production book의 내용을 발췌하고자 한다. 아래와 같다:
2017년 미국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마 촉발된 미투 운동. <밤쉘: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이보다 1년 앞서 일어난 기념비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미국 최고의 보수 언론이라 할 수 있는 폭스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를 상대로 한 그레천 칼슨의 소송은 당시 미디어 산업에서는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었다.
폭스뉴스의 아침 프로그램인 [폭스 앤 프랜즈]의 얼굴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1년에 걸쳐 활약한 뒤 오후 프로그램 [더 리얼 스토리]를 2016년까지 진행한 그레천 칼슨은 2016년 7월, 로저 에일스를 성희롱으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어 동료 언론인들의 추가 증언을 이끌어내며 마침내 로저 에일스를 불명예 사이시키는데 성공한 그레천 칼슨은 직장 내 성희롱을 비롯한 여성 인권 운동의 얼굴로 떠올랐으며, 2017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한편, 메긴 켈리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폭스뉴스에서 [아메리카 라이브 위드 메긴 켈리]와 높은 시청률의 뉴스 쇼 [더 켈리 파일] 등을 진행한 간판 앵커이다. 기업 변호사 출신의 메긴 켈리는 맹렬하고 도전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며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들을 통해 폭스뉴스의 스타로 급부상했으며,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트럼프와의 TV토론 설전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레천 칼슨의 성희롱 소송 소식에 메긴 켈리 역시 영화 속에서 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 것으로 표현된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실존 인물 로저 에일스는 폭스뉴스의 공동설립자로서 뛰어난 전략으로 보수층을 집결시키고 폭스뉴스를 거대 TV채널로 키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레천 칼슨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성희롱 고소 사건이 터지자 폭스뉴스 회장직에서 사퇴하게 되었으며, 2017년 사망했다.
마고 로비가 연기한 '케일라 포스피실'은 앞선 인물들과는 다르게 완전히 가상의 캐릭터다. 영화는 '케일라'의 스토리를 통해 드라마의 층을 더함과 동시에, '로저 에일스'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이 같은 사건들이 과거에만 있었던 게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포함!!!!)
그레천은 로저 에일스를 고발하기로 결심하고 변호사들과 대화할 때에 자신있게 말한다. 다른 여성들도 나올 것이라고. 영화 중반부까지 폭스뉴스 내부의 여성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 나오지 않자, 그레천은 '내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네요'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그레천의 라이벌이자 폭스뉴스의 정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메긴이 고민 끝에 로저 에일스를 고발하자 사건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고, 그레천은 '그래, 이거지!'라고 환호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나에게 가장 카타르시스를 준 장면인데, 그레천과 메긴이 서로 친해서가 아니라, 같은 일을 당한 여성으로서, 옳은 일에 동참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느슨한 연대'를 함께 형성해나가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메긴은 트럼프와의 TV토론 설전의 여파로 온갖 욕을 먹고 가족들까지도 고통받은 경험이 있어 다시는 '기삿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또한 메긴은 스스로가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도 싫은 강인한 여성이다. 그래서 메긴은 로저 에일스의 고발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지만, 결국 방송국 내의 다른 피해 여성들과, 이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위해 나선다.
메긴의 동료로 나오는 '릴리 발린'('리브 휴슨' 배우)은 임산부인데, 놀랍게도 릴리는 영화 전체동안 하이힐을 신고 등장한다. 이 기괴함은 로저 에일스가 고발당한 후 여성 앵커들이 방송을 준비하며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앵커들은 자신들이 몸매를 드러내야 한다는 어떤 압박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압박 속옷을 입고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에 다친 발을 구겨넣는다. 이는 로저 에일스가 여성 앵커들에게 '한바퀴 돌아보라고' 하며 다리를 평가하는 폭스 뉴스의 문화를 반영함과 동시에, 전세계의 방송 업계에서 여성이 당하는 성적 대상화 전반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주연 역할 중 유일한 가상인물인 '케일라'는 로저 에일스의 더러운 행동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에 등장한다. 폭스뉴스에서 꼭 성공하고 싶은 야망넘치는 젊은 여성인 케일라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방송국의 회장인 로저 에일스를 찾아간다. 그 사무실에서 로저 에일스가 케일라를 성희롱하는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과 혐오감을 준다. 케일라의 복잡미묘한 표정은 이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정의와 같았다고 느껴졌는데, 성희롱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가 상급자이기에 직업과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반발과 정식 문제제기를 사실상 할 수 없고, 오히려 웃어 넘기려 애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케일라의 동료 '제스'는 보수 언론 폭스뉴스에서 일하는 민주당 지지자이자, 레즈비언이다. 그렇기에 제스는 케일라가 로저 에일스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챔에도 나서지 못하고 방관한다. 케일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제스에게 알리려 할때에 제스가 선을 그으며 거절하는 모습 역시 다른 여성들 또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를 방관해 온 수많은 실제 사례들을 보여주는 듯 하다.
