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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day it's a rainy day Every day it's a rainy day
Rainy day 빗 속을 거닐죠
이렇게 안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그 행복감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뜨거운 그의 몸에 좀 더 밀착해 붙었다. 한치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는 듯 이렇게.
우리 둘이 이렇게, 조금만 더 이렇게.
"이제 일어나야지. 세희야?"
어물쩍 그가 날 감고 있던 한쪽 팔을 풀어 핸드폰 플립을 열고 시간을 확인하곤 말했다.
벌써 9시가 됬나보다.
평소처럼 그가 내 허리를 잡고 일으켜 세우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잘 잤어?"
그는 9시에 일어난다. 보통 출근해야 할 시간이 9시인 직장인들과는 달리, 그는 자유를 만끽하는 직장인이다.
덕분에 우리 둘이 함께있을 시간이 더 많다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던 그와 결혼한지는 이제 겨우 3개월째에 접어든다.
나의 반쪽, 김지훈. 한창 신혼인 우리를 방해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몇 주동안 휴가를 받아낸 지훈이와 나는 신혼여행 겸 제주도를 다녀왔다.
장거리 여행은 이쪽에서 사절이었다. 지훈이도, 나도, 한국을 떠난다는 게 영 내키질 않아해서.
"씻어 얼른~"
내가 느긋하게 일어서서 욕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지훈이가 일어선다.
그와의 아침은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날 깨우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날 일으켜 세우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 하나뿐인 반쪽, 내 남자를 보며.
그는 일러스트레이터다. 그것도 잘 나가는, 그래서 더 자유분방한 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다만, 뭔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나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그 점 덕분에 선배들에게도 사랑받는 것 같다.
나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보기에도 그는 특별해 보이나 보다. 그와 결혼하기까지엔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훈이의 첫사랑이라며 주장하던 그 여자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난다.
어쩜 그렇게 독종이었는지 난 영화에서나 보던 그 악녀를 생생하게 겪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와 난 결혼까지 해 버렸지만.
두번째로 걸렸던 건 부모님이었다. 그는 좀 사는 집안이었다.
그의 귀티나는 외모나, 걸음걸이, 행동, 매너, 모든걸 보면 딱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또, 웃기게도 나는 그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여자였을 뿐이었고. 그건 우리 둘 사이의 좀 커다란 벽이었다.
그의 어머니에게 얼마나 많은 욕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아들에게 져버리신 시어머니는 그래도 꾸역꾸역
나를 받아들이시는 듯 싶었다.
몇 주간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땐, 좀 심각하게 싸우긴 했어도.
기분 좋게 샤워를 끝내고 나오면, 그는 빙그레 웃으며 나를 맞이한다.
식탁엔 이미 아침이 차려져 있다. 꼭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말렸는데 그는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는 주의였다.
그것도 밥으로.
"오늘 우리 놀러갈까?"
"회사는 어쩌고?"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아."
"자꾸 빠지면 괜히 눈치보이잖아!"
"에에이, 그래서 싫다고?"
또 바보처럼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그에게 져버리고 만다. 이제와서 느끼는 거지만,
난 왜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져버렸는지 좀 이해할 것 같았다.
"어디 갈까? 가고 싶은 데 있어?"
"영화보러 갈까? 우리 안간지 되게 오래됬어!"
"아아… 그러네? 정말 오래됬네."
"가자 가자~"
"가자, 어어, 여기 또 흘렸어! 니가 애냐?"
밥풀이 또 입가에 붙었는지, 그가 킬킬 웃더니 떼어내준다. 그런 그를 한 번 흘겨보고 밥을 우겨넣었다.
또 애 취급, 그놈의 애 취급은 언제쯤 멈추려는지.
그렇게 웃는 자기가 더 애 같다는 건 언제쯤 깨달으려나?
"영화는 저녁에 보고, 그 전에 딴 데 가서 놀까?"
"별장가자 우리!"
"어디? 아, 그 별장?"
"응응. 안간지 너무 오래됬어. 쫌만 놀다 오면 되잖아~"
그와 함께했던 시간의 절반은 그 별장에서였다. 그러니까 정식으로 결혼하기 이전까지.
