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를 그냥 이대로 보내도 되는가 / 김동춘
서이초 교사 자살사건 경찰 수사가 종결됐다. 경찰은 "일부에서 사망동기로 제기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혹은 폭언 폭행 협박 강요 등과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했지만, 그와 같은 정황이나 범죄 혐의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22년 서이초에 부임한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경험해오던 중 2023년 반 아이들 지도 문제, 학부모 관련 문제, 학교 업무관련 문제들과 개인 신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교사의 자살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학부모 민원 내용과 갑질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서울 교사노조도 경찰이 "이 사건을 개인적인 사유로 몰아 언론 보도에 혼선을 끼쳤고 유족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행보를 보였다"며 "언론이 제기하는 부분만 피동적으로 수사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두 교사 단체는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경찰은 일기장 메모, 통화내역, 태블릿 PC 등을 확인하고 유족, 동료 교사, 학부모 6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으나 결국 '타살 혐의점이 없으며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히 타살이 아니라 자살 사건이고, 개인이 선택한 것이 맞다. 이런 자살 사건의 원인, 가해와 피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특히 자살에는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심리나 정서가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사한 상황에 처해도 자살이라는 길로 가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를 괴롭힌 가해가가 살해의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는 더욱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번의 경찰 발표에 대해 사망자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시위 교사들은 가눌 수 없는 허탈감과 분노를 가질 것이다. 과연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수긍해야 할까?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우리는 그냥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지금까지 주말마다 개최된 교사들의 집회를 주도한 교사들이나 집회 현장에서 발언한 교사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은 정치와 무관하며 자신들은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과연 교사들은 이번 경찰의 수사가 정치 영역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수없이 많은 수사에서 어른거리는 편향성과 정치성
한국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매우 선택적이고 편향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수사 결과를 대체로 신뢰하지 못했다. 즉 검·경은 피의자가 '살아있는 권력'에 속한 사람일 경우는 극히 피동적으로 수사에 임하고, 언론이나 피해자들이 명백한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그것을 무시하고, 여론동향을 보면서 수사를 계속 지연시켜 세간의 관심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반면 권력이 표적으로 하는 수사 대상일 경우는 먼지털기 수사, 계속되는 소환,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를 반복해 피의자를 괴롭히고 욕보이다가 피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이런 편파적 수사야말로 경찰, 행정당국, 사법부의 노골적인 정치성을 드러내 준다. 지난 여름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처럼 군 지휘부의 책임까지 밝히려 하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조사를 하려는 박정훈 대령을 군 검찰이 명령 불복종으로 기소까지 한 것은 무엇인가? 힘 있는 사람이나 권력의 위계에서 상부에 있는 사람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대충 수사하거나 아예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고도로 정치적인 행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즉 권력의 향배에 따라 반사회적인 범죄가 면죄부를 받고, 극히 미미한 잘못이 엄청난 범죄가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수사 기관의 편향성과 정치성은 국가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매우 심각한 범죄에 속하지만, 수사 과정이 철저하게 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아무리 피해자 가족들이 분노하고 통탄하면서 호소해도 수사나 판결을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죽은 사람만 억울하게 된다. 이번 서이초 교사의 자살 사건에 어느 정도의 편향성과 정치성이 개입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단지 정황으로 보아 사건 수사를 매우 지연시킨 흔적이 있고, 가해 의혹이 있는 학부모를 제대로 조사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 어쩌면 이번 서이초 교사 건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의 경우처럼 또 다른 미제사건, 의혹사건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피해자는 분명히 있는데, 가해자나 가해 책임자는 없는, 한국의 수없이 많은 사례의 하나로 추가될 것 같다.