세 주연 배우가 한 컷에 잡히는 씬은 위 사진의 엘레베이터 씬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레천과 케일라는 같은 팀에서 일했었고, 메긴과 그레천은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이며, 케일라와 메긴은 이번 사건에 대해 털어놓는 관계가 된다. 이 서로간의 연결관계이자 느슨한 연대는 결국 로저 에일스를 무너뜨리는 힘이 된다. 케일라와 메긴의 대화 장면에서 케일라는 메긴이 앞서 성범죄를 겪었음에도 그를 고발하지 않아 다른 여성들까지도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메긴을 원망한다. 메긴은 이에 대해 탓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로저 에일스이며, 또 누구도 케일라를 지킬 의무가 있지 않다고 반박하는데, 케일라는 '그것은 모두의 의무예요'라고 답한다.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케일라가 창작된 인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것이었을듯 하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부터가 가장 당연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고, 용기를 내서 나서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후대의 여성들은, 이런 거지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는 것 말이다.
'밤쉘'은 홍보에서 '역전극'을 표방한다. 밤쉘의 제작진이 영화 'The Big Short(2015)'의 제작진임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2016년 실제로 '폭스뉴스'를 배경으로 일어난 로저 에일스에 대한 성희롱 소송은 '역전극'일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권력형 성범죄자를 불명예 사임시킨 일은 분명 승리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서 케일라가 사원증을 던지고 나가는 장면은 폭스뉴스는, 그리고 사실 세계는,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남성이 나간 자리는 결국 다른 남성으로 대체되고, 사건은 묻히고, 재발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어머니 장례식은 공개적으로 치뤄졌고,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성범죄자에게 여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원순 전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낙연 의원 등이 직접 빈소를 찾았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물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식 또한 다름이 없다. 이것이 보여주는 바는 확실하다. 권력은 건재하다.
밤쉘은 통쾌한 영화인데도, 마냥 즐겁게 기억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크고 작은 승리들에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데, 그 승리 한걸음을 내딛는 동안 후퇴가 열발자국씩은 진행되는 듯 하여 희망찬 마음을 갖기가 어렵다.
+ 문제 있을시 알려주면 빠르게 수정하겠습니다!
첫댓글 영화 보고 다시와서 쭉 읽어야겠다 좋은 글 고마워!
오오 좋은 글 고마워!
글 너무 잘썼다! 나도 케일라가 메긴에게 했던말들이 가장와닿았어. 우리가 지금 힘들어도 회피하고 참아내면 결국 후대의 여자들에게 그 고통이 이어질뿐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로저가 프레임짰던것처럼 '내가 무너지면 이회사가,모두가 망한다'라고 협박했던게 권력형성범죄의 위협의 핵심같아
같이일하던 동료들도 지지가아니라 한발짝물러서게만들수있는게 권력이고 그걸잘아는놈들이 위계형성범죄자들이구나싶었어. 글잘읽었어 여샤
나도 케일라가 메긴에게 한 말이 유독 기억에 남더라...당신이 알려주기만 했어도 무언가는 달라졌을 거라던...공감가는 리뷰 잘 보고 가 여시야! 정말 더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싶은 영화야ㅠㅠ
방금 보고 왔다.. 마고 로비 울 때 같이 눈물 찔끔ㅜㅜ 이거 수입해온 사람 선견지명이 있나봄. 어떻게 딱 이 시점에 개봉을 하지? 요즘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마음이 괴로운 여시들 꼭 봤음 좋겠다!! 더불어 나는 이제 저는 김지은입니다도 읽을 예정~
이거 제발 다 봤으면 ㅠㅠㅠㅠ
요즘같은 시기에 꼭 봐야할 영화야
이조합 너무 좋다. 오늘 보러가야지!!!!
영화진짜좋았어ㅜㅜ ㅠ
영화 넘 좋았어.. 다들 시간내서 꼭 보길 바라 !!
나도 오늘 보고왔어..! 진짜 현실적이고 배우들 연기도 진짜 뒤져ㅠㅠㅠ 눈물나더라... 피해자, 방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구...
누구생각 ㅈㄴ 많이나더라 영화 진짜 좋았어
라인업 진짜 탄탄하고ㅜㅜ현실 반영 쩔어...
오늘 이거 보고 나왔는데 진짜 좋았어 ㅠㅠ 또 볼 거야
보고싶다ㅠㅠ
방금 보고왔는데 너무 화나고 생각이 많아지더라 다들 봤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
존잼 여시들 꼭 봐!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여시 정말 고생했다 백번 다 맞는 말이야 많이 공감되고.. 이런 글 써줘서 고마워 잘 읽었어 정말 멋있다 여시덕에 세상은 많이 바뀌고있어!
내일 보러가야겠다
어제 보고왔는데 진짜 공감ㅠㅠㅠㅠㅠ
글 진짜 잘 썼다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데서 막막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런 선례가 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안 본 여시들 있다면 꼭꼭 봤으면 좋겠어
글 잘 읽었어 여샤!!
나도 울면서 봤어
진짜구구절절 공감이다 글 정말 잘썼다 시의적절한 영화였어... 아 영화 더 흥했으면 ㅠㅠ
존잼
이거 결말 고구마 아닌가? 난 왜 사이다 아니라고 느꼈지ㅜ?
여시 글 짱이다.. 오늘 영화보고 좀 복잡했는데 글보고 정리가 아주 잘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