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어디서 많이 보신 제목이죠?
네, 100분 토론에 당초 설정되어 있던 주제입니다.
방송 내용은 다른 데로 흘러갔습니다만.
어쨌든 저 얘기를 한 번 해 보도록 하죠.
저비용 고효율의 블록버스터현재 디 워가 내세우고 있는 존재가치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겠죠.
헐리웃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그에 준하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동일한 수준의)블록버스터를 제작하여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입니다.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디 워를 보며 이 명제에 대해 일말의 가능성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 장밋빛 비전이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쉽게 도취되어버리는 걸까요?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는 걸 보기가 힘드네요,
전 여기에 심각한 맹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영구아트의 - 적어도 디 워의 - 제작방식은 크게 두 파트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한 쪽은 영구아트에서 작업한 미니어처 및 CG와 같은 SFX 파트,
다른 한 쪽은 헐리웃 스태프들을 거느리고 미국에서 작업한 실사촬영 파트입니다.
(물론 디 워의 경우 조선씬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실사 촬영을 했습니다만.)
SFX 파트디 워가 헐리웃의 여타 블록버스터에 비해 상대적인 저비용으로
제작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다른 거 없습니다. 그냥 '인건비'입니다.
현재 주 작업분야인 CG 작업을 헐리웃 인력보다 동일인력 동일시간 대비 고효율로 해낼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동일한 작업량으로도 훨씬 높은 작업효율을 얻을 만한 획기적인
CG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게 말처럼 쉽게 가능한 게 아니죠.
간신히 근접하게 따라잡는 정도가 최선일 겁니다.
물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영구아트도 진보하겠지만,
그 시간에 헐리웃의 최신 CG 기술 역시 무서운 속도로 진보하리란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CG 작업의 효율에 있어서 그렇게 차이가 생기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되고,
결국은 사람질, 시간질, 돈질입니다.
얼마 만큼의 인력을 투입하여 얼마 만큼의 시간을 들여 작업하는가, 하는 거죠.
미니어처 류의 작업의 경우 일면 노가다스런 면도 있는 작업이니만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CG 작업과 마찬가지로 사람질, 시간질, 돈질이죠.
결국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인건비'를 덜 쓴다는 것이지, 딱히 기술이 월등한 것은 아닙니다.
실사촬영 파트.이 쪽으로 오면 얘기는 더욱 심각해 집니다.
디 워에 CG & 미니어처 빼고 어디 국내인력이 얼마나 있던가요?
감독 외에는 촬영 감독부터 시작해서 각종 현장인력이 거의 전부 다 헐리웃 스태프입니다.
배우도 헐리웃 배우고요. 찍는 것도 미국에서 찍습니다.
영구아트에서 내세우는 분야인 특수효과조차도
스파이디캠 등의 현장 특수효과는 헐리웃 스태프들이 작업했고요.
CG와 미니어처 외에는 편집과 음악, 색보정 등 각종 후반작업도 헐리웃 스태프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실사 촬영을 진행하는데에 들어가는 전반적인 제작 소요비용이 '헐리웃 영화와 같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가격경쟁력같은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스티브 자블론스키가 통상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싼 값에 음악을 맡아줬다던가
하는 일화는 있습니다만, 그런 걸 경쟁력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여기서 한 가지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디 워는 꽤 싸게 찍지 않았나요?"네, 꽤 싸게 찍은 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그냥 막 찍었거든요. -.-
이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디 워에서 SFX 외의 다른 부분들이 엉망인 것은,
심형래 감독 본인의 능력 부족도 물론 커다란 원인입니다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인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돈 아낄려고 진짜로 막 찍었거든요. 빨리빨리 남기남식으로.
(심형래씨는 남기남 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생활을 시작했고,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으리라 추정됩니다.)남들 하루에 2페이지도 못 찍는데 자기는 하루에 10페이지씩 찍었다고
심형래씨 본인이 늘 자랑스러운 어조로 얘기하곤 하죠.
아마 본인은 남들은 못 하는 걸 자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비슷한 얘기로 남들 9달 걸리는 프리프로덕션을, 자기는 머리속에
다 들어있기 때문에 10일만에 끝냈다는 발언도 있습니다.)그런데 남들이라고 10페이지씩 못 찍는 거 아니거든요. 안 찍는 거지.
남들도 막 찍으면 누구나 10페이지씩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하는 거죠. 왜 안하는가? 그렇게 하는게 정상적인 작업이니까요. 생각을 해 봅시다.
