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는 공책 정리를 펜으로 했다.
펜 습자 교본 글씨를 보고 똑같이 펜으로 정성껏 쓴다.
뛰고 장난이 심한 또래의 나이에 너나없이 가방 한 구석은 잉크로 파랗게 얼룩이 지니 잉크병에 솜을 넣어서야 잉크가 흐르지 않는다.
잉크 안 새는 펜을 하나 갖고 싶다.
아직 나는 무지개를 따려는 마음인가 보다.
기다려지는 졸업식이다.
만년필 하나 갖고 싶었던 날이나 누구 하나 내게 만년필을 주는 사람이 없다.
그때 일제 파이롯드 만년필을 갖고 싶었다.
우리 또래들이 한 번 갖고 으스대던 만년필이었다.
몇 달 용돈은 모아서 살 수 있던 만년필이지만 가슴에 넣고 책상에 엎드려 잘 때 눌리면 몸통이 부서지는 약골이었다.
내가 바라던 것은 파카 만년필이다. 길가 좌판에 만년필과 라이터와 레이건 색안경을 파는 장사꾼이 있다.
나는 거기 진열된 만년필 중 파카 21을 탐낸다. 그 만년필은 어른들도 으쓱대며 양복 겉주머니에 꽂고 다니는 사치품이었다.
고등학생에게는 어림없다.
칠판에 공납금 미납자로 내 이름은 늘 끝까지 매달려 있었던 학창 시절이었고, 공부를 잘 한 것도 아니었다.
내 교복 가슴 주머니에는 일제 파이롯드를 탐내다가 내가 가진 용돈을 모아 산 국산 파이롯드 만년필이 꽂혀 있다.
그 만년필로 나는 사춘기를 하염없이 잡기장에 담는다.
잡기장에 나중에 첫사랑이 되는 여학생 이름도 적는다.
순이.
다시 그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꽃다발과 졸업장과 3년 개근상장이 나에게 전부다.
나는 갑자기 텅 빈 운동장에 홀로 서있다.
사춘기를 적어가던 일본 만년필이 때때로 그립다.
사무라이 시대의 일본에 야타테는 전동(箭筒) 속에 넣어 싸움터에서 휴대하던 벼룻집이며 먹통에다 붓통을 곁들인 휴대용 필기구였다.
야타테는 이때 (1185-1333) 이후 사용됐다. 대나무 붓과 먹물을 담근 솜과 비단 조각이 그 속에 가득 들어있다.
전장의 사무라이들은 종종 싸움터에서 글을 쓰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먹물을 갈고 붓에다 먹물을 묻히고 썼다. 그러니 먹을 갈 때마다 벼루와 물이 필요했다. 작은 용기에 먹물을 담아야했으나 야전에서는 곧잘 엎질러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시절 (1185-1333 ) 어느 때 똑똑한 누가 면 조각이나 비단에 먹물을 흠씬 먹여 작은 통에 넣는 것으로 먹물을 늘 휴대하는 방법을 찾았다.
진정한 휴대용 먹물통이었다. 뚜껑을 열고 붓을 먹물이 잘금 잘금한 속에 넣었다가 빼면 바로 글씨를 쓸 수 있었다.
야타테의 종류가 호사롭다.
벽이나 나무에 글씨를 쓸 때 야타테를 이용해서 쓰기도 한다.
요즘식으로 하면 잉크병과 펜이다. 따라서 인장형식.
야타테 속에 붓과 먹물이 있는 형식이다.
요렇게 작은 야타테도 있다.
이 야타테는 글씨를 쓰는 도구가 아니라 닌자의 무기이다.
야타테 안에 붓이 들어가 있는 이 그림이 기본 형식이다.
이 필기도구는 먹물과 붓이 함께 한 세트가 된다. 모양은 점점 작아지기도 하고 붓을 넣는 자리에 비밀병기가 은밀하게 숨겨져서 닌자의 무기가 되기도 했다.
날로 인기가 높아진 야타테는 더 큰 먹물 용기에 대한 수요로 모양에 변화를 가져왔다.
에도 시대 (1603-1867 )로 거의 모두 지금의 잉크병 모양을 했다. 원래 사무라이에 의해 독점적으로 사용하였으나 상인, 학자,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에도 시대부터 많은 문학의 명작은 야타테에 빚을 졌다. 예술가들과 화가들은 그들의 여행 중에 종이와 화첩에 글과 그림을 담을 수 있었다.
야타테의 내부에 작은 칸들이 구획됐다. 칼, 핀셋 등이 들어갔다.
재료도 다양해졌다. 금,은, 철,구리, 황동, 상아, 대나무, 등나무, 그리고 도자기 등으로 만들었다.
에도시대의 중기 내내 일본인들은 야타테에 호사를 부렸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 20세기 초. 새로운 발명품 만년필이 서양에서 들어오자 일본인들은 야타테를 포기한다.
세일러 만년필을 만든 것은 1911 년 (메이지 44 년) 이었다. 지금의 세일러 만년필 주식회사이다.
그 역사는 1905 년 (메이지 38 년) 창업자가 처음 만년필을 만나고서 부터다.
그는 친구가 영국에서 온 선물, 만년필을 받고서 몹시 충격을 받았다.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 이후 그는 만년필 에 평생을 바친다. 창업 당시에는 축을 만들어 수입한 펜을 설치하여 판매하였다.
그러나 그는 촉을 만들기 위해 몰두한다.
잉크에 적합한 금속은 어떤 것인지 연구를 거듭하고 시행착오 끝에 금을 사용 펜이 둘로 쪼개지는 황금 펜을 완성했다. 나중에 플라스틱 사출 성형에서 양산 한 일본 최초의 만년필 (당시는 에보나이트이나 셀룰로이드를 사용한 만년필이 주류), 다시 업계에서는 자동 흡입식 개발이 한창이던 중 카트리지 만년필을 출시 등 다양한 개발을 하며 현재까지 약진하고 있다.
상표는 해군 "수병"들을 따서 "Sailor "를 사용했다.
세일러 만년필의 지명도는 몽블랑, 파카 등 보다 지명도는 낮지만 가격은 고가품이 상당하다. 몽블랑을 평생에 한번 써 봐도 세일러는 못 쓰고 죽을 만큼 비싼 고급 기종은 사치품 영역에 있다.
파이롯드 만년필은 1918 년 창업. 한때 수성 볼펜 등의 출현으로 만년필의 점유율이 감소했지만 파이롯드 시리즈 등 고전적인 스타일을 부활한 고급 노선 고객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볼펜 샤프펜슬 볼펜 등도 취급한다.
주요 제품을 보면 카스탐 74 (투명 축도 있다) 845, 823, 748, 745, 743, 742, 98 (소형 만년필), 74 (9 종류의 펜이 선택할 수 있다), 레간스, 캡레스 만년필 (볼펜의 머리를 누르듯이 누르면 만년필의 촉이 나온다) , 엘리트 S (1969 년 출시, 절판) 엘리트 시리즈 짧은 유형. 파일럿 만년필 "펜 서법 펜은 펜 서법용으로 개발됐다.
아래 사진들은 한 시대에 기록을 남겼을 당시의 모델들이다.
아
펜서법 펜이다. 아마도 파이롯드 중에서 가장 싼 펜일게다.
지금 내게는 파이롯드 펜서법 펜만이 있다.
나는 또 다른 파이롯드 만년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