양평에 있었던가, 그 별장은 정말 세상과 단절되 있었다. 딱 떨어진 그 곳.
그래서 우린 그 곳을 들락날락했다. 아무런 거리낌 없는 그 곳,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 곳.
처음에 그 첫사랑 사칭 여자에게 기달려하던 내게 단비같던 그 곳.
시어머니께 엄청나게 깨지고 나서 나를 달래듯 포근하던 그 곳.
그의 사랑이 처음으로 보여지던, 자라났던, 모든 것들의 근원지.
우리 사랑의 근원지.
처음 그 곳으로 들어갈 때 설레임, 이 남자가 정말 내게 관심 있는 걸까? 나한테 왜 이렇게 친절한 거지?
나를 사랑하는 건가?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건가? 이 남자, 정말 잘 사는 구나.
쓸데없는 생각들로 어지러운 머리도 그를 보는 순간 시원해졌다. 모든 정답은 그에게 있었다.
그가 나를 보는 눈길에, 그 타는 듯한 시선에, 모든 답이 들어 있었다. 아, 정말 사랑하는구나.
우리가 사랑이라는 걸 하고 있는 거구나.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옷장을 활짝 열었다.
항상 그의 옷을 골라주는 건 내 몫이었다. 내 남자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소소한 것들 중 하나.
일상의 작은 즐거움.
일하러 갈 땐 항상 정장을 챙겨 입는 그는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직장이니깐, 뭐.
대신 휴일이나 일하러 가지 않을 땐 항상 평상복으로 입혔다. 그것도 항상 내 취향으로.
하얀 늘어지는 와이셔츠에 진한 남색의 후드, 초가을 날씨지만 혹시라도 추울까봐 좀 두툼한 후드.
길게 잘 뻗은 검은색 팬츠.
주섬주섬 꺼내고 있으려니 어느새 다가선 그가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쓱쓱 쓰다듬고 있었다.
또, 또 애 취급!
"넌 정말 취향도 딱 애라니까."
"이? 이게 애라고? 아니야 무슨 내가 알록달록한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엔 핑크색도 입히려고 했잖아!"
"그게 핑크색이야? 그건 엄연한 분.홍.색."
"그러니까, 그게 그거지."
시원시원하게 웃어버리며 그는 옷을 든다.
"그래도, 역시 니가 골라주는 게 나한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더라~"
얄밉긴.
부서지는 듯 살랑거리는 연한 갈색의 머리카락, 어느새 앞머리가 꽤나 자랐구나. 라며 심심찮은 감탄을.
적당히 솟은 콧대는 옆모습을 돋보이게 하고, 두 눈은, 아 그래, 내가 이 두 눈에 빠졌었어.
검은색 깊은 심연의 색깔. 이 깊고 깊은 검은색 두 눈동자에 내가 담기는 그 설레임, 짜릿함.
그보다 더한 감정.
"내가 그렇게 멋있나~?"
"시끄러워."
퉁명스럽게 대답하니 그가 내 손을 더욱 꽉 잡는다. 땀 차겠네.
"운전할 땐 운전만 집중해!"
"니가 옆에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데도?"
"그냥 신경끄고 운전하세요. 아니면 이 손이라도 빼던가?"
"에에에이, 좋으면서."
꼭 정곡을 찔러대는 저 미운 입, 얄미워, 얄미워 죽겠는데 그게 너무 사랑스러운거다.
지금 내게 웃어주는 그 자체가, 그 존재 자체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거다.
"보고가자!"
그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반매장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결국엔 차를 세우고 마는 그다.
앨범을 많이 산다. 팝송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듣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나, 그 노랫말을 들으면서 가사의 뜻을 파헤치려고 하면
잡생각이 없어진다며 낄낄댔다. 정말, 바보같다.
나라면 가사를 직접 보고 말겠다. 라고 대답했더니 너 답다며 또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 취급이야, 라고 팔꿈치로 복부를 가격했더니 커헉, 하는 비명을 지르며 괜히 엄살을 부리더라.
음악에 유식한 그가 좋았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는 내 생활의 활력소다.
