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 했었지~ 웬일인지 궁금했었지~
네, 한동안 뜸했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일때문에.... ㅋ~
한보름 바짝 일하고, 명절 연휴기간동안 드러눕고, 금요일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다시 움직인것도 다름아닌 택배 사고와 반송, 반품 처리건 때문입니다.
(사실 아직도 썩 한가한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여유는 좀 찾았습니다.)
선물받은 와인을 백화점으로 가지고 오셔서 상품권으로 교환해 가시는 분들이 많으시기에 머리를 좀 썩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이 있다는것도 알고는 있었고 필요없는 물건을 유용하게 바꿔쓰는것도 생활의 지혜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이 들어 오는것을 보며 정말 요즘 경기가 안좋다는것을 다시 한번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님들 선물 반품교환은 제발 워워워... 대형 유통업체만 좋고 입점업체들 죽이는 길입니다)
간만에 바싹 일했더니 체중도 좀 빠지고, 한동안 몸을 떠나있던 '지병'도 돌아왔습니다.
'지병'이라고 하기엔 오래된, '숙환'을 넘어서서 이제는 아주 당연시 된 병입니다.
뭐, 대부분 많은분들이 함께하고 계실 질환이기에 따로 말씀은 안드리겠습니다. ㅋㅋ
이쯤 말씀 드리면 대부분 감 잡으실듯합니다.(웃자고 남긴 말입니다 ㅎㅎㅎ)
일요일이라 급한것 몇개만 처리하고 나면 비교적 한가한 날이라 좀 푹 쉴까 했는데
아침 일찍 우리 낭자들이 울려준 승전보에 늦잠은 저만치 달아나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소는 우리 남자들이 길러야 할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우리가 또 한번 스포츠로 일본을 꺾은것에 대해서 즐거워 하지만
그 사이에 일본의 자본이 우리를 잠식해 오고 있음을 느끼며 우리가 진정 이기고 있는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국내의 거대자본과 일본의 거대자본에 점점 밀려나가는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제가 일하는 와인 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와인이라는 물건 자체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니, 내수산업에 연관하여 생각하기는 좀 어렵지만
국내의 와인 비즈니스가 수없이 많은 중소 수입사들의 힘으로 자라온것을 생각할때,
대기업과 재벌들의 진출이 그리 달갑지 않은것은 사실입니다.
삼성불매라는 입장에서 보았을때 최근 몇년간의 일들은 와인비즈니스가 결코 삼성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국내 와인비즈니스가 삼성덕을 많이 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두해전쯤, 신세계에서 '신세계 엘엔비'라는 주류수입 법인을 만들어
전국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에 직소싱(중간 유통을 통하지 않고 현지에서 직수입하는)을 시작했습니다.
코스트코든 어디든, 대형유통업체들은 당연히 해왔던 일이고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CJ가 할지, 삼성이 직접 손을 댈지 궁금했는데 삼성보다 더 삼성답다는 신세계에서 먼저 손을 썼더군요.
대형유통의 양대산맥이라고 할만한 롯데쪽은 어떨까요?
신세계보다 더 빠르게 '롯데 아사히'를 통해서 직소싱을 시작했지만 별로 빛을 보질 못했었는데
두산주류BG를 인수하여 롯데주류BG로 바뀌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두산주류에서 가지고 있던 인프라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소유하고 있는
전 점포(백화점, 대형마트, SSM)에 깔리는 와인의 대부분이 롯데의 와인으로 잠식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기존에 입점해 있던 중,소 수입업체들은 서서히 그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위기에 처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으로도, 프로모션으로도 해볼 수 없는 위치에 있으니 어쩌면 그건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와인의 특성상 유흥용(온 시장)으로 유통되는 양보다 가정용(오프시장)으로 유통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은만큼
대형마트에서 밀려나기 시작한다는것은 수백여개의 중소 와인수입업체들에게 시한부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총알을 바탕으로 온 시장까지 밀고 들어왔을때는 과연 몇개 업체 정도나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아마 5~10여개가 될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형 재벌들의 와인사업 진출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메이져 대기업 이전에 많은 재벌기업들의 총수들이 와인에 매료되고, 그 가능성을 보면서
하나 둘씩 자회사 형식으로 와인수입사를 만들기 시작했었지요.
한국동아제분의 자회사 '나라식품'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칠레 와인중 하나인
'몬테스 알파'로도 유명하지만, 전두환씨의 사돈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전 캘리포니아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는데 그 소유주가 전두환의 아들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동아제분의 이희상 회장이 미국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비싼 미국와인을 골라 수입하기로 유명합니다.
