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서울 강남구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9살 초등학생 A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학교를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아들을 시신으로 마주했을 때의 참담함과 미안함, 죄책감, 사랑하는 아들과 오빠를 떠나보낼 수 없는 절망감과 고통, 슬픔은 헤아리기 어렵다”며 “고씨는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엄벌 탄원서가 남녀노소 전국에서 날아들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고씨는 사고 장소 부근에 상당 기간 거주했고 자주 통행해 사고 장소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초등학생이 많이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주취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해 바로 앞에서 길을 건넜기에 당연히 자신을 피해갈 거라고 생각한 피해자를 충격했다”고 밝혔다. 또 “전방주시 의무 등을 지켰다면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음주를 해 피할 수 없었다.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고씨가 사고 후 119에 신고하지 않는 등 구호 조치를 소극적으로 했고, 경찰 최초 조사 과정에서 음주량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고씨가 이전까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피해자 유족을 위해 3억5000만원을 공탁했으며 현재 암 투병 중인 점도 참작했다고 했다.
쟁점이 됐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사고 당시 고씨는 A군을 친 뒤 약 20m 거리의 자기 집 주차장에 차를 대고, 50초쯤 뒤 사고 현장에 돌아왔다. 이를 두고 검찰은 “고씨가 사고 사실을 알았는데도 구호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며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에서 고씨는 다른 혐의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도주할 의도가 없었다” “배수구 덮개를 지나가는 줄 알았다”며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해 왔다. 도주치사는 인정될 경우 최소 징역 5년의 중형을 받게 되는 죄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고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A군을 넘어 지나가면서 흔들리자 고씨가 ‘어?’ ‘말도 안 돼’ 등 혼잣말을 하는 게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사고 당시 고씨가 사람을 치었을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결과 배수로 덮개와 도로면의 이격이 크지 않고 과속방지턱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난 시간이 길지 않고, 현장에 돌아와 피해자를 눕히고 행인들에 ‘119에 신고해달라’고 했으며 자신이 가해차량 운전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도주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병준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83875?sid=102
첫댓글 공탁은 진짜 없어져야해