남들 찍는 속도보다 최소 5배 이상의 속도로 찍는다는데, 정상적인 퀄리티가 나올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누구나가 지적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발로 하는 연기'. 이것도 괜히 나온게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리 각본 자체가 캐릭터가 잘 안 살고 연기지도가 미흡했다 한들,
그래도 기본 경력이 있는데 너무 심했잖아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5배속으로 찍은 거라 그렇습니다. -_-
리허설할 시간도 제대로 없고, 대사만 안 씹는 수준이면 NG 없이 OK 테이크 내고
그런 식이었을 테니, 연기가 그 지경이 될 수 밖엔 없었다고 봅니다.
그 어떤 베테랑 배우를 데려다 놓더라도 그다지 좋은 연기를 보이진 못 했을 거예요.
연출 등등의 여타 요소들 또한 다 마찬가지입니다.
빨리빨리 막 찍는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을 덜 한다는 소리인데 좋은 연출이 나올 리가 없지요.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발전하려 하고, 제대로 찍으려고 해야겠죠.
지금 디 워에서 가능성을 본 사람들이 추후 기대하는 것도 그런 것일 테고요.
그럼 어떻게 되느냐?
(일단 감독의 역량과 마인드는 차치하고 물질적 기반만 생각해 봐도)
실사촬영에 들어가는 제작 소요비용이 기본적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날 거라는 얘기가 됩니다.
종합.결론적으로 말해서 디 워는 그렇게 썩 저비용 고효율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돈을 쓴 만큼의 퀄리티가 나왔을 뿐이죠. 발로 하는 연기, 엉성한 연출 등등을 다 포함해서 말입니다.
매끄럽지 못한 장면 연결이라던가 하는 문제도 그래요.
전 지금의 디 워는 아마도 심형래 감독이 원한 베스트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냥 몇 장면씩만 추가촬영하고 SFX 작업해서 붙여놓으면 상당히 좋아질만한 구석이 이 영화에는 꽤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걸 하고 싶은만큼 다 하지는 못 했을 겁니다.
왜? 돈이 부족하니까.
(한국영화계 초유의 거대제작비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그러니까, 그런 거 다 포함해서, 돈 들인 만큼의 영화가 나왔단 생각이에요.
물론 국내 영구아트 인력이 헐리웃 CG업체 인력보다 덜 받는 인건비 만큼의 절약 효과는 있었겠지만요.
한국식 야근 문화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그런데, 딱 거기까지라는 거지요.
(뭐, 일 많이 시키고 돈 적게 준다는게 썩 좋은 얘기인 것도 아니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말이죠.
디 워의 제작 시스템은 이미 그 자체가 실질적으로 한국영화라고 보기가 힘들어요.
CG와 미니어처를 제외하면 거의 전 공정을 미국 스태프에게 의존하고 있는 걸요.
전 이런 식으로 제작한 영화를 두고 한국 영화의 희망이라든가,
한국영화계의 미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좀 빗나간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디 워가 시작이었고 가능성이었으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헐리웃에 필적하는 수준의 블록버스터를 제작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거기엔 필연적으로 지금의 디 워보다도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될 것이 분명합니다.
진짜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준하는 제작비가 말이죠.
저비용 고효율로 헐리웃에 필적하는 수준의 블록버스터를 제작한다는 얘기는
결국 허상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국영화계
디 워의 제작비는 현재의 기준으로도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거액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 이 노선을 유지한다면 차기작에서의 제작비는
디 워를 다시 한 번 한참 뛰어넘는 거액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계는 그 제작비를 꾸준히 감당할 수가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버거운 일이고, 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 현재도 한국영화의 제작비는 너무 높아져버린 상황입니다.
거기다 그 동안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스태프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여, 동일제작비 대비 실제작비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고요.
이미 영화사들은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기 위한 방편에 골몰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단 한국영화계 자체가 지금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고요.
기형적으로 형성된 구조 속에서 한 해에 몇 편의 영화만이 수익을 쓸어가고,
본전 치기 십여 편에, 나머지 80%의 영화들은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영화계 전체로는 작년 2006년의 경우 1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죠.
(관련 포스트 링크: 저작권 인식의 현실, 한국 영화계의 현실, 선결해야 할 지점들)
안 그래도 너무 도박판화가 진행되어버려서 문제인 것이 작금의 한국영화계인데...
이런 상황에서 디 워보다도 더 큰 제작비를 들여 영화를 계속 제작한다는 것은
판돈이 너무 큰 도박입니다. 영화라는 게 매번 흥행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단 한 편의 실패로도 한국영화계 전체가 흔들리는 모험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지속적으로 이런 위험성에 노출된다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상황이 못 됩니다.