일신방직의 자회사인 '신동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로마네 꽁띠'의 국내 정식 수입선이고 미국와인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로버트 몬다비 시리즈를 수입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인 명품 와인들을 골라 수입하기로도 유명합니다.
대한제분에서는 '비티스'라는 수입사를 만들어서 전세계적으로 '피노누아'품종의 와인들만
전문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하여 어느새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국순당에서는 전통주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해태엘엔비를 인수, 국순당 엘앤비를 설립하여
와인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라잉 와인메이커인 미셸롤랑 컬렉션을 독점수입합니다.
엘지라고 가만 있을까요. 엘지상사의 자회사로 트윈와인이라는 수입사를 만들어서
작년정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엘지상사에서 하다가 말아먹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그 확장 속도는 놀라우리만치 빠르다는 평가입니다.
돈 많은 회사들이 돈 될만한 사업에 뛰어드는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중소 수입업체들이 열심히 발굴해서 국내시장에 입지를 다져 놓은 품목들을
와이너리와 계약이 만료될쯤 컨택해서 물량과 자본을 앞세워 뺏어 오는것에 있습니다.
높은 자존심(?)으로 그런 짓을 안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아이템 이동들은 최근 몇년 사이에 빈번하게 있어왔던 일이고,
주력품목들을 빼앗긴 중소업체들은 또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아픔을 겪거나
이미 경쟁할 수 없는 높은 가격의 재고를 안은채 눈물의 재고정리 후 산화 되어버리는것이 수순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자리를 잃은 중소 수입사들의 직원들은 희망차게(?) 다시 회사를 설립하거나,
아니면 다른 회사들로 흡수되거나, 그도 아니면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작은 와인바나 커피집을 차리는게 일반적인 일들입니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꿈을 안고 시작했던 한 수입업체 사장님이
새로 수입한 와인을 놀랄만한 가격에 소개해주시면서 해맑게 웃으시던것을 아직 기억하는데
3년도 못지나서 그 와인의 이름을 대형업체의 리스트에서 터무니 없는 가격과 함께 발견하고,
그 와인은 채 국내에서 피어보지도 못한채 사그러지는것을 지켜보며 과연 이것이
올바른 경쟁이고 적자생존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봅니다.
가져갔으면 잘 살려보기라도 할것이지...... 원망도 함께 던져봅니다.
제 앞에도 선택이 놓여 있습니다.
'S'와 'L'이라는 크고 앞길이 보장된 업체와 'C'라는 작고 힘겨움이 예상되는 업체.....
S나 L을 선택하면 저는 다시 매트릭스 안으로 돌아가는 길이고
C를 선택한다면 매트릭스 밖에서 죽을 먹으며 살아야겠지요.
풍성하고 기름지지만 허상일뿐인 매트릭스 안의 세계와
배고프고 보잘것없지만 진실을 알고 사는 매트릭스 밖의 세계.
매트릭스를 벗어난지 3년차,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첫댓글 자유시장경쟁 ..... 힘들죠 하지만 이겨내야겠죠.. 가토님 힘냅시다.
자본주의는 무서운거.....무서운거......존재의 고뇌..............존재의....!.../과연...우리는 어느사회에서 살고 있는가...어던 사회...비겁한 사회에서....줄을서서 살라면...새치기기 많은데...어/찌....존재자체가..가능할까????...그것이 문제로다...댓즈더 프러블럼.!..투미..오낫 투비....!//어렵다..어려워......사상이라면야...그리 할수도 있지만....먹구 사는..쪽이라먼....그건....또 다른................
아 써글 대기업들... 안 건드리는 게 없어요.
제조업체에서 동종물품을 수입하는건 정말 챙피한건데 우리나란 유난히 많이들 그러는거 같아요.
가토님 고민 많이 하셔야 겠네요. 답을 어느쪽으로 내실지... 하여튼 힘내세요~^^
오랜만의 일기 굉장히 반갑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건강적인 문제로 정상적인 직업생활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쇼핑몰 운영을 하고있는데
때론 끼니까지 굶어가며 20~30만원 정도의 광고비를 지불하지만
쇼핑몰 소득은 1만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면서
쇼핑몰 판매제품중에 삼성 제품도 꽤 있는데
지인들에게 쇼핑몰 제품중에 삼성제품은 구입하지 말라 권유하고
삼성불매를 외쳐야 하는지
삼성불매에 가장 열씸인 언소주에서의 활동을 계속 해야만 하는지..........
하는 고민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