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면 내야 하는 돈, 입산료(permit fee)가 10년 가까이 만에 크게 인상될 것이라고 네팔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고 영국 BBC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는 9월부터 일 년 중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성수기인 4~5월에 이 산을 오르려면 1만 5000 달러(약 2147만원)를 지불해야 한다며 종전 1만 1000 달러에서 36% 인상된 것이라고 관리들이 전날 밝혔다. 성수기를 벗어나 9~11월에 이 봉우리를 오르려는 이들은 역시 같은 인상률에 따라 7500 달러를, 12~2월에는 3750달러를 내야 한다.
그런데 에베레스트 입산료는 4000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국내 언론이 알렸던 것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엄홍길 대장도 2019년 10월 23일 MBC TV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앞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면 일인당 4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입산료 수입은 네팔의 나라살림에 없어선 안될 재원이다. 등반과 트레킹 허가 비용은 국가 경제의 4% 이상을 차지한다.
등반 전문가들은 네팔 정부가 너무 많은 산악인들을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한다고 비판한다. 한 해에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받는 이들은 300명가량이다. 지난해부터 인상 여부를 논의해 왔는데 과연 입산료를 올리면 수요를 줄일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네팔 관광부의 나라얀 프라사드 레그미 총괄국장은 로이터 통신에 "로열티(입산료)는 오랫동안 검토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제 그것을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만큼의 수입이 추가로 쓰일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중국 이름 초모랑마를 열여덟 차례나 오른 영국 산악인 켄튼 콜은 입산료 인상이 "놀랍지 않다"고 하면서 "엄청 올린다고 해도 외국 등반가들에게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BBC에 털어놓았다. 그는 "바라건대 추가 수입이 좋은 데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네팔 최고법원은 에베레스트와 다른 봉우리들에 몰리는 등반 허가 건수를 제한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산들의 수용 능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그 명령은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았다.
에베레스트에 많은 발길이 몰려 등반가들이 정상에 이르려고 위험한 상황에 줄지어 서게 된다는 우려는 있어왔다. 2019년 네팔 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하치장이란 비아냥을 듣는 에베레스트의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일을 시작해 매년 하고 있다. 다섯 차례 청소 작업을 통해 119t의 쓰레기와 14구의 시신과 몇 개의 해골을 수거했다. 하지만 이 산에는 여전히 200구의 유해가 더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은 8000m 이상의 세상에서 가장 높은 14좌 가운데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8개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