예외는 예외일 뿐
또한, 디 워를 롤 모델로 삼아 이런 식의 제작을 시도할 다른 영화사 역시 없을 거라 생각되고요.
그렇다면 결국 이런 식의 영화는 영구아트에서 수 년에 한 편씩 내놓는 정도가 될 거라는 얘기인데...
겨우 그 정도의 수량으로 한 업계 전체의 흐름을 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예외는 예외일 뿐,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흐름이 될 수는 없다는 거죠.
한국 영화의 정체성이란?
(이 파트에서 할 얘기는 개인의 가치관의 영역에 관한 것이란 것을 미리 전제해 둡니다.)
과연 디 워라는 영화의 정체성은 한국영화의 대안이라는 위치에 적합한 것일까요?
저는 그다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제게 있어서 한국영화가 한국영화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의 정서니까요.
비록 한국적 소재를 몇 가지 끼워넣었다고는 하나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식의 방법론으로 미국 배우와 스태프들을 고용해서
미국식 정서로 극을 진행하고자 한 이 영화는 '세계전략상품'이 될 수 있을지언정,
'한국영화'라는 수식어에는 어울리지 않게 생각됩니다.
뭐, 제 가치관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만.
비슷한 예를 조금만 더 들어볼까요. 예를 들어서...
일본에서 활동하는 BoA를, 전 한국가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한국 출신의 J-POP 가수'라고 생각할 뿐이죠.
그 이유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 대중의 취향에 맞도록 기획된,
일본인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노래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한국 활동을 하는 기간에는 한국가수라 생각합니다.)
재일교포라든가 등등의 문제에서 국적을 가를 때도 전 핏줄보다는 내면적인 정체성을 중시합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다 한국인이고 실제로 국적이 한국이라 해도,
만약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일본식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일본인에 속해있다고 생각한다면?
전 그냥 그 사람은 일본인인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 언론 등은 특히 스포츠 스타나 해외 인사가 한국 피가 조금이라도 섞여있으면 그냥 무조건
'자랑스러운 한국인' 운운 하면서 포장해 버리는 경우가 흔한데... 이것처럼 웃기는 짓이 별로 없습니다.)
만약 앞으로도 영구아트가 이런 노선으로 주욱 제작을 하게 되고...
훌륭한 CG는 물론 삐걱거리지 않고 제대로 잡힌 서사까지 구축해서 완벽한 성공작을 낸다고 해도...
전 별로 그것을 한국영화 혹은 한국영화계의 성취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형래씨 개인의 성취 그리고 영구아트의 성취로서 칭찬은 하겠지만요.
영구아트의 미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영구아트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물론 그걸 정하는 것은 심형래씨일 테고 여기서 논의를 해봤자 아무 소용은 없는 일이겠습니다만.
그래도 몇 가지 경우를 생각은 해 볼 수 있겠죠.
(일단 심형래씨는 차기작으로 라스트갓파더를 언급해놓은 상태이기는 합니다만,
말론 브란도의 초상권 문제가 쉽게 해결될지도 의문이고 아직은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봅니다.
사실 초상권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은 단계에서 이렇게 기정사실인 것처럼 막 말하고 다녀도 되나
싶은 것부터가 좀 문제. 언제나 그랬지만, 심형래씨는 항상 입을 조심해야 합니다.)
첫 번째.
디 워의 제작노선을 고수할 경우... 최종적으로 영구아트가 선택할 길은
'진짜 헐리웃 영화' 가 되는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 규모는 한국 영화계에서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사이즈니까요.
이런 식으로 계속 제작을 해 나가려면 투자 또한 미국에서 받는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 투자를 받고, 미국에서 찍고, 일부 CG 작업만 국내에서 하는 거죠.
뭐, 투자받는 것만 빼면, 어차피 지금이랑 똑같다는 얘기입니다만.
결국은 지금도 많이들 존재하고 있을
'외국인 프로듀서가 제작하는 헐리웃 영화'에 가까운 스탠스를 취하게 되겠죠.
거기에 한국 문화의 요소가 좀 더 들어가는 정도가 될 겁니다.
# 그리고 지금의 디 워 제작 시스템은 또 하나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다 해도
미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을 성공시키지 못 한다면,
심감독이 그렇게나 강조하는 '외화 벌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미국에서 미국 스태프와 미국 배우들 데리고 촬영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제작비를 들이고 있으니까요.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만큼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미국에 외화를 퍼주고
국내 관객들에게 끌어모아서 메꾸는 꼴이 되고 말지요.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면 역시 현지에서 투자를 받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
두 번째.
