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마태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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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7/연중 제18주간 수요일/입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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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15장 21-28절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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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믿습니다.”
코로나 이후 요양 병원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어르신들 몇 분께 병자 성사를 집전하고 성체를 영해 드렸습니다. 그동안 사목적 돌봄을 받지 못한 분들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성체를 영하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습니다. 바싹 마른 몸에 기력이 다 빠진 분들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성체를 향해 시선을 맞추었습니다. 그분들의 눈빛에 감사함과 반가움과 서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던 가나안 여인의 시선도 그러했을까요? 예수님을 찾았건만, 예수님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고, 제자들은 더욱이 그 여자를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서글펐을 겁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엎드려 절했습니다. 청을 들어주지 않는 예수님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며 더욱 간절히 청했습니다. 주님을 믿는 믿음이 얼마나 위대한지요. 그 큰 믿음에 주님마저 감탄하셨습니다. 요양 병원의 어르신들도 성체를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주님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분들의 믿음을 저는 보았습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저의 믿음도 함께 자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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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재 미카엘 신부(부산교구)
생활성서 2024년 8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