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남다른 모습의 산골살이랄까?
2023년 9월 3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칠월 열아흐렛날
토란 잎파리에 물방울이 조금 맺혀있어
간밤에 비가 내렸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이슬이 제법 촉촉하게 내린 흔적이었다.
날씨 예보에는 오전부터 비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배추, 무우, 쪽파밭에 나가 거름을
넣고 있는데 가는 빗방울이 듣는가 싶더니
이내 굵은 가랑비로 변하여 내리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내려주는 비는 고맙기는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너무 자주 내리는 것은
솔직히 달갑지 않은 것이 농부의 심정이다.
장독대 입구에 지난 초봄 재미삼아서 파고라
처럼 구조물을 만들어 더덕덩굴이 타고 올라
가게끔 해놓았다. 예상했던 그대로 구조물을
감고올라가 그럴듯한 자연 인테리어 파고라가
되었다. 더덕이 자라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잘
관찰할 수가 있어 좋았고 장독대를 드나드는
아내 또한 즐거운 마음이고 기분좋은 느낌이
든다고 하여 만들어 놓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
봄날에는 아주 가느다란 더덕새싹이 돋아나고
시간이 가면서 잎이 무성해지고 동시에 덩굴이
뻗어가며 설치해놓은 구조물을 휘감고 오르는
것을 하루하루 살폈다. 여름이 되면서 더욱 더
잎이 무성하고 덩굴 또한 높이 오르고 굵어져
완전한 파고라 형태를 이루는 것이었다. 여름이
무르익은 8월부터 초롱같은 꽃이 피고 매달려
우리만 보기에는 아까운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피고 가을이 가까워지는
요즘은 씨앗을 품은 씨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가을 햇볕에 씨방의 씨앗이 잘 익으면 자연스레
열十자로 쩍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때쯤 촌부는
더덕의 번식을 위하여 씨앗받는 일을 할 것이다.
우리가 장독대 입구에 더덕을 기르는 것은 잎을
보는 시원함, 꽃을 보는 즐거움, 자라는 일련의
성장과정을 살피는 재미와 기쁨 그리고 끝으로
궁극적인 목적인 뿌리를 캐서 먹을 수가 있다는
기대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누리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남다른 모습의 산골살이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더위도 한풀 꺾이고 폭염도 없을 것이라며
주차장에 쳐놓았던 차광막을 걷어내자면서
마을 아우가 어제 아침나절에 올라와 수고를
해줬다. 지난 여름동안 손님들은 물론 우리의
자동차를 강한 햇볕에서 가려주고 때론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게 했던 차광막을 걷어냈다.
높은 나무, 전봇대, 건물 처마끝에 길게 묶었던
줄을 풀어야 하는 작업이라서 설치를 할때에도
도와줬는데 해체작업까지 도와준 마을 아우가
너무나 고맙다. 기왕 사다리를 타고 올랐으니
보기싫은 잔가지 전지까지 해주겠다고 하면서
톱을 달라고 했다. 높은 나무는 엔진톱 사용을
못하는지라 자그마한 톱을 갖다주었더니 아주
능수능란하게 제멋대로 자라 뻗친 나뭇가지를
보기좋게 잘 정리해주었다. 늘 자기네 일처럼
올라와서 도와주는 아우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어제 오전에 아내가 첫 번째 수확한 붉은고추를
두 번에 걸쳐 다 말려 꺼냈다고 했다. 건조기에
또 넣으려면 두 번째 수확하여 숙성을 시켜놓은
붉은고추의 꼭지를 따고 깨끗하게 닦는 작업을
한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도와주기는 이 사람!
우리 일인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나?" 라고
중얼거리며 함께 했다. 다른 급한 일이 있으면
몰라도 꼭지를 따고 닦는 일은 함께하곤 한다.
그 뒷일, 잘 말랐는지를 일일이 선별하는 일은
촌부에게 맡기지 았고 아내가 혼자서 직접한다.
현재까지는 수확도, 건조 상태도 만족이라면서
싱글벙글이다. 촌부도 덩달아 흐뭇하고 좋다.
첫댓글
지금 이곳에도
후드득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빗소리에 설다목
정취가 실려 오는듯
하는군요.
토란잎,더덕 덩굴,
장독대, 붉은고추...
이런 단어 만으로도
힐링느낌입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날씨에 민감한 것이
농부의 삶이랍니다.
비소식이 있다고 하여
이른 아침 서둘러
가을채소 거름 넣기를 했죠.
농사는 시기를 잘 맞추는 것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답니다.
비를 반기는 시기는 아니지만
하늘의 뜻이라 그러려니 합니다.
정해진 휴일이 없는 농부에게
하루쯤 쉬어가라고 하는 듯하여
때마침 남들 쉬는 일요일과 겹친
촌부의 휴일이 될 것 같습니다.
편안한 휴일 되세요.
감사합니다.^^
촌부님의 산골살이를 보면서
오늘도 무의도 동행길을 출발하려고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서울도 비가 내린다는데
동행길을 나서시는군요.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동행길,
즐겁고 보람찬 걸음이었으면 합니다.
빗길에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