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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청와대 대책반(TF)을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팀도 구성될 예정이다. 사건을 계기로 이루어지고 있는 조치들이다.
이 사건의 가해 학생들을 조사한 수사관들에 의하면 조폭을 능가할 만큼 잔인한 폭력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숨진 권 군을 그토록 괴롭힌 2명의 주 가해 학생들이 매우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평소 학교에서 말썽을 피웠을 때 주는 벌점조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얌전한(?) 학생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왜 그 같은 놀라운 짓을 저질렀을까. 양면성을 지칭하는 ‘루시퍼 효과’를 떠올렸을 것이다. 루시퍼는 원래 천사였는데 신과 자리다툼을 하다가 대천사 미카엘로부터 지옥으로 쫓겨간 악마이다. 이처럼 천사의 속성을 지닌 훌륭한 인격체이지만 동시에 흉악한 모습을 갖고 있는 인간의 양면성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루시퍼 효과를 처음 명명한 이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였다.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덕분이었다. 1971년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교도소 간수와 죄수 역할을 행하게 한 이 실험은 이번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정황과 여러 가지 면에서 놀랍도록 일치한다. 감방 3개를 만들어 쇠창살을 달고 검은색의 문을 달아 가짜 감옥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문에 광고를 내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2주 동안 진행될 실험에 참여하는 대가로 일당 15달러를 주는 조건이었다. 그들을 반반씩 나눠 간수 역할과 죄수 역할을 맡겼다. 연구진이 이들에게 정해준 규칙은 죄수의 경우 간수의 말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것과, 간수의 경우 죄수에게 어떠한 물리적 폭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느낌을 주기 위해 스타킹을 머리에 뒤집어쓰게 했다. 간수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는 역시 실제의 간수처럼 간수복과 호루라기, 경찰봉, 선글라스가 지급되었다. 이들을 체포해 눈가리개를 씌운 다음 감방에 수감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교도소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간수 역할을 맡은 이들은 철저히 간수처럼 행동하고, 죄수 역할을 맡은 이들은 실제 죄수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뿌리며 그들을 진압했다. 그 후 간수들은 죄수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도록 분열을 유도했으며, 간수들끼리는 더욱 결속력을 유지했다. 소문이 돌자 간수들의 태도가 전보다 더욱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맨 손으로 변기 청소를 시키는 등 수치심을 주는 정도가 점점 심해졌으며, 팔굽혀펴기 등의 얼차려를 몇 시간 동안 시키기도 했다. 쉬게 해주니 간수들은 나머지 죄수들에게 그 죄수가 나쁘다는 말을 복창하게 했다. 그 소리를 들은 죄수는 울면서 자기가 나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감방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깨달았다. 죄수 역할을 하는 동안 잠시 자기에 대한 인식을 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퇴근하고 없는 시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원래 2주로 예정되어 있던 이 실험은 결국 엿새 만에 중단되었다. 반대한 이가 단 한 사람뿐이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자신의 집이었다. 이웃과 철저히 격리된 권 군의 아파트는 바로 스탠퍼드 실험실의 감옥과 흡사한 장소였다.
그들과 격리시킨 다음 자기들끼리는 서로 폭행 수법을 나누는 등 결속력을 다졌다. 이로 인해 권 군은 아무리 힘들어도 마치 감옥 속에 갇힌 죄수처럼 가족조차에게도 고통을 호소하지 못했다. 점점 그 정도가 심해졌다. 현재 경찰은 폭행이 확인된 3명의 가해 학생 외에 다른 학생들도 그들과 함께 권 군의 집에 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주위의 도움은커녕 자신을 학대하는 간수들만 점점 늘어났던 셈이다. 연구자들이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서는 엿새 만에 실험이 중단되었지만, 권 군에 대한 폭행은 중단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거기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도 스탠퍼드 실험 때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인간이 환경에 따라 얼마나 민감하게 변할 수 있는지 놀라워했다.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처럼 이번 대구 중학생 사건도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아이들일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아주 끔찍하게 변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평범한 아이들이 스탠퍼드 실험의 간수 같은 환경에 빠지지 않게 하는 획기적인 방안도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