영구아트의 작품을 근본적으로 헐리웃 영화에 가깝게 만들면서 막대한 제작비를 소요시키는 근본 요소인
미국 스태프와 미국 배우에 의한 미국 실사촬영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한국인 스태프와 한국인 배우들에 의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돌아서는 길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CG와 미니어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쌓아놓은 노하우가 있을 테니...
각본이나 연출력 등 모자란 부분은 기존의 충무로 인력과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제작한다면
단기간 내에 기존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보다는 한층 뛰어난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역시... 세계시장 공략을 최우선 지상과제로 삼는
심형래씨의 방침을 생각해 보면 이런 쪽을 택하긴 힘드려나요.
세 번째.
많은 분들이 자주 언급하는 특수효과 전문업체로의 변신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확실하게 이 글의 주제인 '한국영화계의 발전'에 한 몫 단단히 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아마 영구 아트로서도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이런 쪽도 (겸업으로서) 시야에 넣고는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하루 빨리 이쪽으로 돌아설수록 현실적으로는 한국영화계에 있어서 베스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자체제작 영화에 욕심이 많아보이니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만...
네 번째.
자체제작 영화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헐리웃 수준으로 고비용화되는 걸 막는 완벽한 방안이 하나 있긴 있습니다.
바로 3D CG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거죠. 이거라면 미국에서 작업을 진행할 필요도 없고,
전 공정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세계공략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작업은 영어 더빙 정도 뿐이죠.
예전에 심감독 인터뷰를 보면 구상해 놓은 작품이 수 십편 있다면서 언급했던 작품들 중
'골든 아일랜드' 같은 경우처럼, 3D 애니메이션도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걸 그냥 수 십편의 구상 작품 중 일부라는 포지션에 둘 것이 아니라,
전략상품으로서 이쪽에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길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심형래씨의 최우선 과제
이렇게 네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해 봤습니다만...
영구아트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쪽을 취하던지 간에
이야기와 연출의 중요성을 심감독이 바로 인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디 워에 혹평을 내린 평론가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죠.
'이야기 좀 딸리고, 연출 좀 딸리지만, CG는 훌륭하지 않냐? 액션이 멋지지 않냐? 왜 그건 평가를 안 하냐?'
맞습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입니다. CG도 평가를 하고, 액션도 평가를 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위의 질문의도는 긍정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쥬얼도 평가해야 한다' 라는 말과 '비쥬얼 외에는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말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 비쥬얼도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러티브 역시 평가를 해야 합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니까요. 종합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기에 매번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을 들이대며 마찬가지 아니냐 하는 의견은 여기서 힘을 잃습니다.
평론가들이 보기에 트랜스포머류의 헐리웃 블록버스터는 기본 정도는 하는 얘기에
멋진 비쥬얼이 더해져 종합적으로 볼만한 영화가 되었던 것이고,
디 워의 경우는 비쥬얼을 더해도 서사의 부족을 메꿀 수가 없을만큼 한참 모자란 영화였던 것일 뿐입니다.
일반 관객의 개인적 감상이라면 물론 후반의 카타르시스가 총체적인 결함을 뒤덮어버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만,
평론가는 영화를 가급적 객관적인 시선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입니다.
거기다 대고 서사의 결함은 덮어두라고 요구할 순 없는 거죠.
국내에서는 평론가들의 텃세로 인해 과도한 혹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내달 북미 개봉이 진행되면, 나오게 될 북미 평론가들의 비평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이미 영화를 미리 본 소수의 서구 평론가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요.
(데렉 엘리: A급 CG에 Z급 각본. 5점 만점에 1점. 달시 파켓: Oh My God. 10점 만점에 2점.
클린트 모리스: 작가조차 자기 캐릭터를 신경쓰지 않는데, 관객이 왜 그래야 하는가)
이렇게 일관된 평가가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 나올만 하니까 나오는 거죠.
오히려 아무런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더욱 혹독한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마 미비평가들도 충무로의 사주를 받았다고들 하시려나요? ㄷㄷㄷ)
다시 말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심감독은 CG지상주의의 그릇된 점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리했을 때 비로소 심감독은 이 논란에 있어서 최종적인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이 쓸 데 없는 논란 역시 가치 있는 의미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 하고 이번 디 워의 흥행 성공을 통해 '거 봐, CG로 밀어버리니까 잘 되잖아?'라고
생각해 버린다면, 차기작 역시 그저 규모만 커졌을 뿐인 똑같은 문제작을 보게 되겠죠.
