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번화가에서 묻지 마 테러가 잇따른 가운데 서울 신림동의 야산 등산로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대낮에 여성을 흉기로 때리고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도 안 돼 비슷한 장소에서 또 흉악 범죄가 벌어졌다. 범인은 손에 끼워 쓰는 금속 둔기를 준비했고, 방범 카메라 없는 사각지대를 골랐다고 한다. 범행 현장은 야산 중턱이지만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원 인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치안을 자랑하던 우리 사회의 ‘안전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사상 최초로 흉악 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 치안 활동’에 들어간 상황에서 발생해 더욱 충격적이다. 경찰은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다중 밀집 지역에 하루 평균 1만2000여 명의 경찰관을 투입하고 있다. 전체 경찰관 10명 중 1명이 범죄 예방 업무에만 매달리는 셈이다. 일부 장소엔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동원했다. 국민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여주기식 치안’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방증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낮에 범죄자에게 공격당할 것을 걱정하는 나라가 된 현실을 더 방치할 수는 없다. 경찰은 본령인 민생 치안과 범죄 예방에 허점이 생긴 것은 아닌지 기본부터 점검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치안 활동은 줄이고, 지구대·파출소·방범초소 등 일상적인 치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찰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권을 넘겨받으면서 경찰은 올해부터 수사과에 총 1009명을 증원했다. 증원 인력은 대부분 기동대에서 차출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치안이 약해진 건 아닌지도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