없으면 안되는 필수 비타민, 필수 요소, 공기와도 같은 존재.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노래를 들어보고, 또 앨범을 들었다 놨다, 감탄을 하듯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가.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구경거리는 충분하다.
음악을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음악보단 난 그가 더 좋으니까.
평소 좋아하던 음악이라며 그가 내 귀에 헤드폰을 씌운다.
웨스트라이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라고 입모양으로 묻자, 그가 대답한다.
you raise me up.
몇 시간이나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한다. 빗소리가 듣기 좋다고, 그 질척질척한 게 뭐가 좋냐고 물었더니,
또 바보처럼 웃었다.
그냥 좋아하는 듯 싶었다. 하긴,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딨을까.
어렸을 적부터 천둥번개를 무서워 하던 나는 자연적으로 비를 싫어했다.
딱히 비에 대한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난 싫었다. 그를 만나고 나서야 달라졌지만.
그와 함께라면 그 까짓 비, 그런거 하나도 싫지 않다. 오로지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비를 맞는 걸 좋아하는 그는 결국 날 끌었다. 오랜만에 걷자며.
귓가에 자꾸 그 노래가 맴도는 것 같다. you raise me up, 그에게 잘 어울리는 그 노래.
그 아름다운 선율이 자꾸 귀에서 맴돌아서 나도 모르게 감성적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아.
그와 있으면, 난 내가 아닌 것만 같아.
꿈을 꾸듯 모든 게 이상하게 변해버린다, 현실과 다르게 모든 게 아름답게 변한다.
비도, 음악도, 모두 그와 함께 하는 이상, 모든게 아름다워.
"비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해서 흘리는 눈물이래."
"왜 그리워해? 사랑하면 되지."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해서. 좀 더 함께 있어주지 못한 미련이 남아서. 가슴이 아파서."
"음흠,"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게 벌 주듯 흘리는 눈물이래."
조용히 듣고만 있는 나를 쳐다보며 그가 또 바보처럼 웃었다.
"그러니까 비 싫어하면 안돼?"
이미 싫어하지 않거든요? 대답하려다가 갑자기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혀오는 기분.
곧 간질이듯 그의 손길이 얼굴에서 느껴졌다.
비가 얼굴을 톡톡 때리는 게, 느껴졌다. 이제서야 모든 섬세한 신경들이 살아나는 것 같다.
그로인해.
내 눈 앞에 있는 남자, 내 남자, 김지훈으로 인해. 세상은 변하고, 달라지고, 또 바뀐다.
"좀 많이 젖었다....? 헤, 가자 빨리, 춥지!?"
"너야말로, 안 추워? 난 괜찮은데…"
안 괜찮을 리가 없잖아 니가 계속 껴안고 그 난리를 피웠는데! 라는 소리는 당연히 삼키고, 그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차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함이 밀려들어왔다.
천천히 차를 모는 그의 옆모습을 또 바라보다가, 그렇게 넋놓고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니 보이는 건 연한 분홍빛의 천장이었다.
묘한 느낌의 눈을 몇 번 감았다 떠도 보이는 건 하얀색에 가까운 분홍빛 천장.
그리고 눈에 직접 맞닿아 오는 형광등 불빛.
벌떡 상반신을 일으켜세우니, 보이는 건 역시 그다.
"깊이 자더라? 완전 안 깨던데?~ 나 너 안고 들어오느라 팔 떨어지는 줄 알았어!"
"언제는 가볍다며! 이거 완전 뻥쟁이 아니야?"
"야 사람이 선의의 거짓말도 좀 할 줄 알아야 마누라한테 사랑도 받고 그러는거래.. 풉."
"웃지마아!!!"
별장에서의 하루는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와 저녁을 만들고, 또 밖에 나가서 그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여기저기 걸어다녔고, 땡깡부리는 나를 그가 업어주었고, 밤새 영화를 보며 훌쩍이기도 했다.
역시, 이런 일상적인 일들도 그로 인해 변한다.
그로 인해 세상이 변했듯, 내가 변한다.
"자, 얼른 자야지~ 내일 아침에 올라가자, 피곤하지?"
"아니야… 넌 안 피곤해? 나보다 더 피곤할텐데."
"팔팔하거든요! 난 아직 청춘이라고!"
