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_CEO 힐링포엠 (31)
펭귄 효과 Penguin Effect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4년 3월호)
바닷가 빙산 위에 길게 늘어서 있다.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알을 낳고 탈진한 암컷은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다표범이나 범고래 같은 천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잘 뛰어들지 못한다. 뛰어내리기 전에 계속 망설이고 있는데 이때 한 펭귄이 바닷물로 뛰어든다. 나머지 펭귄들도 덩달아 뛰어든다. 펭귄 효과(Penguin Effect)라고 한다.
펭귄의 부정(father’s love), 자식에게 가장 헌신적인 아버지상(devoted father)
알을 낳은 암컷은 수컷에 알을 넘기고 탈진 상태로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나간다. 영하 60도의 혹한 속에서 수컷 펭귄이 겪는 고통은 눈물겹다. 수컷은 알을 자신의 발 위에 올려놓고 털로 덮어 부화시킨다. 새끼가 알에서 깬 다음에도 수컷은 잠시도 새끼를 얼음 위에 내려놓지 않고 품어서 키운다. 알에서 깨어난 펭귄은 수컷 펭귄이 토해주는 먹이를 먹으며 자란다. 세끼를 키우는 동안 수컷 펭귄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오직 새끼만 먹이면서 암컷이 먹이를 구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수컷의 체중은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한편 배고품을 참지 못한 암컷 한 마리가 먼저 물에 뛰어든다. 먼저 뛰어든 펭귄은 대부분 바다사자의 먹이가 되고 만다. 바다 속으로 뛰어든 암컷 펭귄은 우선 자신의 굶주린 배를 채운 다음, 먹을 수 있는 데까지 먹이를 먹는다. 수컷과 새끼 펭귄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다. 암컷이 늦게 돌아오거나 돌아오지 않으면 수컷과 새끼는 굶어주고 만다. 그래서 자식에게 가장 헌신적인 아버지상을 펭귄이 부정(父情)에 비유한다.
세계 펭귄의 날(World Penguin Day)
남극의 귀염둥이, 남극의 상징과도 같은 새다. 바다에 서식하는 몇 안되는 공룡으로 따지고 보면 펭귄 역시 해양 파충류의 일종이다. 등은 검은 색, 배는 흰색의 턱시도 같은 특유의 털 무늬 때문에 ‘남극의 신사(Antarctic Gentleman)’라고도 불린다. 몸은 방추형이고 날개는 지느러미 모양으로 짧고 작게 변화하여 날지 못하고 걸어 다닌다. 현생 동물 중에 인간을 포함한 유인원들과 더불어 몇 안되는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이다. 날지 못하는 대신 헤엄을 잘 치며 물고기·낙지·새우 따위를 잡아먹는다. 황제 펭귄, 아델리 펭귄 등 17종이 있다. 매년 4월25일은 세계 펭귄의 날(World Penguin Day)이다. 미국 맥머도(McMurdo) 남극관측기지에서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하여 남극 펭귄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맞춰 기념일로 정했다. 인간은 펭귄을 사냥하지 않는다. 펭귄 고기는 맛이 없고 다른 얻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남극에 이족보행을 하는 생물이 펭귄 말고는 없어서, 똑같이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을 동료로 착각하고 다가온다는 말도 있다.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마케팅에서의 펭귄 효과
물건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가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구매를 결심하는 현상도 펭귄 효과라고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처음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을 이끄는 펭귄을 가리켜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전혀 새로운 경험의 상품이 나올 경우 누군가 먼저 구입하기를 기다린다. 펭귄 효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미국 사람들은 성능을 보고, 독일 사람들은 내구성을 보고, 프랑스 사람들은 디자인을 보지만 한국 사람들은 ‘눈치’를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첨단 유행을 타는 분야나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디지털 상품에서 특히 그러하다. 첨단 신제품이 쏟아질수록 소비자들의 구매는 지연되기 쉽다. ‘구매지연 효과(purchase delay)’다. 새로운 분야에 기술이나,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력이 약한 신생 기업에 준 정부기관에서 지원금 지급 또는 보증을 해주는 제도를 ‘퍼스트 펭귄 제도’라고도 한다. 또 ‘펭귄 부부’란 식생활, 여가 등 가족의 생활 패턴을 어린 자녀에 맞추어 사는 부부. 암컷과 수컷이 새끼를 위해 함께 희생하는 펭귄의 모습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펭귄 아빠’란 아내와 함께 자녀를 유학 보낸 후, 경제적 여유가 없어 가족을 보러 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생활비만 보내는 아빠다. 펭귄 효과의 위험성은 퍼스트 펭귄이 뛰어들면 그 뒤의 펭귄들은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다. 퍼스트 펭귄이 천적에 이해 어떻게 되든지 관심이 없이 뛰어드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생긴 게 곧 운명이다.’ 라고 말한다. 타고난 기질과 성격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변화와 성장으로 강인해 져야 한다. 창조적 긴장감(creative tension)으로 강렬하고 생생한 다른 것들을 찾아 삶의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