심형래씨가 이 부분에 있어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더 좋은 작품을 내기 위해 자기수련에 매진하는 방법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 좋은 감독을 고용하고 제작자로 돌아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심형래씨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솔직히 말해서 목에 칼이 들어오기 전까진 좋다고는 말 못 할 수준이지만,
제작자로서의 역량은 분명히 평가할 만한 부분이 있어보이니까요.
결과적으로 700억(인프라 구축 포함)에 달하는 제작비를 유치한 것만 해도 그렇고
(그것이 개그맨으로서의 경력이라는 상징자본을 통해서건 아니건 간에),
이 번 디 워의 경우, 최종적 만듦새는 함량 미달이지만 아이템 선정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저는 기본적으로 지금 나와있는 디 워라는 결과물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현상들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편입니다만...
부분적으로나마 성취한 부분에 대해 가급적 발전적인 방향으로서의 논의를 한 번 끄적여 봤습니다.
마칩니다.
PS: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는 이것보다는 위의 관련 포스트 링크에 적었듯,
기형화된 배급구조 회복과 2차 판권시장 확립이 더 시급하다고 보고,
그거나 좀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 싶습니다만서도... o<-<
PS2:
imdb의 디 워 평점 그래프입니다.
내 살다살다 이런 그래프는 첨 봐요...
거의 절반이 10점으로 가장 많은데
두번째로 많은 것이 1점으로 1/4...
디 워라는 영화가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서
이 그래프만으로도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확연한 사실입니다.
(여긴 imdb라서 좀 나은 편인 것이고,
국내 영화싸이트들은 10점에 보다
편중되어 있는 것이 현황입니다.)
첫댓글 아주 솔직하게 디위 이후에 다른 SF영화가 나오기는 솔직히 힘들죠 일단 역시 금전문제가 거론이 안될수가 없고ㅠ_ㅠ..계속 영구아트쪽에서 몇년에 한번씩 나오는것 밖엔 그것도 계속 꾸준한 성공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헐리우드랑은 시장 크기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나죠;; 태양과 시퍼이AA정도급?
희망... 전반적인 걸로 봤을땐 좀 실망감이 없진 않았지만 더 좋은 '뭔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같은게 생기긴 하더라구요. 가능성을 보긴 했삼. 자금을 어떻게 대고 어떤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느냐를 많이 고려해 보기도 해야할 거 같삼. 일단 돈도 돈이지만 시나리오가 아주 많이 부실하니깐. CG가 몇백억대인데 시나리오가 3000원 일 순 없는 법. 좋은 시나리오 작가를 심형래 감독한테 좀 붙여줘야 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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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걸음마인데 그정도면 훌륭한거임...이제 거기다가 시나리오를 가미하면 이젠 마라톤선수로 고고싱만 남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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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시나리오 부실 동감.. 제대로 된 스토리를 가진 대본을, 꼼꼼한 작가에게 맡기는 것도 중요할 듯..
4444444444444444 동감이에요
그보다는.. 디워와 같은 타입의 영화가 한국영화가 앞으로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이나 롤모델이 못된다는 게 이글의 요지이죠. 개인적으로 저도 공감하는 바고요. 심형래 감독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심감독님이..조심스럽게 매표소에 와서 이렇게 물어보셨답니다...600만은 될거 같은지..심감독님 목표가 600만이었다네여..말씀하시는것도 약간씩 서투르셨는데..그런점에 오히려 더 인간미 느꼈다긔..씨쥐가 구려도 난 보는내내 와 멋있다.란 생각만 했삼..ㅋㅋ성공하세여 꼭!!
용가리 실패로 인해서 디워 목표가 300만정도 들었는데.. 아니었네요.
우리나라사람이 보면 시나리오 좀 아쉽지만 외국사람이 보면 동양의 신비감을 살짝더해서 흥미롭게 볼것같아요!!! 주인공 남자의 목걸이만 좀 시크하게 표현했어도 훨 나았을텐데 그 목걸이 정말 .. ㅠㅠ
첫 걸음마치고 굉장히 희망적인거 아닌가요? 자꾸 안좋은점만 집어내지말궁~힘을 북돋아줍시다^^
전 저분의 p.s.에 동감. 디워에 관한 논쟁이 좀 과열된 경향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이정도면 첫시도치곤 꽤 뭉클하지 않습니까? 두번이라도 볼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