"뭐야, 그럼 난 아니라구?"
"넌 아줌마지, 결혼했으니까!"
"헹, 말한 번 잘했다. 그러니까 너도 이제 아저씨잖아!"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그와의 시간은 그렇게 깊어간다.
그로 인해 내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모든게 변한다.
시시각각 변한다. 모든게 변해버린다.
그의 사랑에 중독되고 중독되어 모든게 변한다. 마치 독처럼 모든 것에 퍼져 모든게 변해버린다.
우리들의 사랑으로.
*
"봤수? 소문이 진짜였나봐요."
"그러게 말예요. 어젯밤에 어찌나 놀랐는지, 어휴 생각만 해도…!"
"대체 갑자기 여긴 왜 왔을까요?"
"모르지, 저 여자가 제정신으로 여기까지 왔겠어?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 일 나면…"
"친정도 없다면서, 그 시어머니란 사람이 그렇게 독하다며? 어쩜 저렇게 됬을까…"
"저기 종현이엄마가 그러는데, 그 시어머니가 그냥 바로 내쳤다던데? 쯧쯧, 그러게 왜 그 결혼을 구지 해선..."
"다 지 운이지 뭐… 그나저나, 진짜 예쁜 아가씨였는데."
그가 오늘도, 나를 향해 변함없이 웃고 있다. 우린 또 똑같은 아침을 맞았다.
항상 변함없는 우리의 사랑을 대변하듯 그는 또 변함없이 나를 맞아주었다.
아침에 출발한다는 일정을 조금 변경해서 저녁에 출발하기로 했다.
계속 빼먹었으니 앞으로 야근이겠다는 나의 말에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밥을 먹고, 그의 손을 맞잡고 산책을 나왔다. 어제 내렸던 비 덕분에 촉촉한 땅이 기분 좋았다.
"어머어머…!"
"지훈아, 우리 돌아갈 때 어머님께 들렸다 갈까?"
"종현 엄마, 뭐해 빨랑 안 오고!"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난 자주 찾아뵙고 싶어. 그래야지 더 친해지지~!"
"…새댁, 새댁? 세희씨, 나야 나. 종현엄마라구. 나 모르겠어? 못 알아보겠어?"
"그래 그래, 가는 거다?"
"세희씨, 나 진짜 못 알아보겠어? 세희씨 정말 왜이래, 왜 사람이 이 꼴이 됬어!!"
"종현엄마, 그만해. 뭐 하는 거야 빨리 와, 어머!"
지훈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손을 이끌었다. 또 바보처럼 웃으며.
"세희씨, 이러지 마 세희씨. 세희씨 힘든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러면 안 되지. 세희씨 아직 젊잖아. 아직 살 날도 많아.
이렇게 살면 안돼. 아무리 힘들어도 잊어야 되. 힘든 건 아는데, 잊어야 되 세희씨."
"어머, 종현엄마 진짜 왜 이래! 빨리 가자니까? 무슨 해코지 당하려고!"
"세희씨, 이제 그만 잊어 좀.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사람 붙잡고 살면 뭐해!"
누군가 나를 흔들어댄다. 격한 몸짓으로 흔든다.
시야가 흐릿하게 물들어간다. 뭐야, 나에게 왜 이래? 나한테 왜이래? 지훈아, 지훈아.
지훈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사람 붙잡고 살면 뭐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세희씨?"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지훈이 어딨어? 지훈이 어딨냐고."
"세희씨 정신 차려!"
"도대체 누가 산 사람이고 누가 죽은 사람이야? 당신이 뭘 알아? 내가 지훈이 꼬셨다고 생각하는거야?"
"세희씨...?"
"당신도 내가 지훈이 꼬셔내서 그렇게 산다고 생각해? 어? 그래? 그래서 나한테 이러는거야?"
나한테서 그사람을 뺏어가려고? 그래서 이러는거야?
그래서 날 괴롭히는 거야? 대체 당신이 뭐라고 내게.이러는.건데.
지훈이 어딨어, 지훈이 어디다 숨긴거야. 당신 뭐야, 시어머니가 보낸거야? 그런거냐고.
