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89) - 입춘 지나 찾아온 봄기운
지난 주말은 입춘과 정월대보름이 이어진 포근한 날씨, 온 땅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입춘 전후하여 답지한 메시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 대세,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 바라는 덕담이다. 입춘의 의미를 잘 정리한 글 한 토막, ‘오늘(2월 4일) 11시 43분이 입춘(立春)의 시작이다. 입춘이란 봄이 서다, 즉 봄이 시작한다는 뜻이다. 새해의 시작과도 같다. 해가 바뀌고 철[節]이 바뀌면 자연의 기운이 바뀐다. 그에 따라 사람의 운도 달라진다. 좋은 운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 만나는 분들께 던질 덕담은 입춘대길(立春大吉), 새해에 크게 길하라는 의미다.’(조선일보 2023. 2. 4 박돈규 기자의 ‘입춘대길, 뜻을 아십니까?’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올해 입춘첩 쓰기와 붙이기 행사 장면
정월대보름 날, 오랜만의 새벽산책에 나섰다. 평년기온을 찾은 아침 기운이 싱그럽고 서녘하늘에 두둥실 빛나는 보름달이 은혜롭다. 때맞춰 카톡에 오른 이혜인 수녀의 시, 달빛인사가 마음을 적신다.
‘달빛인사
이 혜인
달을 닮은 사람들이 달 속에서 웃고 있네요
티 없는 사랑으로 죄를 덮어주는 어머니 같은 달빛
잊을 것은 잊고 순하게 살아가라 조용히 재촉하는 언니 같은 달빛
슬픈 이들에겐 눈물 어린 위로를 보내는 친구 같은 달빛
하늘도 땅도 오늘은 온통 둥근 기도로 출렁이네요
환한 보름달을 환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지금껏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달빛 인사를 건네는 보름날 밤
그리움이 꽉 차서 자꾸 터질 것만 같네요 나도 달이 되네요’
정월대보름 아침, 아내가 공들여 지은 찰밥 한 숟갈 들고 남녘 행 기차에 올랐다. 전날 세상을 떠난 동료교수의 먼 길 배웅하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라. ‘슬픈 이들에게 눈물어린 위로를 보내는 친구 같은 달빛’을 새기며 광주역에 도착하니 화창한 봄 날씨, 한적한 곳에 있는 장례식장까지 동행하러 일부러 나온 동료교수의 배려가 고맙다. 떠난 이나 마중 나온 이 모두 수십 년 고락을 함께 한 사이, 여러 차례 부부동반으로 국내외 여행을 즐기던 때가 엊그젠데 때가 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천국여행길에 들어서누나.
동료교수와 함께 찾은 대학교정, 봄기운이 완연하다
고인의 영전에 꽃 한 숭이 바치고 친분이 두터운 배우자와 가족들을 위로한 후 동료교수와 함께 수십 년 봉직한 대학교정을 한 바퀴 돌아나와 광주역에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저녁에 동료교수에게 전한 메시지, ‘오늘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빕니다.’ 입춘에 새긴 소박한 염원, 봄기운 받아 모두들 건강하고 평안하소서!
* 돌아오는 길 광주역에서 살핀 국가보훈처의 포스터가 숙연함을 안겨준다. 나라와 겨레 위해 천하보다 귀한 목숨 바친 선열들의 공덕이여, 아직도 어두움이 드리운 이 땅위에 보름달처럼 환히 빛나라.
나라위해 목숨 바친 독립운동가와 국군장교를 기린 2월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