그의 죽음으로 만든 '교권 보호 4법'으로도 충분치 않다
물론 지난 몇 개월 동안 수만 명의 교사들은 교사의 자살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기존 관련 법의 개정 혹은 교권보호를 위한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기존의 아동학대법이 학교 학생지도에 적용되는 문제와 더불어 학생 인권보호의 명분하에 교사들의 교권이 무시되었다는 점,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제기되거나 심지어 교사를 폭행해도 학교장 등이 제대로 막거나 책임지지 않았던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제기됐다. 그 결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 보호 4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이 통과됐다. 그래서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고발이 줄어들었고, 학부모 민원도 감소됐다고 한다.
이런 법의 정비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지난 6년간 교사들 100여 명이 자살하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법의 미비에 기인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노동자로서 교사들이 일터인 학교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일할 수 없는 환경, 즉 교권과 더불어 노동권의 제약, 교사들의 정치적 시민권의 제약, 학교 내에서 교장 등 관리자와 평교사들 간의 힘의 역학과도 깊이 관련돼 있다. 한국의 교사들은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다. 헌법 제31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이유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은 제한돼 있다. 교사가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은 물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선호를 표시하는 것조차도 기피된다.
교사의 교권 및 노동권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없거나 입법과정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는 교사 출신이 국회의원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으나 현재 한국 국회에서 평교사 출신 국회의원은 도종환, 강민정 의원 두 사람 밖에 없다. 이렇게 교사들의 기본권이 제한돼 있고, 초중등 교사의 처지를 대변할 의원이 없는 나라에서 교권의 무시, 교육자의 노동권 부인은 너무 당연한 결과다. 즉 서이초 교사의 자살사건은 입법의 미비보다는 권력관계의 문제다.
법, 제도만으로는 할 수 없는 정치 및 구조적 교육문제
법과 제도의 개혁,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노동권 보장 등 권리의 담론은 이번 사태의 하나의 원인일 따름이다. 조사에 의하면 교권 4법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이런 사건의 재발이 방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의 갑질 학부모들이 개·제정된 법을 의식해 과거와 같은 악성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지 모르나, 학부모들의 교육관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한, 교사들의 우울감과 자존심 상실은 계속될 것이다. 즉 법과 제도는 문제의 매개적인 원인이 될 수 있어도 구조적인 원인은 아니다. 여기서 구조적인 원인이란 바로 한국의 교육 현실, 오로지 입시의 전사를 양성하는 교육이다. 즉 상급학교 입학, 성적 평가 위주의 학교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를 극도로 경쟁적으로 몰아가고, 학교 성적 외의 시민양성의 교육적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교육 현실이 더 근원적인 배경이다. 지금의 학교는 교육 공동체가 아니며, 교사들은 완전히 개인으로 파편화되어 있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교육은 보육체제 문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부모들의 장시간 노동과 가정교육 부재로 인해 초등교사의 업무는 과부하 상태다. 아이들의 잘못된 버릇이나 폭력 행사는 학교나 교사의 책임 영역 이전에 가정의 문제이고 사회문제다. 학교나 교사가 가정에서 책임져야 할 교육 영역까지 담당할 수는 없다. 나아가 오늘날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학교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교육 일반 문제, 사회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 및 교육계 전반, 사회의 개혁없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결국 교사들이 "우리는 정치와 무관합니다" "교육 문제는 잘 모르겠고, 나는 힘들어요" "나는 아이들만 잘 가르치고, 아이들 가르치는 문제에만 집중하도록 해 주세요"라고 아무리 외쳐도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은 이런 식으로 종결 처리되었고,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교사로서의 자존감, 권위는 세워지지 않을 것이다. 교권은 법으로 명시하고 교사들이 주장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문제다. 인권도 절대적이지 않은 것처럼, 교권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정치적 시민권을 가져야 한다. 교사들이 학교 밖의 사회에 대한 의견과 주장을 할 수 있는 주체로 등장해야 자신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권리는 반드시 책임을 수반한다. 교사들의 분노는 더 높은 단계로 승화되어야 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2023.11.19. 09:25 수정 2023.11.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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