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이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반도체는 유기반도체에 비해 제조과정이 까다롭고 생산비용이 비싸다. 반면 유기반도체는 반도체로서의 성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제조가 쉽고 생산단가가 낮다. 유니스트가 유기반도체의 소재인 `익센` 합성에 성공했다. 1941년 익센의 분자구조가 제안된 지 80여년만이다. 향후 국제 반도체 생산경쟁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유니스트가 박영석ㆍ이근식ㆍ신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이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물질 중 하나인 익센 분자를 최초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유기물 `익센` 분자 구조가 밝혀진지 79년만이다. 또 질소와 붕소가 첨가(도핑)된 익센을 추가적으로 합성해 이 물질의 유기반도체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 반도체는 상용화된 실리콘 반도체 소재와 달리 유연하고 가공성이 우수해 유연성(플렉서블) 소자에 쓰일 수 있다.
대표적인 유기반도체 소재가 바로 탄소 원자가 여러 개의 육각형 고리모양을 이루고 있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다. 반도체 소재 내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필요한데 다환 방향 탄화수소는 분자 내부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있다.
이번에 공동 연구팀이 합성한 익센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의 한 종류다. 1941년에 익센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 분자의 구조가 제안됐지만, 당시 알려진 방법으로는 합성이 어려워 실제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다이아세틸렌 분자의 `고리화 반응`과 팔라듐 촉매을 사용한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을 이용해 익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또 동일한 2단계 합성법을 이용해 유기 반도체 재료로 사용 가능한 `B2N2-익센`분자를 만들고, 이 물질의 성질을 밝히는데도 성공했다. 신형준ㆍ이근식 교수 연구팀은 실제 실험과 이론계산을 통해 B2N2-익센 분자가 익센과 비교해 좁은 에너지 갭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영석 교수는 "익센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현대 유기화학을 이용해 합성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원하는 물질을 정확하게 첨가해 물리적 성질을 제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연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에 사용된 팔라듐촉매와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은 더 큰 분자 크기를 갖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를 합성하는 전략으로도 응용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니스트 자연과학부 최원영 교수팀과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강석주 교수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성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에 지난 24일자로 게재됐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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