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잉크와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첫 영어시간부터였다. 펜대에 펜촉을 꽂아서 파란색 잉크병에 넣어 잉크에 적셔서 영어 알파벳대문자부터 정성껏 한자 한자 쓰기 시작했다. 반 친구들의 책상 위에도 잉크병들이 놓여있었고... 어느 날 교실 바닥으로 잉크병이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흰색 상의하복을 입은 날, 뒤에 앉은 친구가 잉크를 엎질러서 앞에 앉은 친구의 교복을 물감을 들이기도 했던 기억이 또렷이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마구 흐르는 잉크를 막기 위해서 잉크병 안에 스펀지를 알맞게 넣어둔다. 잉크를 머금고 있게 하면 잉크가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 펜촉에 찍은 양이 너무 적어서 몇 자 쓸 수 없을 경우, 펜촉 뒤에 작은 플라스틱 덮개 같은 것이 달려있어 잉크를 좀 더 묻어나게 하므로 글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펜촉이 나오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같은 반의 어떤 친구는 펜대가 부러지면 153 볼펜에 촉을 끼워서 펜대처럼 사용했던 추억이 살그머니 되살아난다.
중학교 3학년 이후부터인가 펜 대신에 ‘파이로트’회사에서 나온 만년필을 쓰기 시작했다. 늘 넘어질까 불안한 잉크병을 학교에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잉크 걱정 없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년필을 오른 손에 쥐고 글을 쓰는 느낌은 볼펜이나 펜촉으로 쓸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신선한 느낌, 잉크향이 은은하게 묻어나오는 만년필은 행복의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요즘은 디지털시대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컴퓨터 등의 기기를 사용하므로 펜을 들고 종이에 기록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 대신 오히려 필름 카메라를 쓰며, 아주 오래전의 LP판으로 음악 감상을 하는 등...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주는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 만년필을 쓰는 동호회도 있다고 한다.
첫댓글 참 아련한 추억입니다.
펜에 잉크를 묻혀 알파벳을 또박또박 써나가던 추억이라니요.
저는 초등학교 때 만년필을 자랑하던 반 친구의 얼굴도 떠오르는데
그게 동기가 되어 만년필을 모으기도 했지요.
나이가 들어가니 이젠 사각거리는 펜이나 만년필 소리가 싫어져서 붓펜으로 곧잘 글씨를 쓰게 되는데
오랫만에 길 들었던 만년필을 꺼내어 끼적거려보렵니다.
지금도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대요
@다애 있겠지요.
저도 만년필이나 펜글씨로 편지가 오면 만년필로 답신을 한답니다.
@석촌 네, 그렇군요
@다애 ㅎㅎ
@다애 대부분
만년필은 선물로 주고 받던 시대였던것 같습니다
펜촉과 만년필
그 촉감이 글속에서. 보입니다
펜촉의 그느낌과 손가락에 묻었던 잉크자국들. 아주 올만에 추억에 젖어봅니다
잉크병 안에
스폰지 넣어서 사용했지요
그래도
아차 순간에 쏟겨
교복에도 잉크가 묻고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