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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 등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전체 폐암의 85%가량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특정 유전자 변이가 빈번한 것이 특징이다. 이 씨의 폐암도 정확하게 표현하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이다. EGFR 돌연변이는 국내에선 흔한 비소세포폐암이다. 특히 EGFR 비소세포폐암은 뇌전이를 동반하는 비율이 높아 환자 5명 중 1명이 폐암 진단 시 뇌전이가 발견된다. 치료 중 뇌전이가 발생하는 비율도 44%에 달한다.
다행히 EGFR 비소세포폐암은 표적 치료제로 치료할 경우 EGFR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기존 항암제보다 치료 효과는 높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낮은 표적 치료제로는 1세대 게피티닙부터 3세대 오시머티닙, 레이저티닙 등까지 나와 있다. 이들 표적치료제 덕분에 기존 항암제 치료 시 6개월이었던 기대수명도 크게 늘었다. 오시머티닙과 레이저티닙은 EGFR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사용하며 특히 오시머티닙은 임상 연구를 통해 3년 이상 생존을 확인했다.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EGFR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오시머티닙을 가장 강하게 권고한다. 이 씨 역시 오시머티닙을 복용했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치료 효과가 좋은 폐암 치료제들이 속속 출시되는 만큼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며 “비흡연자도 폐암에 걸릴 수 있어 정기적으로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김혜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종양내과 교수)은 “뇌에는 ‘뇌혈관장벽(BBB)’이란 특수한 구조가 있어 약물 침투가 어렵다. 방사선, 감마나이프, 뇌수술 등을 해도 생존 기간이 짧고 뇌 괴사, 치매 부작용 등의 위험이 있다”며 “임상연구를 통해 오시머티닙은 뇌전이를 동반한 EGFR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질병 또는 사망 위험을 52%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 비흡연자
흔히 폐암은 흡연 때문에 걸리는 암이라고 생각하지만 흡연 외에도 가족력, 미세먼지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은 비흡연자다. 비흡연 폐암에 대한 경각심 및 폐암 조기 검진에 대한 인식 제고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반면 국가폐암검진은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54∼74세 고위험군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는 비흡연자들은 폐암 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김 센터장은 “폐암은 사망률이 높지만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며 “비흡연자도 정기적으로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표적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두 달 만에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다. 진단 당시 3.5cm였던 폐의 종양은 약을 복용하고 6개월 후 0.5cm로 줄었고 뇌전이도 사라졌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던 반면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이 씨는 “폐암 진단을 받더라도 지나치게 좌절하는 대신 한국폐암환우회와 소통하길 권한다. 신약도 많이 출시됐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얼마든 완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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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