"지훈이 돌려내. 지훈이 어딨어!!!!!!!!!!!!!!!!!!!!!!!!!"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울린다. 마음속에서도, 심장속에서도, 머릿속에서도, 몸 구석구석에서 울린다.
다시 섬세한 감각이 돌아온다. 비가 내리고 있다.
"종현 엄마, 빨리 가자!"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한 두 방울, 톡톡, 내 얼굴에 스며든다.
하늘이 아픈가보다, 아마도.
"비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해서 흘리는 눈물이래."
"왜 그리워해? 사랑하면 되지."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해서. 좀 더 함께 있어주지 못한 미련이 남아서. 가슴이 아파서."
"음흠,"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게 벌 주듯 흘리는 눈물이래."
울부짖듯 눈물이 흘러나온다. 천둥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비 싫어하면 안 되?"
지훈아, 지훈아, 지훈아. 너 혹시 지금 울고 있는 거니? 너 지금 울고 있는거야?
울지마, 안 돼. 그러면 안 돼. 내가 너무 아프잖아.
너 지금 울고 있는 거라면… 난 괜찮아. 난 아무렇지 않아.
여전히 넌 내 옆에 있잖아, 날 향해 변함없이 웃어주잖아. 우리 사랑하잖아.
넌 내 사랑이잖아, 넌 내 반쪽이고 넌 내 남자잖아. 넌 하나뿐이잖아. 우린 하나잖아.
나 아무렇지 않아, 정말 아무렇지 않아. 우린 아무렇지 않잖아, 그치?
사람들의 시선따위 두렵지 않아. 넌 이렇게 내 옆에서 변함없이 웃어주는데
사람들이 그래, 니가 죽었다고. 무슨 소리야 그게? 넌 내 옆에 있는데.
비가 점점 세차게 내린다.
아프게 내려친다.
아프다. 가슴이, 심장이, 미어져.
너 아프니, 너 아파? 아픈거야 지훈아? 아파?
어디가 아파? 왜 그래, 너 왜 우는거야. 왜 울어.
그러지마, 울지 마.
널 두고 가지 않을 게. 곁에 있어줄게. 지켜줄게. 안아줄게. 여기 있을게. 울지 마.
혹시라도… 혹여라도, 너 지금 나보고 가라고 우는 거라면, 나 정말 너 용서 안 할거야.
나한테 그러지마.
난 죽어서도 너와 함께 있고 싶단 말이야.
"지훈아, 싫어. 싫어."
날 버리지 마, 왜 날 떼어내려고 해. 왜 날 밀어내? 너 왜 그래? 왜 니가 울어?
"울어야 할 건 나잖아."
왜 울어? 지훈아 왜 울어? 너 왜 아파? 넌 왜 아픈데? 내가 니 옆에 있어준다니까. 영원히 있어준다니까.
너 진짜 왜 그래, 왜 울어. 너 왜 ........... 왜 그렇게...... 슬퍼해?
"사랑해."
사랑해 지훈아. 더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 널 원망해. 많이 원망해.
날 이렇게 버려둔 널 원망해. 날 두고 가버린 널 두고두고 원망해. 화가 나, 미워. 너무 화가 나.
이렇게 남겨진 내가 너무 싫어.
끝끝내 너에게 남겨진 내 미련때문에.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Until you come and sit awhile with me
내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괴로움이 밀려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할 때
당신이 내 옆에 와 앉으실 때까지
나는 여기에서 고요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you raise me up................. 노랫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울려퍼진다.
Rainy day It's a rainy day
천국보다 먼 그 곳에서 만나
.
소설의 주제이다 싶은 Rainy day는 노블레스 노래입니닷 .;
첫댓글 어머어머...........짠해요 ㅠㅠ
댓글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찰나의시간그것도 댓글달아주셨던데^^
슬프긴한데.. 중간 부분이 살짝 이해가 안되네요.. 남자 주인공이 죽었는데 여자 주인공이 인정하지 못하고 그리워하는건가요?? 암튼 잘 읽었구요, 건필하세요 ^^ 마침 밖에서 비가 와서 그런지 더 슬프게 느껴지네요.. ㅠㅠ
네 남자주인공은죽었구요 여자주인공은 인정하지못합니다 미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